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이 없는 사람
나이와 도덕이 비례하지는 않는 법
며칠 전 퇴근 무렵 직장동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치듯이 한 말이 귀에 확 꽂혔다. “나이가 들수록 도덕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참 별로더라고요.” 막연한 이야기지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었고, 확 공감이 되었다. 국어사전에서는 도덕(道德)이란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나 바람직한 행동규범이라고 뜻풀이가 나온다. 얼핏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덕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물론 직장동료가 말한 ‘도덕성이 떨어지는 사람’이란 업무상 사람 때문에 겪는 어려움에서 나온 말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요구를 하는 상사, 무리한 부탁을 계속하는 거래처, 아무리 고객이 왕이라지만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면서 변덕을 부리는 고객,… 지켜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과하게 시달렸던 힘든 하루를 마감하면서 툭 던진 말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도덕 없는 행동은 은근히 나이와 연관이 있을 때가 많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믿을만한 속담이 있지만 젊어서는 결벽증에 가깝게 매사 조심하고 사려 깊게 행동했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 염치없고 뻔뻔한 행동을 하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된다. 자식 문제와 관련하여 도덕 없는 선택을 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관련된 잡음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지난 수능시험에서 종료 후에도 계속 답안지 표기를 한 수험생을 부정행위로 적발한 시험감독 교사의 학교에 찾아가 파면을 요구하며 폭언을 퍼부으며 1인 시위까지 벌인 학부모가 경찰대 출신 변호사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학부모는 자식문제라 과하게 대처했다고 사과를 하면서도 부정행위는 없었다는 뜻은 굽히지 않고 있다. 시험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학부모가 자식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시험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교사를 상대로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부모 심정’이라고 해도 판단력을 상실한 게 아닌가 싶다.
세월 가면 누구나 나이 드는 게 이치이거늘, 자기가 노력해서 점수 따듯이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는지 논리에 밀리면 나이라는 방패로 찍어 누르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한심하고 딱하기 그지없다. 젊은 사람도 나이 든 사람이 어렵지만, 나이 든 사람도 젊은 사람 대하는 게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논리 없이 나이 타령이나 하려 들면 문제해결의 길은 요원하고, 불통의 담을 높이 세우는 것 밖에 안된다.
대화 도중 ‘나이’가 등판하는 순간 젊은이가 입을 딱 닫게되는 걸 보고 “할말 없지?” 싶어서 우쭐해할 일이 아니다. 젊은이는 이제 이야기 대상에서 삭제할 것을 결심하고 빨간줄을 죽죽 그어버린 것일 뿐이다. 나이 든 사람이 젊은이에게 우스워보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이’를 무적의 방패로 내세우는 것임을 기억해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