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 20240508
로마 여행 사흘 째이자 피렌체 여행 이틀 째 아침, 나는 충동적으로 피렌체 근교에 있는 아웃렛인 The Mall로 향한다. The Mall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에서 나는 이제까지 만나지 못했던 한국 사람들을 여기에서 다 보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The Mall에서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 아빠 선물로 드릴 손가방을 사기 위해서 왔으나 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 아빠의 요구는 오백 원을 줄 테니 피가 너무 두껍지 않고 앙꼬가 적당히 달고 팥이 전부 으깨지지 않은 단팥빵을 두 개 사 오너라, 급으로 까다로웠다.
내가 이 날 아웃렛에서 산 것은 파니니와 과일주스, 그리고 물뿐이었다. 모차렐라 치즈가 들어간 파니니를 감흥 없이 씹어먹는데 귀여운 참새가 다가와 나의 식사메이트가 되어주었다. The Mall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적어도 우드버리보다 규모가 작은 건 확실했다. 손님이 적어서 웨이팅 할 필요가 없었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두 시간도 되지 않아 구경이 끝났다. 10시에 도착한 나는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앉아서 시간을 때우다가 1시에 피렌체로 돌아가는 버스를 탄다.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본점. 유로가 너무 비싸 이 날 샀던 수분크림은 택스 리펀을 받아도 한국보다 비싸다는 게 함정이었다. 나는 왜 돈을 더 주고 짊어지고 오는 고생까지 했나...
그래도 오래된 약국인 만큼 보고 향기 맡아보는 재미가 있어 좋았다. 전 세계에서 몰린 관광객으로 가게는 무척 바빴다. 일본어 대응 되는 스태프도 있는 것도 이해가 가능한 것이, 피렌체에서는 한국 사람보다 일본인을 훨씬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래도 피렌체에 왔으니 두오모는 봐야지. 여전히 아름다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피렌체에 세 번째 왔지만 난 저 위로 단 한 번도 올라가 보지 않았다. 아니다, 올라갔었던가?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계단을 올라가는 고생을 사서 하고 싶지는 않다.
이 날 저녁은 센트럴마켓 Mercato Centrale에서 트러플이 들어간 라비올레. La Pasta라는 곳이다. 혹시나 피렌체 중앙시장 맛집을 찾아오실 분께 감히 말하건대 이것만큼은 절대 사 먹지 마세요, 맛없습니다. 내가 찾던 트러플이 들어간 크림 파스타는 이 가게 맞은 편인 IL TARTUFO에서 판다. 꾸역꾸역 먹다가 남기고 마켓에서 나온 나를 구제해 준 것은 Yi Fang의 후르츠티였다. 이팡 만세. 역시 아시아의 맛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