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전체 | 小篆體

아빠가 알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부록-

by 붕어만세

춘추전국시대에 들어서며 중국은 수많은 나라로 쪼개졌습니다. 각각의 나라들은 때로는 동맹을 맺고 때로는 싸우길 반복하며 무려 550여 년 동안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갔고, 그 결과 큰 줄기는 비슷하지만 곁가지들부터는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갈라지고 있었습니다. 각종 법률이나 예법은 말할 것도 없고, 상거래의 기본이 되는 도량형의 크기나 화폐, 심지어 문자까지 말이죠.


천하를 통일한 시황제는 천세동안 이어질 제국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나라마다 조금씩 달랐던 부피, 무게, 길이의 단위부터 다시 통일시켰습니다. 물자들을 원활하게 수송해야 하니 길의 넓이와 수레의 폭도 다시 정했구요. 당연히 글자도 하나로 정리하고 싶었지요. 수레는 같은 규격의 바퀴를 쓰고, 문서는 모두 같은 글자를 쓴다고 해서 거동궤서동문(車同軌書同文)이라고 합니다.



동글동글 예뻐서 요즘에는 도장 팔 때 많이 씁니다.

통일전까지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주나라에서 정리한 글자인 대전을 주로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전은 다소 복잡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같은 글자인데도 나라마다 조금씩 모양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결국 진나라의 승상 이사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뛰어난 서예가이기도 했던 이사는 대전을 모아 간략하게 손봤는데, 대전을 쉽게 바꾼 글자라는 의미에서 소전이라고 불렀습니다.



세로쓰기하려면 글자가 가로로 납작해야 효율적이죠..

반듯반듯하면서도 적당히 둥글둥글한 소전이 마음에 쏙 들었던 시황제는 통일 진나라의 오피셜 서체로 소전을 밀었습니다. 하지만 진나라가 망하고 한나라가 들어서자 서체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소전이 참 예쁘긴한데, 막상 쓰려니까 좀 불편했거든요. 그래서 나온 글자가 좀 더 간단한 예서입니다. 특이하게도 예(隸)는 노예나 몸종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가장 신분이 낮은 사람도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도 있고, 행정 실무를 전담하는 관리인 도례(徒隷)들이 많이 쓰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아무튼 예서는 확실히 소전보다 쓰기가 편해서 점차 소전 대신 쓰이게 되었습니다.



해서는 우리가 아는 한자체, 행서는 필기체, 초서는 날림체?

이후, 당나라 때 해서체의 기틀이 잡히고, 필기체에 해당하는 행서, 초서도 나타나면서 소전체는 점점 실생활에서는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글자의 균형감이 좋고 모양이 예뻐서 지금도 제목을 뽑거나 도장을 팔 때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브런치에서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소전체는 2025년 기준, 네이버 한자 사전을 기초로 하고, 네이버 한자 사전에 없는 글자들은 hanziyuan.net 에서 찾아 옮겼습니다. 그래도 없는 글자는 분해해서 다시 만들었구요.

그래서..

너무 믿으시면 안 됩니다.

중요한 문서 작성하실 때는 꼬옥 해서체로..크흠..



덧붙이는 이야기

도량형의 통일은 문자의 통일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우리가 료리책을 폈을 때 첫 문장부터 밀가루 12온스로 시작하면 바로 책을 덮고 배민을 켜잖아요..


인치, 피트, 야드, 마일, 온스, 갤런, 배럴에 요즘엔 부셀까지 나오는데 하물며 “한 꼬집” 은 말할 것도 없지요. 대체 어디를 어떻게 꼬집어서 넣으라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료린이의 근심은 깊어만 갑니다. 물론 궁극의 료리 단위인 “적당히”도 있긴 합니다만..



FIN.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대옵빠가 알려 두리는 인플루언서 사진 찍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