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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어만세 Jul 03. 2024

지상담병 | 紙上談兵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종이(紙) 위에서(上) 병법(兵)을 이야기(談) 하다. 군사를 부리는 일은 명령 하나하나가 신중해야 합니다. 잘못된 명령 한 번에 수많은 장병들이 목숨을 잃거나, 패전의 단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조괄은 스스로를 아버지보다 뛰어난 병법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전쟁을 겪어 본 아버지 조사는 조괄이 병법을 너무 가벼이 여긴다며 전쟁을 지휘할 만한 인재가 못 된다고 평했습니다. 생사를 가르는 결정을 종이 위의 장기 말 부리듯 한다고 지적했는데, 이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론이나 의견을 지상담병이라고 합니다.


응? 그.. 그런 룰이 있었어?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춘추 전국시대의 가장 뛰어난 장수를 꼽을 때 백기, 왕전, 염파, 이목을 꼽습니다. 백기와 왕전은 진나라의 장수, 염파와 이목은 조나라의 장수들이죠. 그런데 조나라에는 염파, 이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장이 또 있었습니다. 평원군을 깨우쳐 주고 발탁된 장수, 조사입니다.


조사의 아들 조괄은 어려서부터 병법에 관심이 많아서 병법서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부자가 병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막힘없이 쏟아지는 조괄의 이론에 아버지 조사마저도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아들 역시 아버지 못지않은 명장이 되리라 기대했지만 아버지는 조괄이 장수가 될만한 그릇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실제 전쟁터는 언제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모르는데 조괄은 병법서에 나온 글만 맹신할 뿐 맥락을 이해하고 변화에 대응할 줄 모른다고 본 것입니다.


기원전 260년. 진나라가 조나라를 침공하자 명장 염파는 20만을 이끌고 진나라의 60만 대군을 막아섭니다. 염파를 뚫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진나라는 조나라 조정에 공작을 폈고, 여기에 낚인 조나라에서는 염파 대신 조괄을 대장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이 소식에 병중이었던 인상여까지 일어나 ‘조괄을 장수를 삼는 것은 거문고의 기러기발을 풀로 붙인 채 거문고를 타는 것과 같다'며 반대했지만, 조나라는 기어이 조괄을 대장으로 세우고 말았습니다.


전쟁을 글로 배운 조괄은 새로 편성한 25만에 염파가 지휘하던 20만을 더한 뒤, 45만 대군 전부를 진나라의 함정에 쓸어 넣고 본인 역시 전사했습니다. 나라의 젊은이 대부분을 잃은 조나라는 끝내 이 피해를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30여 년 뒤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이 매너가 읎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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