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아빠가 들려주는 춘향전 이야기?..
金樽美酒千人血 | 금준미주천인혈
금잔에 따른 좋은 술은 일천 백성의 피와 같고
玉盤佳肴萬姓膏 | 옥반가효만성고
옥 쟁반에 낸 귀한 안주는 만 명 백성의 기름이야.
燭淚落時民淚落 | 촉루락시민루락
촛농 떨어질 때 우리 눈물도 떨어지고
歌聲高處怨聲高 | 가성고처원성고
목청껏 노래 부르는 곳에 원성도 같이 커진단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음서제란 요즘 말로 낙하산 같은 겁니다. 권세 있는 자의 아들에게 대놓고 관직을 꽂아주다 보니, 그 불합리성으로 인한 저항과 마찰이 끊이지 않았지요. 남원 부사 변학도가 바로 이 음서제로 내려온 사람입니다. 이 냥반은 부사로 내려와서 대뜸 춘향에게 수청을 들 것을 요구합니다. 많이들 헷갈려하는 부분이 있는데, 춘향은 기생의 딸이지만 기생이 아닙니다. 따라서 변학도가 수청을 들어라 마라 요구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남다른 사법관을 가진 변학도는 춘향이 수청을 거부하자, 그대로 하옥시켜 버립니다. 대충 생각해 봐도 법을 저렇게 막 적용하면 큰일 날 것 같지만, 원체 대범한 사람이라 그런 소소한 문제는 신경 쓰지 않지요. 우리 변학도는 그런 거 고민할 시간에 차리리 술 한 잔을 더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호탕한 변학도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그동안 낮춰보고 업신여겨 쫓아낸 이몽룡이 사실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은 마패를 들어 변학도를 뚜까패고, 영혼까지 탈탈 털어 감옥에 쳐 넣습니다. 실제로 그게 가능한지 어떤지는 제쳐두고, 보는 사람은 속이 다 후련한 대목이지요. 탐관오리 때문에 벌어지는 실질 경제의 피해도 그렇지만, 사법 집행이 두 가지 다른 잣대로 이루어질 때 느끼는 심정적인 분노가 있잖아요.
춘향전이 이렇게 무서운 얘기입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