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은 마음,

by 정소인

사랑받지 못했기에 오히려 사랑받는 것이 낯설었고 두려웠다. 그토록 바라던 것이었으나 덜컥 받고나니 이 아름다운 것 깨뜨릴까 겁났고 어찌할 바를 몰라 멀리하였다.

성장기에 좀처럼 사랑받지 못했다. 엄한 부모님 아래서 나는 없고 부모님의 생각을 채워가며 그것으로 자라갔다. 이 나날로 인해 그분들을 미워하거나 원망치는 않지만, 퍽이나 서러운 마음은 오래도록 어찌하지 못하고 있다.

나도 사랑받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못났던 겉모습으로 인해 학교에서 또래들과 선생들로부터 그리 이쁨 받지 못했다. 또 그때의 나는 불운하게도 말이 많았다.

학교 가는 길도, 집으로 가는 길도 어찌나 마음이 외롭던지 그 사잇길을 걸어갈 때면 눈부신 일출과 황홀한 일몰들 사이 어두운 것은 오로지 나 하나였다.

당시 나의 주변 사람들을 이제는 제법 이해한다. 고집이 퍽 강한 편이었고 말이 참 많았으며 눈물은 많으나 겸손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형적인 우수함은 하나 가진 것 없었다.

이런 나의 인품으로 인해 누군가 마음 내어 다가오더라도 이내 곧 떠나가는 일이 잦았다. 그렇다. 결국 내 탓이었을 거다. 뒷모습 보는 일이 너무 익숙해서 떠나는 일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앞을 보이며 나에게 다가올 때 이미 두려움이 시작하곤 했다. 그때부터 내면에선 벌써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저 살아있을 뿐인데, 참 많이 미움받았고 참 오래 혼자였다. 내가 살지 않기를 원하던 것일까. 어쩜 그리 나의 존재를 미워하였던 것일까. 아니다. 어쩌면 나의 존재를 즐겼던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들은 나를 대하며 웃는 일이 잦았다. 다만 함께 웃지 못할 뿐이었다.

누군가는 내게 이유가 있다며, 연단의 시간이라며 견디고 배우라 하였지만, 끝이 없던 그 연단은 뜨거운 불 가운데 너무나 많이 스스로 무쇠질을 하였기에 거의 호흡이 끊어질 지경이었다. 내 생명의 단절, 그것이 당신께서 나에게 원하시던 것이었을까. 어린 날의 나에게 너무나 버거웠다.

미움이 나를 타고 흘러갈 때면 단장을 손으로 찢듯이 속이 아렸다. 나의 어떠함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마저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할 때, 오히려 나에게 마음 내어주고 시간 내어주는 것이 그들을 향한 모욕과 조롱의 시작이 될 때면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서 혈을 토하고서라도 기억을 잃고 싶었다. 멀리 높이 올려주었던 연이 되었으나 오히려 벼락을 그 손에 내리는 참람한 기분이었다.

타인에게서 이 모든 이유를 찾았으면 오히려 마음은 편했을지 모른다. 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허나 모두가 나에게 이유가 있다 하며, 나의 귀책을 물으니 내 안의 혈관을 점차 하나씩 끊어가며 이 생명이 참으로 잘못인가 돌아보았다.

그러나 나는 이를 말할 때에 슬프지가 않다. 과거를 고백할 때에 도무지 아프지가 않다. 다만 나의 과거를 지금 걷고 있을 또 다른 이를 바라보지 못함이 개탄스럽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오히려 한참 못났기에 배움에 탁월하지 못하여 마땅히 갈 길을 가지 못함에 서러움이다. 살고자 하는 이를 살리는 것. 추락하는 영혼을 격려하는 것. 한 번의 쉼 혹은 숨을 불어넣는 것. 우리의 마땅히 해야 할 바이며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사랑 안에 거하고 있는가. 혹 사랑을 안 해 또 하나의 숨 거두고 있지는 않는가. 또 저기 불빛은 언제나 사그라든다. 오늘의 흔한 구명을 미루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