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남쪽 가지(南柯)의 한 자락 꿈(一夢). 아름다운 공주와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높은 관직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리다 깨어보니, 20년 세월이 모두 한낱 봄 꿈입니다. 남가일몽은 짧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말하는 표현으로, 한단지몽(邯鄲之夢)이나 조신지몽(調信之夢)과 같은 뜻으로 사용합니다.
어느 날, 낮잠을 자려던 순우분에게 사신들이 찾아와 자신들의 왕국으로 초대했습니다. 왕은 순우분을 크게 반겨 공주와 혼인시키고, 남가(南柯) 땅을 내려 태수로 삼았습니다. 남가군은 번영했고 순우분은 부와 권력, 명예와 사랑까지 모두 얻어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웃 나라와 전쟁이 터지며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맙니다. 망연자실해 있던 순우분이 깨어보니, 지난 20년의 일이 모두 한낮의 꿈이었습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순우분이 살던 집에는 큰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회화나무는 귀신을 쫓고 복을 가져오는 상서로운 나무로, 좋은 땅에만 골라서 심곤 합니다. 하루는 나무 그늘에 누워 낮잠을 청하던 순우분에게, 푸른 관복을 입은 사신들이 찾아와 괴안국으로 초대했습니다.
괴안국은 크게 번영하고 있는 왕국이었습니다. 괴안국 왕의 환대를 받은 순우분은 공주와 혼인해 부마가 되었고, 남가군의 태수로 제수되어 무려 20년이나 어질게 다스렸습니다. 금슬도 좋아서 다섯 아들과 두 딸을 두고, 남부럽지않게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웃 나라인 단라국이 쳐들어오면서 순우분은 큰 곤경에 처합니다. 남가군은 전쟁통에 폐허가 되고, 공주마저 병을 얻어 목숨을 잃은 것이죠.
괴안국의 왕은 순우분을 불러 3년 뒤에 다시 부를 테니 집으로 돌아가 있으라 권했습니다. 순우분은 자신의 집이 여기인데 어딜 가느냐고 항변하다 깼는데, 기억이 너무 생생해 꼭 진짜인 것만 같았습니다. 기이하게 여긴 순우분이 천천히 나무를 살펴보자 둥치 아래에는 큰 개미굴이 있었고, 남쪽 가지 아래에는 그보다 좀 작은 개미집이 있었습니다. 괴안국(평안한 회화나무)과 남가군(남쪽 가지)이었죠.
순우분은 생생한 기억을 뒤로하고, 도를 생각하다 왕이 약속한 3년째 되는 해에 죽음을 맞았습니다. 아마도 괴안국으로 돌아갔지 싶습니다.
덧 붙이는 이야기)
지은이인 이공좌(李公佐)가 그늘 좋은 나무 아래서 장자와 한 잔 나누셨나 봅니다. 장자는 술 자리에서 천축국 여행담을 푸신 듯 하구요.
하루는 비슈느가 인드라를 불러 꾸짖었습니다. 요즘 인드라가 너무 버릇이 없었거든요. 악마들 잘 잡는다고 칭찬받을 줄 알았던 인드라는 때 아닌 꾸짖음에 입이 댓 발 나왔습니다.
근로의욕이 뚝 떨어진 인드라는 그날 업무를 째고 궁시렁 거리다,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를 잡아 전생을 봤습니다. 그러자 벼락을 들고 악마들과 싸우는 또 다른 인드라가 보였습니다. 그 개미는 선대 인드라의 환생이었던 것이죠.
깜짝 놀란 인드라는 개미들의 전생을 모두 살펴 봤습니다. 예상대로 신전의 개미들 모두가 인드라의 환생들이었습니다. 갑자기 쫄린 인드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고, 이후로는 비슈느의 말씀을 잘 들었다고 합니다.
개미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