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떠나다
몇번의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하고 싶은게 하나 있었다.
바람 불듯 여기저기 흘러다니다
좋은 풍경이 있으면 잠시 멈춰 쉬었다 가는것.
이번 여행때 기회가 되어
알려지지 않은 길을 소재로 촬영 하려 했으나
엄청난 무더위와
예상치 못한 컨디션 난조로
무작정 보이는대로 아무 생각 없이 찍기만 했다.
비록 처음 의도대로 되진 못했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제주도의 "길"에 대해 고민해볼것을 다짐하며
뜨거운 길에서 방황하며 담은 몇백장의 스냅사진 중
몇장을 골라 포스팅 해본다.
돌담위 의자 하나가 포인트
인위적이지만 분위기가 참으로 마음에 들어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이다.
한적하길 바랬지만 많은 인파로 인하여 화각은 나오지 않았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쉬움을 뒤로 한채 인증샷만 찍고 발길을 돌려야했다.
하지만 바다빛만큼은 최고였다
너무나도 유명해서 거부감이 나는곳
이곳에서 담을건 사람..
사람뿐
필히 들려야 될곳에서
그냥 지나쳐야 될곳으로 바뀐 월정리 해변
과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이곳에는 사람과 카페만 있을뿐
이른 아침
사람이 거의 없어도 분위기는 마찮가지
모든 제주도가 이렇게 변해가고 있다.
플리마켓 벨롱장이 열리는 세화해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곳중 하나이다.
플리마켓 벨롱장이 끝나고 다시 한산해진 이곳
그 한적한 공간을 빨간 자전거가 채워주고 있다
무더위에 지친 자동차들이 멍하니 바다를 쳐다보고 있다.
시끌벅쩍한 장이 끝나고는 언제 그랬냐는듯
적막해진다.
"또 어딜 가려고요?"
여행 내내 발이 되어준 붕붕이가
애처로운듯 날 쳐다보고 있다.
어디론가 다시 떠나야 한다는 것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닐때도 있다.
한참 관광객과 차량으로 붐비어야 할 시간이지만
폭염 때문인지 길은 한산하기만 하다.
어떻하지..
고민하는 사이
저 계단을 올라가면 또 다른 세상이 있을것만 같다.
하지만 또 다른 그 세상은
이 세상과 크게 다를바 없을 것 같다
카페 스르륵은 "제주도자게이"라는 닉네임으로
모 사진 사이트에서 카페를 만드는 험난했던 과정을 에세이로 연재하여 큰 인기를 끄셨던 분이다.
그동안 일정이 맞지 않았지만 이번에 가보게 되었다.
하루종일 없었던 구름이 생기니
반가운 마음에 잠시 차를 세워본다.
하늘이 좋으니 그냥 찍어도 그럴싸해 보인다.
전깃줄이 꼭 오선지 같다
저기다가 음표도 넣고 가사도 놓고 보정하면 이쁠것 같은데..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찾아 몇번 깔짝거려보다 이내 포기한다.
더위에 점점 숨이 막힌다.
여름에 여행이라니
너무 힘이 든다
저 코너를 돌면 끝이 날까?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이 나올까?
뜨거운 태양빛에 달구어진 도로 위에서
잠시 멍 때려 본다.
여행전부터 필히 가야할 곳으로 넣어뒀던 이곳
여기는 셔터만 눌러도 작품이 된다.
이상하게도 갑자기 힘이 솟아
얼굴이 타는줄도 모르고 신나게 뛰어 다닌다.
노란 표지판과 파란 하늘
그리고 중앙선과 푸른 풀
모든 색들이 이뻐 보인다.
그렇게 신나게 돌었었던 풍차가 사진속에서 멈춰 있다.
지금 내마음도 그렇다
처음 지나가는 길
여기가 어딘지 지도 어플로 알게 된 곳
이곳이 낯설지만
..
낯설지 않다.
일몰 시간은 다가오고
다음 여정으로 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여행이 끝난지 몇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길위에서 헤매고 있다.
여행에서 좋은 추억을 가져와야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상한것을 들고 와버렸다.
아니
가져 왔다기 보다
원래 가지고 있었는데
애써 모른척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