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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기_03

20250312_02

by Tellus Mar 12. 2025

한 두어 시간 정도의 정규 수업이 끝나면 방과후 활동이 시작되었다. 요일마다 그 활동이 달랐다. 미술 선생님들이 들어오실 때도 있었고, 우리가 다른 반에 갈 때도 있었고, 체육관에 갈 때도 있었고, 앞서 말한 놀이 선생님의 수업이 있을 때도 있었다. 미술 수업시간은 대부분 DIY 키트를 완성시키는 게 고작이었지만 선생님들하고 대화하는 것은 재미있었다. 체육관에서는 학생이 운동기구를 사용하게 지도하고 옆에서 지켜보거나 위험하지 않으면 멀리서 앉아서 지켜보거나 하는 것이 다였다. 그 시간엔 다른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나 공익근무요원이 체육관 매트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대화를 하곤 했다. 아마 체육 선생님도 그 공간에 같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시간에는 초등학생 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도 다 함께 체육관을 이용했다. 나는 조용히 입다물고 그들의 말을 주로 경청했다. 언젠가 한 번은 무슨 일인지 노래방 기계가 있었는데, B가 방방 뛰며 BTS 노래를 열창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난 그때까지 자주 들리던 그 노래가 BTS 노래인 줄도 몰랐다. 역시 어린 애들은 다르다고 내심 감탄했다.


그러고보면 내가 전담하던 교실의 친구들이야 전부 활동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반의 친구들은 움직일 수 없어 휠체어를 타는 학생들도 꽤 있었다.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휠체어를 밀면서 체육관에 들어오던 것도 기억난다. 


또 무슨 일이 있었냐면... 고등학생 남학생 한 명이 여학생을 뒤에서 확 끌어안는 일이 있었다. XX야! 다급하게 외치며 선생님들이 바로 떼어놓는 게 기억난다. 놀랍게도 그 친구의 실명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상도 하지. 내가 전담했던 학생 - A, B, C, D 모두 실명이 기억나질 않는데 그 순간 자주 보지도 않던 학생이 사고를 치고 그걸 말리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체육관 안에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것은 기억이 뚜렷하게 나는 거다. 한 여자 선생님께서 그러면 안 되지. 하고 나무라던 것도, 그리고 옆에서 눈치 없고 성인지성 떨어지는 남자 선생님 하나가 "XX 너도 남자구나~" 하고 이죽거렸던 것도. 여자아이는 놀라서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는데도.


당연하지만 자원봉사자 선생님들 대다수는 전부 좋은 뜻으로 이 일을 하고 있을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최저시급도 되지 않는 돈을 받으며 일을 할 리가 없다. 교육청 채용 페이지를 몇 번 뒤적여보신 분들이면 알겠지만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는 언제나 2차, 3차까지 붙곤 한다. 그만큼 할 사람이 없다는 거다. 하지만 그들의 뒷담은 가끔 도를 넘을 때가 있었다. 아이들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XX는 어릴 때는 예뻐서 기대했는데 지금은 영 별로야, 라는 둥의 말을 할 때가 있었다. A를 앞에 두고도, A의 어머니가 식당에서 A를 앞에 두고 낮술하는 걸 봤는데 보기 영 안 좋더라, 라는 이야기를 나에게 하셨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A의 양 귀를 막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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