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아플수록 돈은 더 필요한데, 나는 아플수록 돈을 잃어간다. 건강하기 위해서 돈을 쓰는 거지만, 건강해질수록 다음번에 마음 편히 아플 수 없는 현실이 씁다.
지난밤부터 무릎 뒤쪽 통증이 올라오더니 결국 밤이 되니 견딜 수 없이 아팠다. 뻑뻑해진 다리는 구부려도 아팠고 펴도 아팠다. 너무 아파 잠도 못 자겠는 터라 침대에서 이리저리 몸을 바꿔가며 끙끙거리다가 앉아서 파스도 발라보고 마사지도 해봤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응급실을 가봐야 별다른 조치 없이 진통제만 받을 걸 알았지만 그 진통제가 너무 급해 겨우 한 걸음씩 디뎌가며 택시를 타고서 응급실로 갔다.
생각했던 바와 같이 응급실에서는 검사 진행은 물론 다른 조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간단히 진찰만 하고 어떠한 이유도 듣지도 못하고서 진통 주사 맞고 진통제를 타고서 다시 택시에 올랐다.
10분 거리의 병원에서 한 시간 반을 대기하다가 면담 후 주사 맞았을 뿐인데 약 20만 원이 나왔다. 덜컥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러다 또 업무에 지장이 생기면 어쩌나, 나는 병원을 자주 가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래야만 병원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데, 일조차 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까 봐 마음이 두렵다.
이 한 몸 아프고 싶어서 아팠던 적 추호도 없건만 아프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견뎌내야 한다.
쏟아지는 의료비와 관련하여 파생되는 비용들을 견뎌내야 한다. 돈이 좀 모일만하면 빠져나간다. 때론 계속 병원에 다닐 수나 있을까 걱정된다. 가정에서 그간 져왔을 비용의 부담이 대단히 죄스럽다. 또 장래의 가정에도 계속 이러할까 봐 이미 죄스럽다.
다음으로는 스스로의 감정을 견뎌야 한다. 계속되는 통증과 불편함은 정신적으로 우울하게 만들고 피폐하게 만들어 잠시 방심하여도 한없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진다. 사소한 일들에 짜증이 나며 견딜 수 없이 피로감들을 느낀다.
그런 감정을 다듬기 위해서는 정신이 오히려 몇 배로 더 피로한데 아픔이 길어질 수록 점점 그런 여유가 부족해진다. 화 안 내는 좋은 환자가 되기란 어쩌면, 다 포기해야 가능할지 모른다.
게다가 아플 때에는 이해받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실제로 그럴 거라는 두려움을 견뎌내야 한다. 살면서 한 번 아프기도 힘든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참으로 부럽다.
그들은 보통 나를 안타까워하며 동시에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아픔이란 경험하지 않은 자에게 설명하기 참으로 어려운 것이기에 이해받음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서 그저 담담해져야 한다.
오늘 나는 무슨 말이 하고 싶었을까. 그저 나 아프다 얘기하는 일조차 누군가에게 피로가 될 수 있는 현실의 각박함 속에서 ’그래도 그 마음 안다‘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플수록 돈은 더 많이 들어가는데, 나는 돈이 그리 많지 않다.
돌아오는 택시에서, 들고 있던 영수증을 바라보며 ’넓디넓은 세상 속 맘 편히 아플 수 없는 사람 얼마나 많을까‘ 하고서 이름도, 얼굴도 모를 그대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보내었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많이 겁나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많이 용기를 내야 하는지 모른다.
글을 쓰는 지금도 몇 번이고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글쓰기를 멈추고서 끙끙거리며 아파하다, 겨우 몇 자 다시 쓰다 반복한다. 아마 오늘은 한숨 잠도 못 잘 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 글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까닭은 결코 오늘의 마음과 통증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함이니.
그리하여 세상 살아가며 나와 같은 다른 이들 마주하였을 때에 그리 놀라지 않으리라. 낯설어하지 않으리라. 이런 상황이 대단히 잘못된 게 아님을, 무던히 잘하고 있다는 위로와 용기를 기꺼이 내어주리라.
나의 세상은 참으로 어두우나 그렇기에 한 줌 빛마저도 극히 밝아 이내 곧 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