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미하엘 콜하스'
< 책 잡히는 정보>
1. 미하엘 콜하스 : 1810년 발표. 쓰인 건 1805~ 1806년으로 추정.
불의에 저항하는 시민의 전형을 보여주는 소설.
2. 작가 :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1777. 10. 18 ~ 1811. 11. 21) 장교 명문 가문 출생.
살아생전 빛을 보진 못했지만, 독일이 낳은 위대하고 대담한 문학가로 칭송.
3. 페이지 : 창비 세계문학으로 126p.
4. 소요시간 : 3 시간 ~ 3시간 반.
tip) 343p <미하엘 콜하스>의 등장인물 관계도,
344p <미하엘 콜하스>에 나타난 폭력의 파장이 정리되어 있다. 읽기 전에 챙길 것!
5. 이럴 때, 책을 잡자: 불의에 저항하고 싶을 때, 웅대한 작품을 읽고 싶지만 대하소설은 부담스러울 때.
6. 독감의 증상 : 척추 뼈가 쫙 펴지며, 다짐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꾸미 @ 와 발가락 ^ 은 현재 팟빵과 마포 fm에서 <책 잡히는 라디오 '독감'>을 진행 중이다.
매주 책을 읽으며 북 토크를 하고 있다.
^ 우리 시대에는 영웅이 필요 없는 줄 알았어.
왜냐하면 민주주의 사회이고 개개인이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시대잖아.
평등하게 주권을 갖고 있으니까.
@ 나는 왜 우리 시대엔 이런 영웅이 없을까? 를 개탄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믿고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데....
^ 나도 동감이야. 원칙을 지키는 영웅은 지금 사회에도 있어야만 해.
@ 원칙을 지키는? 난 생각이 좀 달라.
영웅은 원칙 따위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박력이 있거든.
자력구제 금지의 원칙을 깼지만, 민중들은 법 대신 마하엘 콜하스의 주먹을 옹호했잖아.
권력자들이 지들끼리 운영하는 법대로만 하면, 변하는데 백 만년이 걸릴지도 몰라!
그래서 혁명이, 영웅이 필요한 거야.
^ 그래 법보다 주먹이 먼저야!
@ 엥? 너무 위험한 발언 아냐? 책을 제대로 읽은 거 맞아?
^ 책에서도 처음엔 미하엘 콜하스가 어떻게든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어.
하지만, 법정이 이미 귀족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고, 미하엘 콜하스 같은 서민들의 요구는
귓등으로도 안 들었어. 그러니 주먹을 들지 않을 수 없었지!
물리적으로 따져 나서지 않으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없고,
피해를 받은 채 굴복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러니까 주먹이 먼저라는 거야!
@ 나도 주먹이 필요하다는 알지.
하지만, 폭력으로 인해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거든.
이 문제는 정말 뜨거운 감자야.
^ 그럼 우리 제대로 책 이야기를 해볼까.
(소설의 첫 문장)
16세기 중엽 하펠 강가에 미하엘 콜하스라는 말장수가 살았다. ( ~ )
이 사내가 한 가지 미덕만 덮어놓고 좇지 않았더라면 세상은 이 말장수를 길이 기억하여 기렸을 것이 다. 그러나 정의감이 지나쳐 콜하스는 도적이자 살인자가 되었다. (9p)
^ 16세기 중엽의 이야기구나. 완전 프랑스혁명(1789년) 전야네.
@ 어? 그랬어. 난 출판 연도가 1810년이라, 프랑스혁명 이후의 이야기인 줄 알았네.
이 시대는 어느 나라나 시민의 의식이 무르익고 있었나 봐.
^ 미하엘 콜하스도 시민계급으로 부상하고 있는 말장수였지.
그는 브란덴부르크에 살면서 작센 지역으로 이동하며 사업을 잘 해내고 있었잖아.
근데, 어느 날 말장수는 말들을 데리고 프롱카 성 주변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웬 ‘여행증’을 보여 달라고 막는 거야.
@ 예전에는 이런 거 없이도 잘 다녔는데 말이야.
^ 트롱카 성의 성주가 횡포를 부리려고 만든 거였어.
여행증이 없으면 담보로 가라말(검은말) 한 쌍을 두고 가라고 요구했지.
콜하스는 하는 수없이 가라말과 머슴 헤르제를 맡겼어.
@ 하지만, 다시 자신의 말과 머슴을 찾으러 트롱카 성에 돌아왔을 때,
그 윤기 있던 말들은 비쩍 말라 형편없어졌고, 머슴은 쫓겨나 있는 거야. 정말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거지!
(콜하스의 가라말들의 상태는 이러했다.)
뼈들이 말코지처럼 튀어나와 물건들을 걸 수도 있을 듯싶었다. 갈기와 털은 보살피지도 손질하지도 않아 엉겨 붙어 있었다.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었다. (15p)
@ 금화 30 굴덴 값어치가 나던 튼실한 말들은 이미 없어졌으니, 그 피해가 막심한 거지.
게다가 머슴 헤 로제는 몰매를 맞아 반병신이 되었고. 말장수는 분노해서 소송을 제기했어.
^ 하지만, 기각되어 버렸어. 그래서 브란덴부르크 선제후에게 직접 이의를 제기했지만, 또 거절당했어.
어떻게 그렇게 된 거였지?
@ 처음 소장은 고위층의 개입으로 드레스덴 법원에서 고소가 아예 기각되었고,
그다음 이의제기는 브란덴부르크 선제후의 비서가 트롱카 집안과 사돈이라서 거절당했지.
그 후, 말장수는 이런 편지를 받았어.
드레스덴 법원이 알려온 바에 따르면 콜하스는 상습 소송꾼이다. 융커는 콜하스가 성에 남겨둔 말들을 결코 압류하고 있지 않다. 콜하스는 성으로 사람을 보내어 말들을 찾아가도록 하라. (~)
어떠한 경우에도 이런 소동과 분란으로 총리실을 귀찮게 하지 말도록 하라! (29p)
^ 아이고! 열 뻗쳐! 말장수가 가만히 있었겠어?
이번엔 선제후를 직접 만나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했지. 근데 아내가 가겠다고 하는 거야.
아내 리스베트는 베를린에 지인이 있다면서,
자신이 브란덴부르크 선제후에게 청원서를 전달하겠다고 나섰어.
그 지인은 선제후 궁성의 집사였는데, 예전에 자신에게 청혼한 적이 있었다지 뭐야.
@ 대단해. 부인도 용감해.
^ 그런데, 거기 갔다가 돌아와서 금세 죽어버렸어.
경호병이 창 자루로 그녀의 가슴팍을 마구 찔렀기 때문이지.
@ 에휴. 콜하스는 완전 꼭지가 돌았잖아! 그리고 복수심으로 가득 찼어!
( 리스베트는 죽으면서 이러한 행동을 했다. )
그녀는 콜하스에게 집게손가락으로 성경책의 한 대목을 가리켰다. “원수를 용서하라.
너를 미워하는 사람에게도 친절을 베풀라 ‘라는 구절이었다. (~)
콜하스는 생각했다. ‘내가 융커를 용서하면 하느님이 나를 용서하지 않기를!’
@ 캬! 멋있어. 정말 비장하다!
^ 이제부터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야. 액션 영화 주인공처럼 완전 열 받아서 전사 캐릭터가 되거든.
콜하스는 머슴 일곱 명을 무장시키고, 트롱카 성에 쳐들어갔어.
성벽만 남기고 성을 모두 불태우고, 집사와 마름, 기사들을 모두 다 죽였어.
그런 와중에 아이 종을 시켜 자신의 가라말들은 구출시켰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잡아야 될 그놈 융커는 비텐베르크 도망갔잖아.
비텐베르크는 독일 중동부의 작센안할트 주에 있는 도시로, 1517년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곳으로 유명한 곳이야.
^ 민중 봉기를 한 콜하스 무리는 점점 세력을 넓혀 가면서, 융커를 쫓아갔어.
비텐베르크에서도 난리가 났지. 평소 융커 계급에게 수모를 당한 백성들은 콜하스를
영웅으로 생각했고, 그를 믿고 따라 병사가 된 숫자가 100명이 넘어갔다고 해.
@ 콜하스는 자신의 입장을 격문으로 써서 민중에게 알렸어.
요즘 식으로 말하면, SNS에 입장을 표명한 거지.
권력층들은 콜하스가 얼마나 두려웠을까?
^ 그럼. 군대가 진압작전에 나섰지만, 콜하스 세력의 기세에 꺾여 실패했지.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말장수의 활약을 우려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마르틴 루터였어.
마르틴 루터는 콜하스를 화적 대라고 혼내면서, 어서 빨리 그 짓을 그만두라고 했어.
콜하스, 정의의 칼을 휘두르라는 사명을 띠고 왔다고 자처하는 자여, 너는 눈먼 격정에 미친 듯 사로 잡 혀,머리부터 발끝까지 불의에 흠뻑 물들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느냐? (~)
너 죄인 여, 하느님께 구원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네 마음속 구석구석이 훤하게 밝혀질 심판 날에 천국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
새겨들어라, 네가 휘두르는 칼은 도적질과 살인의 칼이다. (52p)
@ 이런 글을 써서 마을마다 방을 붙였다고 해.
이것을 본 콜하스는 농부로 변장을 하고 루터를 찾아가 서 협상하지.
자신에게 안전 통행권을 보장해줘, 드레스덴으로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이야.
루터는 콜하스가 괘씸했지만,
무리를 해산시키기 위해 콜하스에게 사면권을 주고 드레스덴은 로 보냈어.
도대체 콜하스가 소송을 통해 요구하는 게 뭐였지?
^ ‘융커를 법에 따라 처벌할 것, 가라말들을 원상회복시킬 것,
머슴 헤르제가 입은 피해를 배상할 것!’이었어.
콜하스는 자신이 받은 피해를 정정당당하게 보상받고 싶어 했어,
감정적인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부인이 죽었지만, 부인의 장례비용은 청구하지 않거든.
@ 이제 콜하스가 원하는 대로 정리가 되는 듯했어.
무사히 드레스덴의 자기 집으로 갔고, 절차에 따라 소송을 진행하면 됐지.
봉기를 일으켜 세상을 혼란시킨 건 사면을 받았으니까. 그래서 난 소설이 잘 끝나다보다 했지.
^ 나도 그랬는데, 뒷 페이지가 너무 많이 남은 거야.
뒤에는 콜하스가 회개하는 건가? 하고 예상해봤지만! 전혀 아니 였어!
@ 나겔 슈미트가 나타났잖아.
나겔 슈미트는 콜하스의 졸개였는데, 해산된 무리를 자기가 모아서 마을들을 약탈하고 돌아다녔대.
사람들은 콜하스가 시켜서 나겔 슈미트가 그런 악행을 저지르는 건 아닌지 의심했지.
그때 마침 나겔 슈미트가 콜하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게 화근이 돼서,
말장수는 체포돼 고 감옥에 갇혔고, 바로 사형선고까지 받지.
^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어.
우연히 작센 선제후는 콜하스를 만나는데, 콜하스의 목걸이를 보고 깜짝 놀라 기절을 하지 뭐야.
그 목걸이 안엔 아주 중요한 쪽지가 들어있었기 때문이지.
점쟁이의 예언이 적힌 쪽지, 작센 선제 후 집안의 몰락에 관한...
@ 드디어! 점쟁이 노파가 등장했군!
몇 달 전 점쟁이 노파는 어떤 시장 통에서 작센 선제후의 점을 봐준 적이 있었어.
그때 점꾀를 쪽 지에 써서 작센 선제후에 주는 듯했지만, 근처에 있는 어떤 사내한테 던져주고 사라졌어.
선제후가 얼마나 답답했겠어. 그 후에 계속 그 사내를 찾아다녔지.
그 사내가 바로 마하일 콜하스였던 거야!
^ 콜하스가 보기에 점쟁이 노파는 자신의 아내와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쪽지를 선뜻 받을 수 있었던 거야. 꼭 옛이야기 같지 않아?
옛이야기는 개연성이 전혀 없는 듯 보이지만,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잖아.
@ 맞아. 갑자기 장르가 전래동화로 바뀌는 느낌이랄까?
작센 선제후는 그 쪽지를 차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콜하스를 살리려고 했어.
쪽지에는 ‘마지막 선제후의 이름, 나라를 잃게 될 연도, 정복자의 이름 ’이 적혀있다고 했거든.
얼마나 절실했겠어?
^ 하지만, 이미 늦었어.
말장수의 사형선고는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귀에 까지 들어가 빼도 박도 못하는 일이 되었거든. 빼박 캔트.
자, 그럼 우리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얘기해볼까?
( 콜하스의 처형장에서 브렌덴 부르크 선제후는 이렇게 말했다.)
“콜하스여, 오늘은 너에게 정의가 이뤄지는 날이다! 여기를 보라, 네가 트롱카 성에서 무력으로 빼앗 겼으며, 내가 너의 주상으로서 너에게 되찾아 줘야 할 의미가 있었던 것을 빠짐없이 네 앞에 가져다놓 앗다. 가라말 한쌍, 목도리, 제국 금화, 속옷, 게다가 머슴 헤르제의 치료비까지 여기 다 있다.
(~)
콜하스는 거기에 융커 벤첼에게 이년 징역형을 선고한 조항이 있는 것을 보자, 감정이 북받쳐 가슴에 두 손을 십자로 교차시키고 먼발치에서 선제후 앞에 무릎을 꿇었다. (124p)
^ 멋있어!
@ 이제 멋있음에 또 멋있음이 나와.
콜하스의 처형장엔 많은 군중이 들어 모여 있었잖아.
그중엔 변장을 한 작센 선제후도 있었어. 말장 수가 죽으면, 쪽지를 가져가려고 말이야.
그런데, 콜하스는 처형을 당하기 전에, 그 쪽지를 어떻게 했을까?
콜하스는 이 사내 (작센 센 제후)를 뚫어지게 쏘아보더니 쪽지를 입에 욱여넣고 꿀꺽 삼켜버렸다.
사내는 이를 보자마자 의식을 잃고 발작을 일으키며 털썩 쓰러졌다. (~)
콜하스는 처형대로 되돌아왔고, 형리의 도끼에 목이 떨어졌다. (125p)
^ 주인공은 죽었지만 배드 엔딩은 아닌 거 같아.
그의 아들들은 기사 작위를 받고 선제후 시동 학교에 입교도 했대.
무엇보다도 작센 선제후는 몸과 마음이 갈가리 찢어졌잖아.
그리고 콜하스는 우리 마음속에 멋짐으로 남았잖아
@ 그는 법의 준수자로 순수한 영혼을 지켰다고 생각해.
살아남으려고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가지도 않았고, 판결에 따라 상대방도 죄 값을 치르게 했고,
자신 도 죄 값을 치렀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사사로움도 전혀 없었고, 스스로 법의 형평성을 보여줬어.
미하엘 콜하스의 죽음은 법의 피해자로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한 개인이 법의 한계치를 넘나들며 정 당한 판결을 받으려 한 노력의 결과인 거야.
@ 사실 먹고살다 보면 마음의 촛불을 계속 켜고 지내기 힘들어.
^ 내가 토요일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봉사를 하잖아.
지난주에 어떤 아이 엄마가 나한테 이렇게 말하더라.
‘남편분이 돈 잘 버시나 봐요? 그러니까 이렇게 봉사도 하시죠!’
@ 나도 그런 말 많이 들어.
근데, 돈 많은 사람들은 자원봉사 안 하거든?
또, 봉사 안 하는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발언이기도 해.
무엇보다도, 돈이 안 되는 일에 열심인 모습이 이해가 안 가는 거야.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려 하는 시선, 이거 자본주의의 폐해 아닐까?
^ 뭘 그렇게까지 정색해? 그냥 우리 남편 돈 잘 버는 걸로 하자고.
@ 그럼 그러던가. 오~ 정말 잘 버는 거 아냐?
암튼 우리도 공동체 라디오 하면서 책을 사람들에 알리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거라 생각돼.
^ 자기 칭찬이 빠지질 않는구나.
@ 내 얘기 좀 계속 들어 봐봐.
크든 작든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서 자원봉사를 하든 시민운동을 하든
뭔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행동하 고 있으면, 그나마 마음의 촛불을 꺼트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을 거 같아.
^ 음. 그런 거 같아. 사실 가족들의 안위만 지켜내면서 그냥 살다 보면 사사로움에 빠지게 되거든.
사회와 연결된 끈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할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