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두절의 여유
벌써 사나흘 전이다.
별다방을 다녀오는 길에 개발자를 만나
업데이트를 부탁했다.
기간을 갱장히 오래 부르는 것 같았다.
"좀 빨리는 안될까요?"
했더니
"고냥이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오래 걸리면 니가 하우."
대단히 무뚝뚝한 개발자였다.
그는 처음에는 잠자코 열심히 개발만 하더니, 나중에는 이 값 넣어보고 저 값 넣어보고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만들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업데이트가 빠듯한데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만들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그만하면 귀엽다는데 무얼 더 만든단 말이오.
개발자냥반 외고집이시구료"
"싫으면 다른 개발자 찾으시우.
나는 안 만들겠소." 하고 내뱉는다.
우라질.
이번 업데이트는 이미 글러먹은 듯해서
나도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글면 마음대로 만들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밸런스가 깨지고 버그만 많아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만들다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만들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레 초코파이를 까먹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구경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이폰 저폰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고냥이다.
나는 꽁냥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가지고 삘띵을 살 턱이 없다.
그래 가지고 일정만 되게 부른다. 그러다 뒤를 돌아보니 개발자는 물끄러미 먼 하늘 구름을 바라보고 섰다. 그 모습이 어딘가 참 후로그래머 같아, 내 마음도 약간 누그러졌다.
집에 와서 고냥이를 내놨더니, 이쁘다고 야단이다. 니가 그린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나는 이 고냥이나 저 고냥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여보야님의 설명을 들어보니 모션이 과하면 오글거리고, 너무 뚝하면 마음 해 먹기 쉽단다. 요런 냥이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참으로 미안했다.
나는 그 개발자를 찾아가서 별다방 커휘에 스초생이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날 찾은 그 자리에, 개발자는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먹먹하고 아쉬운 마음을 노랑물꼬기로 달래며 언젠가는 이룰 인생의 모토를 나지막이 되뇌었다.
'너도 삘띵, 나도 삘띵, 죽기 전에 갑질 한번.."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