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싫증을 느끼곤 했다.
여러 사람과 여러 일들에 흩뿌리듯 날렸던 나의 호기심과 관심을 다시 거두지 않고서 종종 뒤돌아섰다.
좀처럼 인내하지 못하여, 여기저기 이름은 있으나 실체는 없는. 가볍디가벼운 존재가 되어 이곳저곳에 흩날리다 사방에서 발에 치였다.
알곡이 모이지 않았던 창고는 찾는 이 없이 남겨졌기에 훼손되며 파훼되어 초라한 모양새로 수년을 누비었다.
쉬이 내민 손과 같이, 싫증은 과거를 떠나 늘 새로운 흥미로 인도하는 듯하였으나 실상은 오히려 나 자신이 싫증을 제공하는 근원이 되었다.
남겨진 이름은 있으나 오히려 나에게 버려진 이름들이기에 다시금 찾아오실 이 없어. 일방향적인 그리움 속 남겨진 기억들을 주으며 따라가던 길에서야 나를 발견하였다.
알록달록 예쁜 것들을 잠시 따라가며 끝무리만을 떼어 내 것 삼았던, 싫증 가득했던 이 삶은 오히려 흉물이었다.
좀처럼 고통과 인내를 수반하지 않으려던 삶은 결국 그릇을 넓히지 못하여 빈 소리만 요란하게 자랑할 뿐이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싫증을 느끼는 듯하다. 평생 재미만 쫓던 버릇 아직 남아 이 발목을 잡는다. 자신의 그릇됨을 발견하지 못하기에 또다시 후회할 과오만을 남긴다.
왜 나는 쉬이 싫증을 느꼈던가. 내 관심과 흥미와 사랑에 이리도 책임지지 않는 아직도 앳된 이 삶을 과연 어느 누가 기어코 들어와 살펴보겠는가.
어느 것 하나 깊게 살피지 못했기에 너르고 얕은 개울이 되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발바닥 잠시 적신 후 곧 갈 길을 떠나간다. 누구 하나에게도 쉴만한 물가 되지 못하기에, 푹 잠기는 발자국만 나를 밟고서 지나간다.
다른 멋진 이들과 같이, 나는 떠나는 이를 잡지 않는 것이 아니다. 떠나감마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협소하며 그나마의 피혁마저도 백골과 상접하여 옹졸한, 그저 작은 개울일 뿐이다. 기쁘게 맞이하였던 싫증은 오히려 이렇게나 나의 지경을 제한하였다.
어쩌면 이것이 참 한스러울지 모른다. 아마 이것은 오래도록 내게 퍽이나 슬픈 일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이 모습에도 불구하고 꼭 천치처럼 이제라도 기뻐하는 까닭은, 금시라도 물길이 닿아 이 개천이 점차 깊어지며 넓어져가기 때문이다. 이제나마 불씨에 불길이 닿아 쉬이 타오르며 삶에 열을 낸다.
이제서야, 비로서 이제서야, 아둔한 이 몸 마저도 싫증 하는 것에 싫증 하고서 당신 보이신 그 길을 기필코 실증하리라.
아아, 이제라도 이내 곧 개화하여 고집하리니. 이 밤은 끝끝내 발아하여 그간의 진토를 떠나 다시금 생명을 목도하리라. 마침내 이 발에도 진흙을 묻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