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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어만세 Jul 02. 2024

우도할계 | 牛刀割鷄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소(牛) 잡는 칼(刀)로 닭(鷄)을 잡다(割). 아마 소 잡는 칼은 꽤 큼직하고 무거울 겁니다. 이걸로 닭을 잡으려 한다면 괜히 힘만 들고 일이 번거롭겠죠. 이처럼 일 크기에 비해 격이 맞지 않는 인재를 붙이거나 지나치게 큰 노력을 들이는 것을 우도할계라고 합니다.


하루는 공자님이 제자인 자유가 다스리는 무성에 들렸습니다. 마을 곳곳에서 거문고 소리가 나는 것을 들은 공자님은 '이렇게 작은 마을을 다스리면서 예악까지 가르쳤느냐'는 농담을 건냈는데, 이때 한 비유가 우도할계, 즉 닭 잡는 일에 소 잡는 칼이었습니다.


여포가 간다고 했을 때 그러라고 할 껄..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의외로 공자님은 그렇게 딱딱한 분이 아니셨습니다. 작은 마을의 소인들을 가르치는데, 어찌 군자를 가르치라고 알려준 예악까지 이르렀냐는 공자님의 농담에 자유는 정색을 하며 답했습니다. '일찌기 선생께서는 군자가 도를 배우면 남을 사랑하게 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 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답을 들은 공자님은 자유의 깊은 성취에 대해 주위의 제자들과 함께 기뻐했습니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이라는 비유가 귀에 쏙 들어와서 그런지 삼국지에도 우도할계가 나옵니다. 동탁을 치러 제후들이 모이자, 여포도 여기에 맞서 출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화웅이 나서 저런 장수들을 상대하는데 여포같은 맹장이 나서는 것은, 마치 닭을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라며 대신 출진합니다.


화웅은 연합군의 여러 장수들을 연이어 베며 기세를 떨쳤으나, 관우를 만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더운 술 한 잔을 받은 관우는 곧바로 화웅에게 달려가 한 칼에 참한 뒤, 아직도 따뜻한 술을 마셨습니다. 물론, 실제와는 좀 다른 삼국지 속의 이야기라 화웅은 다소 억울할 듯 하지만, 우도할계에 관해서는 원전의 공자님보다 더 유명세를 얻게 되었으니, 나름 괜찮은 결말같기도 합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관우를 닭이라...으아아악!!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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