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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llus Jun 05. 2024

나 홀로 이탈리아 여행기_21

20240426 - 20240508


이제는 카푸치노? 하고 묻지도 않는다. 내가 식당에 들어가면 커피 머신에서 커피 내리는 소리부터 들린다. 그릇에 음식을 골라 담아 착석하고 나면 이미 갓 뽑은 따끈한 카푸치노가 놓여 있다. 사실 슬슬 속이 쓰리기 시작해 커피를 줄이고 싶은데 이렇게 되면 마실 수밖에 없다. 오늘은 여행 기념 선물을 사러 Eataly에 갈 예정이다.

  


테르미니 역에 도착한다. Yepoda 하고 한국말로 예쁘다로 적혀있는 국적불명의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검색해 보니 Natural Korean Skincare라고 하는데 진짜 한국브랜드 맞나? 난 진짜 처음 본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애용하는 테르미니역 약국에도 갔는데 마르비스 치약 가격이 너무 세다. 그 이후로 다른 약국에도 마르비스 치약을 찾아보았는데 생각보다 이 치약을 취급하는 곳이 별로 없었다.



Eataly는 테르미니 역에 팝업 스토어가 작게 있고, 내가 찾아가는 곳은 Garbatella 역 근처에 있는 규모가 큰 마트이다. 솔직히 차 없이 뚜벅이가 가기에는 애매한 위치다. 역에서 내려서도 5분에서 10분 정도 걸어가야 도착한다.



식료품 가게지만 이탈리아산 화장품, 모카포트 등 관광객들이 찾을만한 것들도 다 구비되어 있다. 물론 내가 갔을 때는 시간이 오전이라 그런지 거의 현지인, 그것도 나이 지긋한 연령대의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각 지역별 고추 페이스트들을 진열해놓은 것 같다.


친구들에게 선물할 La Florentina 비누, 피스타치오 분말, 과일 젤리, 링귀니면, 트러플 스프레드, 트러플 오일 스프레이, 그리고 체리 등을 조금 사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Eataly는 1층과 2층 곳곳에 식사할 수 있는 곳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나는  2층으로 올라간다.



그래도 이탈리아를 뜨기 전에 샤퀴테리 플래터는 먹어보고 가야지. 술은 못하지만 샤퀴테리 류는 좋아해서 집 근처 가게에서도 종종 사 먹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가게가 없어져서 이탈리아에 온 김에 만끽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에 나온 때깔이 너무 고와 이 글을 쓰는 야밤에 군침이 돈다.


Eataly의 스태프들은 대다수 친절했는데 딱 한 명, 젊은 캐셔의 태도가 유독 불쾌해 기억에 남는다. 앞뒤로 현지인들에게는 살갑게 스몰 토킹을 하다가 내가 계산할 차례가 되자 표정부터 싹 바뀐다. 내가 웃으면서 헬로해도 대답이나 했나 모르겠다. 영어를 못하는 거야 상관없다. 이곳은 이탈리아니까. 그런데 언어와 태도는 별개이지 않은가? 해외에서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도 나중에 여행 가서 똑같이 그 친절을 돌려받기 바란다. 불친절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도 딱 그만큼만 돌려받길 바란다.



호텔에 돌아와 Eataly에서 사 온 체리를 씻어 먹었다.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접하는 미국산 체리와 달리 과육이 말랑한 편이다. 맛은 크게 달지 않다. 호텔에서 쉬다 나는 A 씨가 추천했던 판테온 근처의 타짜도르 La Casa del Caffè Tazza d'Oro로 향했다. 커피를 줄여야지 하면서도 모처럼 이탈리아에 왔으니 커피를 마실 수밖에 없는 미련한 상황이다.



내가 주문한 것은 이탈리아식 냉커피인 샤케라또. 셰이커에 넣어 직접 흔들어주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바의 뒤에 있는 기계에 넣어버린다. 에잉. 금세 완성된 샤케라또의 씁쓸하고 부드러운 거품이 입을 채운다. 설탕을 넣을 거냐고 물어봐서 아니!라고 호기롭게 대답했는데 설탕을 넣어야 훨씬 맛있을 것 같다. 자리에 선 채 순식간에 다 마신다.  



판테온 근처에는 Booktique라는 가게가 있다. 다른 기념품샵에서는 쉽게 보지 못하는 귀여운 기념품으로 가득한 콜렉트 샵이다. 디자인 잡화다 보니 가격도 좀 있는 편이다. 친구들 줄 엽서와 Wally의 와인향 룸 스프레이, 그리고 파우치 하나를 사고 나왔다.



저녁은 바로 근처에 있는 Kisaki. 오늘 저녁은 일식을 먹는다. 유자시오라멘과 아게다시나스를 시켰다. 튀김은 뭘 튀겨도 맛있으니 아게다시나스도 껍질이 좀 질긴 것 빼고는 먹을 만했으나 라멘은 정말 아무 기억도 남지 않을 맛이었다. 오늘 저녁은 실패에 가깝다. 이렇게 시켜도 물 포함 26.5유로가 나온다.


돌아오는 길은 쭉 걸어서 왔다. 하드리안 신전 Il Tempio di Adriano의 거대 기둥과 여전히 인파로 꽉 찬 트레비 신전을 보면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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