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모임- 대책회의 '기대는 책'
손바닥을 눈꺼풀 위에 덮고 지그시 눌러본다. 누르는 힘에 눈이 따뜻해지며 검은 공간에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감은 두 눈에서 보이는 것은 완벽하지 않은 검은색이며 어디에서 오는 빛인지 모를 빛이 비쳐온다. 붉은빛이기도 하고 푸른빛이기도 하며 하얀빛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누르고 있으면 한줄기가 거미줄처럼 엮이며 여러 빛이 꼬이고 꼬여 내 눈 속에서 빛난다. 눈을 누르던 손바닥을 떼고 나면 사라진다. 눈을 뜨면 그 빛들은 사라지고 세상이 보인다. 세상을 다시 보기 위해 나는 눈을 감았고 선명하게 보기 위해 감은 눈을 지그시 눌러 눈의 피로를 풀어 주었다. 세상은 다시 보인다. 다시 보는 세상은 분명히 다른 세상이다. 같은 세상이었지만 다른 세상이 되어 준다. 나의 세상은 수많은 눈 깜빡임 속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내 세상을 '컷'하고 내 세상을 '액션'이라고 외치듯 내 눈을 감았다 뜬다. 그리고 읽는다.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더 오래 더 많이 읽기 위해 눈을 감고 지그시 눌러 눈을 예열한다. 나는 도서관에 있는 책들에게서 기대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면 나는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다 읽어 보고 싶다. 'ㄱ'에서부터 'ㅎ'까지 나열된 순서대로 읽어 간다면 언젠가는 다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책장을 촤라락 넘기기만 해도 내 눈으로 모든 것들이 들어오는 상상을 해 본다. 안 된다. 아직은 안 되는 것인가? 절대 안 되는 것일 테다. 다시 목차부터 읽는다. 어떤 책을 선택할 수 없는 이 무식함이 그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다그치며 읽었다.
막 읽기만 해서 그런지 책에 대해 쓸 만한 게 없나 보다. 이렇게 글이 안 써진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 말하기도 부끄럽다. 내가 읽고 나면 어떤 사람들처럼 대단한 생각이 들지 않거나 그런 의미였는지 알아채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어서 같은 책을 읽었는지 민망할 때가 있다. 아마 이것도 모르기 때문일 테다. 사실 이렇게 '기대는 책'이라는 제목으로 뭔가를 쓸 만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이 안 나니 글이 써질 리 없다. 그러니 이렇게 쓸데없는 소리를 적어 둘 뿐이다.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인 건가? 몇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글을 쓰는데 자꾸 끊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문제인 것이다. '기대는 책'이 없어서 인 건가?
이렇게 막힐 때 읽어야 할 책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터져라 외치고 싶을 때 부르는 노래 한곡처럼 입맛 없을 때 먹으면 군침 나게 하는 나만의 음식처럼. 그냥 읽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제는 찾아야 하는 가 보다. 그 기대야 할 책을 찾아야 한다. 갑자기 흥미롭다.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는 내 표정이 보인다. 책 찾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