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없는 날

by 금쪽이선생

"내일은 비 안 온대"

텔레비전 뉴스 맨 끄트머리

일기예보를 꼭 챙겨 보던 시절


우산 없이 학교에 간 날

길 위로 제비가 한 마리

낮게 스치고 지나간다


학교를 파하자마자

비가 쏟아지고

바람도 슬쩍 따라와

아이들 두 손등을 적신다


정문 앞, 우산 든 어른들이

하나둘씩 친구들을 데려가고

문구점 차양막 밑에 혼자 선 나는

자꾸먼 멀어지는 발자국을 바라본다


누가 우산을 같이 쓰자며

팔을 끌었지만

둘이 우쓰기엔

너무 뚱뚱했기에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고

비 오는 거 좋아한다고

괜히 하늘을 쳐다보며

눈물이 비에 섞이길 바랐다


돌아가는 골목 어귀

비닐우산 하나 들고

누군가 서 있었다


"아이고 우리 손주 추웠지..."

할머니는 내 눈을 못 보고

가방부터 덮어주신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우산 안으로

조용히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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