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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세상에 잊어도 될 범죄는 없다.

by Rosary

배우 조진웅의 청소년 시절 범죄 이력에서 시작한 논란은 음주운전, 후배에 대한 폭력행사 등으로 번지고 있다. 조진웅의 범죄와 그의 처신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고 싶지 않다. 단지 그가 스스로 은퇴 입장을 내자마자 과연 누구를 위한 건지 의심스럽기까지 한(?) 괴상망측한 명분과 부자연스러운 단어들을 내세우며 조진웅 수호단이 방어막을 구축하는 걸 보니 내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나 싶다.


첫째, 강도와 강간, 음주운전, 폭행은 명백한 범죄다. 지하철에서 누군가의 발을 밟은 것이 아니다. 아무리 어린 나이라고 해도 그가 했던 일들은 실수가 아니라 범죄가 분명한데 유명 배우를 지키기 위해 그들은 어린 날의 실수쯤으로 가벼이 거론한다. 심지어 음주운전과 폭행은 배우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저지른 일이다. 어떤 이는 소년원 근처에 안 가본 청춘이 있느냐 반문하고, 어떤 이는 45년 전에 세상 떠난 스티브 맥퀸을 소환하고, 어떤 이는 바울과 예수까지 등판시킨다. 그들이 주장하듯이 어린 시절 일탈로 강도와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그토록 흔해빠진 일인지 묻고 싶다.


둘째, 그들이 좋아하는 배우가 불명예스럽고 갑작스럽게 퇴장하는 상황이 당혹스러운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에 앞서 엄연히 피해자가, 그것도 여러 명의 피해자가 존재하는 강력범죄를, 단지 편들기를 위해 너무나 가볍고 소홀하게 언급한다. 10대 시절의 조진웅이 그토록 안타깝다면서 10대 시절 씻을 수 없는 치욕과 상처를 입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을 피해자들에 대한 애처로움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셋째, 대중이 스타에게 등 돌리고 외면하는 결정적인 순간은 위선과 거짓이다. 조진웅이 그동안 보여준 정의롭고 듬직한 상남자 이미지 뒤에 약자를 짓밟은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지른 모습이 있었다는 것에 대중은 화가 나고 정이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조진웅을 감싸기 위해 그가 저지른 범죄를 사소한 실수 취급하며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는 논리로 맞서면 그에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죄 없는 사람은 드물지만 엄연히 죄의 경중이라는 것이 있음을 망각한 부실한 주장일 뿐이다.


스스로 도덕적 허들을 낮추면서까지 무조건 감싸기를 하는 것은 조진웅에게도, 대중에게도 결코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이 과연 모를까? 진영논리로 무장하고 전선을 펼칠 일이 결코 아니다. 피해자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생각한다면 해서는 안될 말들로 구업(口業)을 쌓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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