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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llus May 18. 2024

나 홀로 이탈리아 여행기_05

20240426 - 20240508

4월 30일. Day 4. 이제 피렌체를 떠나 살레르노Salerno로 향할 때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선 좀 더 남부에 집중하고 싶었던 나는 어디에서 묵을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살레르노를 택했다. 이탈리아에서 오래 생활하신 가이드분들도 학을 떼던 나폴리보다 치안도 괜찮다 들었고, 가고 싶었던 폼페이와 파에스툼Paestum에도 가까웠기에 선택했다. 이번 여행에서 포지타노와 아말피에는 가지 않았으니 잘 모르지만 그쪽을 가는 여행객에게도 살레르노가 나쁘지 않은 선택지인듯 했다. 


살레르노에 도착한 나는 호텔에 짐을 맡겨놓고 바로 나와서 카세르타Caserta로 향했다. 살레르노에서 카세르타까지는 환승 없이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카세르타는 원래 여행을 계획할 때까지는 몰랐던 도시였으나, 그후에 어쩌다 알게 되어 충동적으로 걸음하게 된 여행지였다. 그 때의 나를 칭찬한다.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카세르타는 이번 여행의 백미였다. 



카세르타 역에서 내리면 바로 널따란 공원과 카제르타 성Reggia di Caserta이 보인다. 카세르타 성은 부르봉 가의 이탈리아 계열? 왕가에 의해 지어졌고 예전 왕가가 살았던 성들 중에선 세상에서 제일 규모가 크다고 한다. 한마디로 베르사이유보다 크다는 것. 실제로 방문해보면 그 넓이가 어마어마해서, 왕성에서 뒤로 펼쳐져 있는 정원 끝까지 걸어서 대략 1시간이 걸린다 했다. 정원에서 다니는 셔틀 버스와 골프 카트가 있으니 대충 규모가 상상되는 셈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카세르타 성은 뒤로 미루고 성 주변에 있던 피자집을 찾았다. 요즘 웬만한 이탈리아 식당들은 QR코드로 메뉴를 보여주는데, 가게 와이파이는 잡히지 않고 e-sim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메뉴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친절한 점원은 자신의 폰으로 메뉴를 보여주었고 나는 제일 무난해보이는 마르게리따를 골랐다. 갓구운 마르게리따 피자는 도우가 쫄깃쫄깃하고, 치즈도 신선했고, 토마토소스도 새콤하니 산뜻한 맛이 났다. 다만 다 먹을 수 없어서 결국 도우는 다 떼어내고 속만 파먹어야 했는데, 가게의 이탈리아 사람들이 나중에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의문이다. 나도 그렇게 먹을 수 밖에 없어서 미안했다. 


가게에 앉아 덜컹거리는 인터넷으로 카세르타 성의 정보를 찾다 보니 카세르타성이 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는 정보를 뒤늦게 확인했다. 어? 근데 구글에서는 영업중으로 떴는데? 구글이 틀린건가? 결국 난 카세르타까지 와서 피자만 먹고 가는 건가? 이래서 확인을 잘 했어야 하는데. 휴일이 고무줄인 제주도 인스타 맛집들에 이골이 난 내가 관광지가 열었는지 않았는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다니. 



다행히도 가게와 카세르타 성 사이에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었다. 뛰어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오늘은 특별하게 연다고 했다. 오, 럭키. 나는 땡큐를 외치고는 카세르타 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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