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회주의자의 GOAT, 조제프 푸셰

『나쁜 정치가는 어떻게 세상을 망치는가』

by Rosary

『메리 스튜어트』를 읽은 후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고 있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상한 전설적인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의 『베르사유의 장미』가 있게 한 『마리 앙투아네트』도 흥미진진했지만, 다소 도발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끈 조제프 푸셰(1759~1820)의 전기 『나쁜 정치가는 어떻게 세상을 망치는가』는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한 정치가의 초상에 감탄과 실소가 터졌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푸셰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에게 신세를 진 것으로 보인다. 발자크의 전기를 집필하던 츠바이크는 소설 『신비에 싸인 사건』에서 ‘나폴레옹조차 두려워했던 푸셰’로 표현한 대목에 호기심을 느껴 인간 조제프 푸셰를 탐구하게 된다. 푸셰가 현대에 태어나서 배우가 되었다면 아카데미상을 수차례 거머쥘 수도 있을 만큼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인물이다.


1790년에는 수도원의 교사였고, 불과 2년 후인 1792년에는 교회의 겁탈자가 되었으며, 1793년에는 공산주의자가 되었고, 그로부터 5년 후에는 백만장자가 그리고 10년 후에는 오트란토 공작, 그리고 마침내는 임시내각의 수반으로 권력의 일인자가 되었다. - 머리말 중에서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갈아타기의 제왕이다. 프랑스혁명의 격랑 속에서 온건한 지롱드당 소속이었다가 급진파 자코뱅당이 득세하자 로베스 피에르 편에 서서 국왕을 처형하는데 찬성표를 던진다. 나폴레옹 정부의 2인자로 군림하다가 나폴레옹을 축출하는데 앞장선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종족”이라고 규정했을 만큼 위선과 기만, 변절과 배반의 아이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셰의 전기는 현대 정치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만하다. 우리나라 철새 정치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회주의적인 행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의 시각으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종(種)이 다른 그들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뜻대로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끊임없이 성공하는 것보다 정치가와 예술가, 장군, 권세가들을 약화시키는 것은 없다. 실패를 보고서야 비로소 예술가는 작품과 자신의 참된 관계를 배우고, 패배를 한 이후에야 비로소 장군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실각의 쓰라림을 체험하고 나서야 정치가는 참된 정치적 달관을 얻게 된다. 끊임없이 부귀하면 유약해지고, 끊임없이 갈채만 받으면 둔감해진다. 중단은 공전하는 리듬에 새로운 긴장과 창조적인 탄력을 부여한다. 불행은 현실 세계에 대한 깊고 폭넓은 관찰능력을 가르친다. 모든 유배는 냉혹한 교훈이지만 학습이 되기도 한다. 4장. 몰락과 부활 중에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교황, 아버지의 집으로 떠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