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진짜 너무 힘들다

by 정소인

길은 저기 하나인 거 같은데, 모두가 저리로 가는 듯한데. 나도 저리로 가면 될 듯한데. 이 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얼마 전 새로운 노래를 찾던 중 감성적인 노래에 적힌 댓글을 보고 기분이 참 이상했다.

’얘들아 근데 나 진짜 너무 힘들다‘

잊고 있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남들 다 미래를 보고 살라는데, 지금 여기서 더 많은 생각을 했다가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거 같아 생각을 멈춘 채 내가 사는 오늘 하루, 그중에서도 지금 당장. 딱 그 하나만을 사는 것에 집중하고 다른 것들은 다 미뤄두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최근에 기억의 형성에 대해 들었다. 기억의 형성은 해마에서 복합적인 정보들을 의미 있다고 생각하여 하나로 묶을 때에 기억이 된다고 한다.

나에겐 미래가 그런 것이었다. 미래를 나타내는, 알려주는 수많은 말들과 글들 그리고 감정들은 나에게 무의미한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하나를 사는 것조차 의미를 찾기 절박한 나에게 미래의 의미를 되새기며 지금을 희생하라는 말은, 참으로 배부른 말로 다가왔다.

’근데 진짜 너무 힘들다.’

이 짧은 문장에는 나의 아픈 기억들이 많이 녹아있다. 이 문장을 수식하는 앞의 말들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정말 사랑받고 싶은데, 정말 잘해보고 싶은데,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의미를 나도 찾아보고 싶은데, 나도 살고 싶은데, 죽기 싫은데.

잠을 자지 않고 버티는 분야에서 공식 최장 기록을 갖고 있는 청년에게 실험이 끝난 뒤 누군가가 물었다고 한다. 어떻게 버틸 수 있었냐고, 어떤 생각을 했었냐고. 그랬더니 그 청년의 대답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였다. 당장의 그 상황에만 필사적으로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 또한 이와 같다. 독했던 아픔의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방법에 대한 기억은 사실 크게 남아있지 않다. 당장의 사는 것에만, 당장의 부정을 이기는 데에만 집중했던 터라 내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없다. 아니, 기억을 남길 여유가 없었다. 내 삶에는 추억이 그리 많지 않다.

그때는 왜 그리 힘들었을까. 아프고 절망했을까. 과거를 돌아보며 원인을 찾고 상처를 기우고자 점차 시간을 마주하였을 때, 나에게는 사랑이 부족하였고 시간이 부족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다 타버린 들판일지라도 기다리면 꽃은 피건만, 나에겐 기다리는 사람과 시간 모두 없었다. 잿빛, 그것만이 내 세상이었다.

도무지 ‘당신’이라 할 사람들이 없었기에 대화에 서툴렀고 관계가 어려웠다. 어쩌다 주목이라도 받는 어느 날엔 그 기쁨에 겨워 어찌할 바를 모르다 기어코 실수를 하고선 다시금 실패를 맛보았다.

학대받은 개마저도 동네를 못 떠나듯 나는 어쩌다 사랑받았던 자리가 있을 때면 이미 버림받은 시간일지라도 도무지 발 떼지 못하였다. 갈증으로 평생 갈라지던 목에 단물 한 방울은 오히려 좋지 못하였다.

이를 알기에 나는 주변에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이를 만나는 것이 오히려 두렵다. 내가 그 샘물이 되지 못하고 잠시 잠깐의 소나기가 될까 봐 마음을 섣불리 열지 못하겠다.

내 마음의 샘은 너무나 얕은 것이어서 나 하나 먹이고 나면 남는 것이 없어 이 마음 누구에게 감히 드리기가 참으로 겁난다.

나는 또 악한지라 내 여유를 벗어날 때면, 들으며 공감하는 것을 넘어 이제서야 겨우 이겨내고서 등지고 있는 그 뒷모습이 나에게 다시 드리우기에 서둘러 도망하고야 만다. 이런 모습이기에 누군가에게 차마 그늘이 되어주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렇게 눈물짓는 사람에게, 나 같은 승냥이라도 걸어왔음이 용기가 되길 다만 바랄 뿐이다.

이것이 어쩌면 나의 추억이다. 잠깐의 사랑도 깊이 기억함과 동시에 다시금 떠나보낼 수 있게 만드는 나의 귀한 추억이요, 기억이다.

‘근데 정말 너무 힘들다’는 말, 결코 다 이해할 사람 없어도 기억하며 손 내밀 사람 분명 있으니 아픔의 시간 너무 홀로이지 말고서 철저히 너 자신을 위해, 마음껏, 되는 만큼 나를 이용하라.

혹, 오늘날 당신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도저히 어떠한 기운이 나지 않는다면

너무 멀리 보지 말고서 잠시 오늘만 바라보다 힘을 얻고 다시 나오기를.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내가 잠시 집중할 수 있는 혹은 반대로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것을 찾기를.

펑펑 울어버릴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찾아 조금씩이라도 털어내기를

결코, 무리하지 말고서 충분한 용기와 기쁨이 있을 때면 틈틈이 과거와 현재의 아픔 그리고 불안을 마주하고서 이것이 나를 무너뜨리고 힘들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결국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결국 사람은 떠나가기에 내 곁에 평생 남아 지켜볼 유일한 사람은 ‘나’임을 기억하고서 타인 너무 의지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