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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Jul 20. 2023

참척(慘慽)을 아시나요?

생때같은 젊은이의 목숨조차 지켜주지 못하면서...

참척(慘慽)은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을 뜻한다. 가족의 죽음은 무엇에 비할 수 없이 슬픈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은 가장 참혹한 비극일 것이다. 흔히 아내 잃은 남편은 홀아비, 남편 잃은 아내는 과부, 부모 잃은 자식은 고아라고 하지만, 자식 잃은 부모를 일컫는 단어가 없는 것을 두고 그 슬픔을 딱히 표현할 단어가 마땅치 않은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한다. 


참혹할 참(慘)에 슬플 척(慽)을 써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슬픈 감정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되었던 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다가 14시간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홍수와 산사태로 떠내려간 실종자를 수색할 당시 여전히 무릎까지 차오르고 유속도 빠른 강이었음에도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해병대의 무책임한 대응에 분노가 차오른다.


 국가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고 수습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군인들에게 기본적인 안전도 보장하지 않은 채 무작정 투입해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한 사례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또다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니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귀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겠냐만 결혼 10년 만에 얻은 외아들을 군입대한 지 두 달 만에 시신으로 마주하게 된 부모의 기막히고 피 끓는 심정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가장 젊고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군복무를 해야 하는 나라에서 생때같은 젊은이의 목숨조차 지켜주지 못한다면 어떤 부모가 아들의 군입대를 권할 수 있겠는가. 


어른들의 무신경과 부주의로 소중한 젊은이들의 희생이 반복되는 현실을 지켜보면 군복무를 기피하는 세태를 이해할 수밖에 없어진다. 인구절벽이 문제라고 출생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옆에 있는 젊은 생명들이 꺼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켜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故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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