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소브라즈의 소름 끼치는 범죄행각
그동안 OTT를 보지 않다가 뒤늦게 넷플릭스 세계에 입문했다. <더 글로리>, <오징어 게임>을 보고 나서 뭘 봐야 할까 이리저리 모색을 하다가 <너의 모든 것. You> 시리즈 정주행을 하고 나니 목소리 미남 펜 베즐리의 매력에 빠져 <가십걸. Gossip Girl>까지 보게 되었다. 요즘 제대로 가십걸 노릇을 하고 있는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펜 베즐리의 20대 초반 모습은 싱그럽긴 했지만 애송이 녀석들의 얽히고설킨 연애를 즐기기엔 너무 나이가 많은 까닭에 항마력이 딸려서 지속적으로 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소개에 선택하지 않을 수 없던 시리즈가 있었다. <더 서펀트. The Serpent. 2021>. 1970년대, 여행자, 범죄, 실화, BBC… 이 보다 더 믿을만한 조합이 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했으나, 이야기는 무겁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여행자들에게 접근하여 선심을 베풀고, 자신의 아지트에 머물게 하고, 약물을 써서 무력하게 만들고, 그들의 돈을 뺏고, 신분을 도용하다가 죽이기까지 하는 말 그대로 독사(Serpent) 같은 샤를 소브라즈의 범죄 행각을 다룬 드라마다.
여행자가 사라지면 바로 추적되는 인터넷 시대에 사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출국하면 잘해야 엽서 정도로 소식을 전할 뿐, 사람이 사라져도 그 소식이 본국과 가족에게 전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70년대 배낭여행자들의 실종은 미스터리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그에 의해 죽임을 당한 여행자들이 20여 명으로 알려졌지만, 신분 확인이 되지 않고 사라진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30명이 넘을 수도 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혼자 배낭여행을 즐겨 한 입장이라 드라마 속 여행자들에게 한껏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는데 독사의 손아귀에 너무 쉽게 들어가 버리는 경계심이라고는 1도 없는 여행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배가되었다. 배낭여행과 6년의 해외생활을 한 경험을 돌아봤을 때 현지 대사관의 존재 이유가 의문이었던 적이 여러 번이었지만 우리나라 외교관들의 사명감 부족을 탓했었기에 <더 서펀트> 속 다른 나라 외교관들의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고 안심하는(?) 순간도 있었다. 물론 네덜란드 대사관 허먼 크니펜베르흐의 집념에 경의를 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더 서펀트>가 실화라고 하니 수많은 여행자의 목숨을 빼앗은 희대의 살인마 샤를 소브라즈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가 화가 치밀어 올랐다. 1972년부터 1982년까지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 수십 명의 젊은이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샤를 소브라즈는 1975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만난 커플을 살해한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네팔 법원이 그가 고령이고 수형 태도가 양호했다는 이유로 2022년 12월 석방하여 프랑스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무고한 사람을 수십 명 죽이고도 자유의 몸이 되어 유유히 고국으로 돌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니 분노가 단전에서 끓어올랐다.
70년대보다 훨씬 편리한 환경이긴 해도 여전히 배낭여행은 곳곳에서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여행자들은 너무 긴장이 풀어져서는 곤란하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서는 조심 또 조심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더 서펀트>가 배낭여행자에게 주는 가르침
1. 여행지에서 절대 술 마시지 말 것
2. 웰컴 드링크 포함 모르는 사람이 건네는 음식은 먹거나 마시지 말 것
3. 대사관의 도움을 기대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