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ary Jul 19. 2023

두 교사 이야기

학습권만큼 교권도 소중합니다

지난달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 A교사가 학급 제자 남학생 B군에게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B군은 A교사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물건과 교과서를 집어던졌다. 지난 3월에도 B군은 A교사를 폭행한 전력이 있다. A교사가 또 때리면 고소하겠다고 하자 수십대를 때리고 바닥에 쓰러진 교사를 발로 밟기까지 했다. B군 측은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있고, 경계선 지능에 해당하는데 A교사가 B군을 차별하고 혼내서 벌어진 일이라며 A교사와 동료 교사들을 교육청에 신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늘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 C교사가 교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문제 학생의 담임교사가 여러 번 바뀌는 등 신입교사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오래전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래도 초등학교 시절이 제일 별다른 고민 없이 즐겁게 보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세태가 바뀌었다지만 하루 동안 이런 뉴스를 2건이나 접하니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학생들 보는 앞에서 학생에게 구타를 당하는 교사의 모멸감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 같고, 이제 막 교직에 들어선 새내기 교사가 얼마나 버티기 힘들었으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해야 했는지 이게 과연 초등학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싶다.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당한 A교사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선생님을 꿈꾸었고, 마침내 꿈을 이뤄 교사가 되었지만 더 이상 교단에 설 수 없을 것 같다고 참혹한 심정을 전했다. 교사가 학생에게 먼저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음에도 학부모는 사과는커녕 오히려 피해 교사를 신고하겠다고 나섰으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까. 


예전에는 교사들의 폭력에 가까운 체벌이 큰 문제였지만 이제는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의 이름을 칠판에 적고 받아쓰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는 세상에서 교권을 지키고 학생을 훈육하는 게 가능한 사회인가 싶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은 철저한 을로 내몰리는 한편, 심지어 교사 위에 군림하려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은데 교사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교사는 존중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을 존중해 달라는 억지 요구는 하지 않길 바란다. 학습권만큼 교권도 소중하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1983년 이웅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