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 20240508
2024년 2월, 완전히 새로운 여행지인 이스탄불과 두 번 가보았던 이탈리아 중에 고민하던 나는 이탈리아를 세 번째로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가보는 여행지를 여자 혼자 가기에는 아무래도 간이 좀 더 커야 할 것 같고, 두 번 가 본 이탈리아는 상대적으로 만만해 보였다. 워낙 거지 같은 행색으로 하고 다니는 덕에 이탈리아에서 그 흔하다는 소매치기도 한 번도 당해보지 않았으니 이번 여행도 자신감이 넘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여행이 2017년 9월경이었으니 무려 7년 만의 방문이다. 강렬한 햇빛과 맛있는 음식의 나라, 이탈리아. 있는 마일리지 없는 마일리지 싹 다 털어서 4월 27일 인천에서 출발한다.
이코노미석에 앉아 가는 장거리 비행은 고달프다. 20대 때야 기내에서 잠을 자기 위해 일부러 밤을 새우고 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했다가는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골골거리게 되는 것을 잘 아는 나이이다. 인천의 모 호텔의 거지 같은 시설에서도 가능한 한 푹 자려고 노력하고 왔더니 정말 잠이 하나도 오질 않았다. 덕분에 약 14시간 동안 나는 미루고 있었던 영화 세 편과 소설 한 편을 보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비행기는 연착되고, 이탈리아로 입국할 때 한 번도 FCO로 들어가 본 적 없었던 나는 우리나라가 자동입국심사가 되는 나라인 것을 전혀 몰랐다. 한잠도 못 자 멍한 머리로 중국인들과 같이 서 있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에 긴 줄에서 다시 기어 나온 나는 또 다른 긴 줄에 다시 한 번 서서 마침내 공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로마 공항 FCO에서 로마 시내로 들어가는 것은 고정가 fixed price로 50유로였다. 환율을 생각하면 헉 소리 나올 정도로 비싼 값이긴 한데, 그 당시 피곤에 찌든 몸으로 로마시내행 기차를 찾아 탈 자신이 없었기에 망설임 없이 택시를 탔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선택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테르미니 역에서 나와서 또 캐리어를 질질 끌고 호텔을 찾았어야 했을 테니까.
로마 시내에 도착하니 밤 9시였다. 익스*디아에 나와있는 호텔 주소는 호텔이 몇 층에 있는지 나와있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우체통을 보았지만 호텔이 몇 층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결국 초인종을 눌러 Which floor? 하고 외친 다음에 나는 겨우 호텔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나마 사람 하나 실을 수 있는 낡은 엘리베이터라도 있어서 캐리어를 끌고 5층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었다. 이탈리아 호텔들은 이마저도 없는 곳들이 많아서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호텔 스태프는 아주 친절했다. 비록 방은 코딱지만 했고 웹사이트에 나와있던 사진은 사기급이었지만 일단 하룻밤만 머물 곳이었기에 그 친절함을 위안 삼아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에서 준비해 준 조식을 먹고 나는 피렌체를 가기 위해 테르미니역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