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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미Cumi Jan 11. 2017

[책잡히는독감] 뭐든 쓰게 된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 책 잡히는 정보 >

 1. 자기만의 방   : 1929년 작. 소설의 형식을 빌린 인문 에세이. 페미니즘 저작의 최고봉.     

2. 작가  : 버지니아 울프 (1882.1.25 ~ 1941.3.28.) 영국 런던 출생   영국 출판계를 주름잡은 명문가 집안.     어린 시절 의붓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울프는  우울증과 정신질환 증세를 보였다.  60살 자살로 생을 마감. 

3. 페이지   : 펭귄 클래식으로 158p.  

4. 소요시간   : 5~6 시간. 초반 30페이지 읽기의 어려움. 집중력을 많이 요구.   느린 독서를 권한다. 

5. 이럴 때, 책을 잡자 : 남자들의 치다꺼리를 내가 왜 하고 있나? 어떻게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아갈까? 

6. 독감의 증상   : 뭐든 글을 쓰게 된다. 세 줄짜리 일기라도. 



책을 읽고 만났다


꾸미 @ 와  발가락 ^ 은 현재  팟빵과 마포 fm에서 <책잡히는 라디오 '독감'>을 진행 중이다.  

매주 책을 읽고 북 토크를 하고 있다. 


@        버지니아 울프의 외로움이 느껴졌어. 

           똑똑한 여자가 너무 일찍 태어나서 친구가 하나도 없었을 거 같아.

^         친구가 정말 없었을까? 그 당시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블룸즈버리 그룹의 멤버였다고 들었는데?

           거기 경제학자 케인스도 있고, 작가 포스터도 있었다면서?


@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여자 친구가 한 명도 없었을 거 같단 얘기지.

^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공부시키는 줄 알았어. 

          이 책에서 글을 쓰라고 하더라고. 진짜 글 쓸 뻔했잖아.


@     그래서 우리가 울프의 필 받아서 책 쓰고 있잖아! 아주 기름을 확 부어줬지.

         난 외로움을 느꼈는데, 글을 쓰고 있고. 글은 외로울 때 써지는 건가?

^      꾸미, 또 혼잣말 시작한 거야?

        글을 쓸까 말까 하는 사람들, 이 책을 읽으면 뭐라도 쓰게 될 거 같아.


@    ‘이 글은 우아하고 웅변적이고 재기 넘치면서도 날카로우며, 유쾌하면서도 열정적이다’ 

       미셸 배럿 이란 평론가가 그렇게 평했대.

^      딱이네. ‘유쾌한’ 이유를 발견했잖아.

        에세이지만 소설 기법을 이용해서, 가짜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잘 활용하면서 썼으니까. 

       책 속에 나오는 여자들, 메리 비턴, 메리 시턴, 메리 카마이클. 

        모두 버지니아 울프의 페르소나였잖아.

@    메리 비턴과 메리 시턴은 그냥 지나가는 여자 정도로 나온다면, 

       ‘메리 카마이클’은 정말 리얼하게 그 렸지. 

^     그건 우리 이따 자세히 얘기하자.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면?

     

   “ 여자가 글을 쓰려면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


^    1928년 10월에 케임브리지 ‘여성과 픽션’이란 주제로 두 차례의 강연을 기초로 한 

      인문 에세이였지. 강연에서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어.

      그 당시 여자들은 대학 도서관에 혼자서는 못 들어갔다고 하고,

      여성에게 관대하지 않은 시대 상황이었어. 

@  영화 <러브스토리> 보면, 1970년대인데도 하버드 대학엔 남성만 들어갈 수 있다고 나와.

      여성들은 문리 단과대인 ‘레드 클리프 칼리지’란 대학에 들어가야만 했대.

      1977년에 형식적인 합병이 이루어졌고, 1999년에 완전히 흡수통합되었다고 하니까,

     정말 여성이 대학에 자유롭게 진학하게 된 것도 얼마 안 된 얘기야. 

^   아유, 말해 뭣해. 여자의 지위가 올라갔다 하지만, 지금도 남성 위주잖아.

      100년 전에 살았던 버지니아 울프가 다시 살아나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얘기를 할 거 같아.

@  결론을 미리 말해버리면 어떻게? 



그럼 우리줄거리 좀 잡아 볼까?


@   1은 여성과 픽션에 대해 강연을 맡은 울프가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하며 고민하는 내용이야. 

     어디서 고민하냐면 가상의 대학인 ‘옥스브리지’에서 인데,

     계속 고민하며 돌아다니지.

^   근데, 잔디밭에 들어가려다 학교 관리원에게 제제당하고, 도서관에 들어가려는데, 연구 교수와 동행하 거나      소개장이 없다고 또 못 들어가고 말이야. 

     그럴 때 정말 소외감 느껴지지 않았겠어?  

@   그럼  민망하지. 

      울프는 이런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의 현재 위치가 얼마나 낮은 지를 알려주는 거야.

     2에서는 울프가 영국 박물관에 가. 거기 도서관에서 여성에 관한 책을 찾는데, 모두 저자가 남자였어. 

     대놓고 여성이 하등 하다고 쓴 남자 작가의 책도 있었고.

     울프는 남성들이 이런 책을 쓰는 저의를 발견했지. 이 대목 정말 좋지 않았어?

^  나도 나도. 

    울프의 말에 따르면, 남성들은 여자들이 자신을 두 배 이상 크게 비춰주는 거울 역할을 해주길 바란 대. 

    한마디로 떠받들어 달라는 거지. 그래야 자신들이 우열 감을 가지고 돈도 벌고 전쟁도 하고, 

    사회생활을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잖아. 

 

    “바로 이 때문에 나폴레옹과 무솔리니는 둘 다 여성의 열등함을 그토록 단호하게 강조했던 것입니다. 

      만약 여성이 열등하지 않다면, 남성을 확대해 보여 주는 역할을 더  이상하지 

      않을 테니까요. ” ( 56p ) 


 ^   남성들은 왜 그렇게 관심받고 인정받고 추앙받길 원하며, 여자들을 억압하는지 말이야.  

      남자들에게 거울이란, 뭘까? 왜 그렇게 왜곡해서 보길 바라는 거지?


남자와 거울


@   아유 남편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안 할 수가 없네. 

      얼마 전 백화점에 있는 식당에서 김치찜을 같이 먹었거든. 그날 남편은 내 밥도 다 뺏어 먹고, 

      거기  나온 돼지고기도 거의 다 먹더라고. 아주 배가 터질 거 같았어.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남편이 엘리베이터 문에 비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안 뚱뚱해~ 안 뚱뚱해!  김치만 먹어서 그런지 배가 하나도 안 나왔네.” 

      나 너무 창피해서 계단으로 갈 뻔했잖아. 

^    거울보고 자뻑하는 남자들 얘기는 아마 끝도 없을 거야.

@   그런 거울 역할을 여성에게 하라는 것이 문제지. 

       게다가 남성은 여성의 비평을 받는 상황에 놓일 때, 훨씬 더 고통과 분노를 일으킨다고 하잖아. 


      “또한 왜 남성이 여성의 비평을 받는 상황에 놓이면 그토록 불안해하는지를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즉, 여성이 남성에게 이 책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거나 이 그림은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등 

     비평을  내놓을 때마다, 남성이 같이 의견을 내놓은 경우보다 훨씬 더 큰 고통과 분노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지를 설명해줍니다. 

      여성이 진실을 말하기 시작할 땐, 거울 속 남성의 형상은 줄어들지 때문이죠. ” (57p)


^   계속 우쭈쭈 해주기만 바라는 거야. 

     근데, 나는 꾸미의 거울이 되고 싶어. 그래서 꾸미를 돋보이게 해주고 싶어.

@  하하하. 그래 우리 서로의 거울이 되어주자고. 내 길이가 좀 짧아도 이해해주길. 

     자, 의기투합하며, 3장으로 넘어가 보자.  

^   3에서는 울프가 집으로 돌아와서, 셰익스피어에 대해 아주 재밌는 상상을 하지.

     만약, 셰익스피어에 재능 있는 여동생이 있었다면? 이 가정은 정말 유명한 대목이더라고. 

     재능 있는 여자가 성공하기 힘들었던 시대상을 단번에 표현해주니까.

@  여기 읽을 때, 예전에 개콘에서 김원효가 유행시켰던 개그가 생각났어.

     내가 한번 해 볼 테니, 들어봐.

     만약, 셰익스피어에게 셰익스피어만큼 재능 있는 여동생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겠어? 

     집에만 있지 않고 가출했겠지. 가출해서 극장에 찾아가 오디션 봤겠지.

      오~ 이 여자 대단한 걸? 하며 재능이 있는 걸 알았지만 아무도 채용을 안 했겠지. 왜? 여자니까!

     하지만 어떤 감독은 침대에서 써줬겠지. 사랑했겠지. 근데 버림받았겠지. 

     아기도 가졌겠지. 처녀가 그 시대에 어떻게 애를 낳아? 그래서 자살했겠지. 

     묘지엔 아무도 안 찾아오고,  셰익스피어 여동생은 그 이름도 뭣도 없이 다 잊혀졌겠지.  

^    와! 울프가 상상한 내용이 다 들어가 있네. 정말 웃프다.  

      이어서 울프는 그동안 여성 작가들은 어떤 작품들을 썼는지, 여성문학의 짧은 역사를 살펴보기 시작 해. 

     그게 4의 내용이야.  

     17세기에 글을 썼던 여성 중엔 원칠시 부인과 뉴캐슬의 마거릿 공작부인이 있었는데, 

      둘 다 귀족 신분에 자식이 없었고, 최고의 남편감과 결혼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지.

     반면, 중산층 출신의 에프라 벤은 여성도 글쓰기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작가라고 했어. 

@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등등의 여성작가들의 계보도 알 수 있었고 말이야. 

     5에선 현재 활동하는 여성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평론을 하는데, 나는 5장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어. 

    여기서 왜 여성에게 자기 만의 방이 필요한지 설파하고 있으니까!  

^  자, 이제 마지막 6, 마무리 단계지.

    울프는 창밖에서 런던 거리를 관찰하는데,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 만나 함께 택시 타는 모습에서 마음의 

    조화로움을 느꼈다고 해.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양성적 마음이 전달되어서 그런 거 같다고 하지.

    양성적 마음이란 남성성과 여성성이 융합된 통합적인 마음이며 온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조적인  

     마음 이랬어.

@   울프는 여성적인 것이 최고라고 말하지 않고, 양성성을 대안으로 보고, 강조한 거 같아. 

      그 후부턴 자신의 의견을 대놓고 막 말하더라. 

      여성도 글을 써야 하고, 여성이 글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가 있어야 한다!   

^    근데 본인은 숙모님이 남겨준 유산을 매년 500파운드씩 받고 있었잖아.

      그러면서 다른 여성들한테는 글을 써서 돈을 벌라는 거야. 어렵게?

@    그래. 어려워도 그렇게 해보자고!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기니까. 

^      넵! 


그럼우리도 ....


^   요즘도 여자들이 자기 방 갖기는 힘들어. 

     내가 아들한테 '엄마 방은 어디일까?'라고 물었더니, 엄마 방은 부엌이라고 하더라고.

     난 거실이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러면 '내가 제일 큰방이야'하고 좋아했을 텐데.

@  나도 거실에 책상을 뒀는데, 안방으로 옮기려고 결심했어.

     이제 방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뭔가 달라질 거 같아!  벽이라도 열심히 쳐다볼 테다! 

^   울프가 그랬지. 여자들은 벽만 쳐다봐도 저절로 아이디어가 막 막 나온다고. 

     굉장히 힘이 되는 이야기였어.


여자와 벽과 이야기


그저 어느 거리의 어느 방이든 들어가기만 하면, 여성성의 저 극도로 복잡한 힘 전체가 얼굴로 날 아들 것입니다. 여성은 내내 수백만 년 동안 방 안에 앉아 있었고, 그리하여 지금까지 그 모든 벽들 에게는 그들의 창조력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창조력은 벽돌과 회반죽이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넘었으므로, 이제는 펜과 붓과 사업과 정치에 쓰일 필요가 있습니다. (123p)


@    오! 벽을 쳐다보며 글을 쓰면 되겠네.

       자기 방에서 벽만 바라봐도 행복하다는 거, 

         이번에 새롭게 깨달았네. 

^    근데, 방을 어디서 구하냐고요?! 

@   그럼, 밖에다 방을 만들지 뭐. 조엔 롤랑처럼. 카페도 좋아. 도서관도 좋잖아!

^    맞아. 방 만들러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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