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3
우리 반의 담임 선생님은 전혀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우리 반 공익 근무요원이 귀띔해주기를, 물어보면 대답은 잘 해주시지만 원래 조용한 분이라 했다. 나보다 어려 보였다. 당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휴직을 앞둔 상태였다. 내가 아이들의 병명을 물어봤을 때도 지적장애, 라는 뭉뚱그리는 말 이외에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의욕이 없어 보였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수업은 잘 가르쳤다. 다른 게 문제였을뿐.
나는 다른 선생님들, 특히나 미술 선생님들과 대화할 기회가 더 잦았다. 미술 선생님 한 분과 다른 반에 근무하는 공익 요원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선생님, 꿈은 안 꾸세요?"
여기, 그러니까 이 특수 학교 꿈을 꾼 적 없냐는 질문이다.
"아니요, 한 번도 꾼 적 없는데요."
내 대답에 선생님은 "멘탈이 강하신가보다," 하고 말씀하셨더랬다. 그럴 리가 있나 싶어 나는 그냥 웃었다. 선생님은 꿈을 종종 꾼다고 했다. 앞에 서있던 공익 근무 요원도 그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자기도 그렇다했다. 당시 꿈을 꾼 적 없던 나도 이해는 됐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생활공간인 곳이 나에게는 낯설게 다가오는 기묘한 감각. 일상 생활에서 잘 보이지 않는 장애인들이 주가 되어 내가 객客이 되는 공간. 복도를 걸어다니면서도 가끔 꿈을 꾸는 것처럼 이질감이 느껴지던 장소. 내가 일상 생활 공간에서 장애인을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학교가 그토록 이공간처럼 느껴졌을까 자문해본다.
허나 단순히 이질적인 느낌때문에 다들 학교 꿈을 꾸진 않았을 거다. 단순히 그런 것이었으면 내가 그쯤에서 꿈을 꿨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학교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그 학교를 그만두고 난 이후부터다. 무력감 helplessness과 절망감hopelessness도 단단히 한몫을 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