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민호야. 진짜 이상기온 아니냐?"
"어제 우리 집 냉장고도 땀 흘리드라"
"헐, 우리 집 부채는 목이 부러졌어!"
교실 안
땀으로 반짝이는 팔뚝들이 보인다
창문은 활짝 열려 있지만
바람은 창틀에서 멈춘다
선풍기는
'드르르르... 툭'
숨을 고르다
천천히 멈춰버렸다
선생님은
백묵을 부러뜨리며
"오늘은 3교시까지만 허자"
말씀하셨다
나는
가방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서태지와 아이들!
브로마이드 책.받.침
햇살에 반짝이는 판을
배에 척- 붙이면
"이야.. 살아 있네"
얼굴은 벌겋게 익었지만
아이들 눈은 여전히 반짝인다
책받침 하나를
돌려 쓰며
누가 더 오래 참나
숨죽이며 버티는 우리
덥지만
웃긴다
웃기지만
참을만하다
여름이 우리를 익히는 동안
우린 서로를
식혀 주고 있었다
<1992년, 그때 그 여름>을 쓰며
지금처럼 에어컨이 빵빵하지도,
선풍기가 조용하지도 않던 그 시절,
우리는 진짜 더위와 맞붙어 싸웠습니다.
가장 시원한 자리는 선풍기 앞도 아니고,
나무아래 그늘, 수돗가도 아니었습니다.
둘도 없는 친구
사랑하는 가족들
서로 부채질을 잘해주는 사람 옆이었죠.
그 여름
우리는 참 덥고, 참 웃겼고,
그래서 서로를 참 좋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