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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탄 | 風樹之歎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by 붕어만세


사자성어와 고사성어는 쵸큼 다릅니다. 사자성어는 곰곰이 맥락을 따져보면 대강이니마 그 의미를 짐작해 볼 수 있지만, “옛이야기(故事)”에서 특징을 잡아내는 고사성어는 그 “이야기”를 모르면 아예 무슨 말인지 가늠해 보기도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풍수지탄을 풀어보면 바람(風)과 나무(樹), 그리고 탄식(歎)입니다. 대체 바람과 나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감도 안 잡히고, 탄(歎) 역시 기쁜 일이 있을 때 나오는 감탄(感歎)인지, 슬픈 일이 있을 때 내쉬는 탄식(歎息) 인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야기를 모른 채, 글자들만 가지고는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잘 봉양해야 한다.”는 뜻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지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고사성어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무작정 달달달달 외우지 않아도, 누가, 어떤 상황에서, 왜때문에 그랬는지를 알고 있다면, 자연스레 고사성어의 의미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야기”는 “암기”보다 훨씬 기억이 오래 남고, 기억의 끝자락을 끄집어내기도 쉽습니다.


못난 아들 때문에 고생 많으셨어요. 부디 편히 쉬세요.


본격!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천하를 주유하던 공자는 어느 날, 슬피 울고 있는 한 청년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깨가 축 쳐진 모습에 측은한 마음이 든 공자는 가만히 청년을 불러 사연을 물었습니다. 자신을 초나라 사람인 고어(皐魚)라고 소개한 청년은 큰 한숨을 쉬며 세 가지 한을 털어놓았습니다.


첫 번째 한은 부모님을 제대로 봉양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공부를 하고 돌아와 보니, 그 사이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것입니다. 두 번째 한은 그렇게 공부를 했는데도 아직 섬길만한 군주를 만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한은 밖으로 떠도느라, 오랫동안 속을 터놓고 지내던 친구와 서먹해진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친구와는 얘기라도 해 볼 수 있고, 주군 역시 다시 찾아 나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은 그저 추억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청년은 공자를 보며,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어 하지만 바람이 그냥 두지 않고, 자식은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때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서럽게 탄식했는데, 이 이야기에서 바람과 나무, 탄식을 따와 풍수지탄이 나왔습니다.




덧 붙이는 이야기

한번 잘못 외우면 계속 헷갈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풍수지탄과 맥수지탄처럼 말이죠. (치킨 타올이나 스튜디어스 같은 것도 그렇구요..)


우리 속담 중에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 잘 날이 없다.” 는 속담이 있습니다. 자식이 많으면 근심 또한 많다는 의미입니다. 나무는 한 줄기에서 여러 가지가 뻗어가기 때문에 나뭇가지는 종종 형제를 상징합니다. 가지가 붙어있는 큰 줄기는 부모를 의미하구요. 그래서 이야기 속에 나오는 나무는 부모나 조상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맥수지탄과 풍수지탄이 헷갈리실 때, 나무 = 가족 = 조상을 떠 올리시면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고향까지 들리도록!!




어허. 훈늉한 훈련병은 함부로 울지 않습니다!




..응?..




네.. 한번 헷갈리면 쭈욱 헷갈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뽀오나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맥수지탄 : 푸르른 보리밭을 지나며, 문득 살아생전 보리밥 정식을 좋아하시던 어머니가 생각나 닭똥 같은 눙물을 뚝뚝 흘렸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크흠..



오늘도 바람이 나무에 스치우는 구랴..

풍수지탄 : 을씨년스러운 바람과 죽은 나무의 바스락 거림에 망해버린 나라 생각이 울컥…근데 따지고 보면 풍수도 쫌 별루였다며.. 크흠..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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