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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미Cumi Jan 18. 2017

[책잡히는독감] Don't try

찰스 부코스키의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책 잡히는 정보

 1.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  2016년 출간된 민음사 시선집.

   찰스 부코스키의 시집  <Love is a dog from hell>  <You get so alone at times that it just makes sese>에 있는 시들의 시선집. 개성과 품격이 느껴지는 명작. 


 

2. 작가

  : 찰스 부코스키 (1920 ~ 1994) 독일 안더나흐 출생.

   미군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로스엔젤레스에서 살았다.

   잡역부, 철도 노동자, 트럭운전사, 주유소 직원, 집배원 등의 일을 하며 하층민으로 살았다. 

   미국 문학계의 기린아. 


 3. 페이지 

  : 민음사 세계시인선 16으로 145p  


 4. 소요시간 

  : 1 시간. 만화책을 즐기듯 읽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5. 이럴 때, 책을 잡자

 : 우아 떨고 점잔 빼는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을 때 / 가면을 벗고 싶을 때 


 6. 독감의 증상  

 : 욕쟁이 할머니를 만난 거 같이 후련하다.  

   혼잣말했는데, 혼잣말이 너무 잘 들려


찰스 부코스키  Charles Bukowski )


# 시를 읽고 만났다.


꾸미@와 발가락^ 은 현재 팟빵과 마포 fm에서 <책잡히는 라디오 '독감'>을 진행 중이다.

매주 책을 읽고 북 토크를 하고 있다.


@ 원래 시 안 읽는다며? 어땠어?

^ 괜히 읽고 나서 마음이 가라앉더라고. 시집을 읽으면 세상이 밝게 보이고 기분이 떠올라야 되는 거 아닌    가요?

@ 난 시집을 읽으면 원래 그랬는데? 우울해지고 어떤 사물을 봐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사실 시집을 읽는 건 피곤한 일이야. 

^ 난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봐. 시집은 저녁노을이 같이 황홀한 거 같았는데, 이 시집은 눈 오기 전 날씨 같아. 

@ 맞아. 유화 그림으로 말하면, 막 거칠게 덧칠해져 있는데, 그게 너무 진실 같은 느낌. 살아 움직이는 느낌.

^ 시를 읽고 머리속으로 그림도 그린 거야?!


고흐의 생트 마리 바다 위의 보트


#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면?


Don't try 

-  찰스 부코스키의 무덤에 새겨진 비문 

# 발가락의 선택 


부패


요즘 들어 

부쩍 드는 생각,

이놈의 나라가

사오십 년은

퇴보했구나

사회적 진보도

사람이 

사람에게 갖는

호감도

모두 멀리멀리

쓸려 갔구나

그리고 진부하고

케케묵은

편협함이

자리 잡았구나.


우리는

어느 때보다

이기적인 권력욕에,

약하고

늙고

가난하고

무기력한

사람들을 향한

멸시에 젖어 있다.


우리는 

결핍을 전쟁으로

구원을 노예제로

대체하고 있다.


우리는 

성취한 것을

낭비하고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우리는 폭탄을 안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두려움

우리의 지옥살이

그리고 우리의

수치


이제 

우리는

크나큰 슬픔의

손아귀 안에서

숨통이

막혀

울음조차

터뜨릴 수 없다.


안토니오 카노 코레아(스페인화가)  작품


@ 이 시를 선택한 이유는? 

^ 지금 한국 사회의 최대의 문제점은 희망이 없다는 거래. 

우려했던 게 현실로 드러나고, 나쁜 상상이 다 진실로 밝혀졌어. 그러면, 죄인들은 밝혀진 대로 죗값을 받고 세상은 깨끗해지면 되는데, 그렇게 될 거 같지가 않은 거야. 죄인을 비난하고 기성세대를 탓하다가 이제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나도 일조한 것 같은 우울감이 드는 거야. 우울증의 시초는 자기 비하라는데... 

@ 나는 아직 거기까지는 안 갔나 봐. 무조건 1번을 투표하는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일이 더 급선무라서, 나를 탓하기엔 피곤해. 

그리고 혁명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부패를 청산하지 못했을 때,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일어난대. 

나는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 

^ 시에서 '결핍을 전쟁으로 구원을 노예제로 대체하고 있다.' 고 하잖아. 

현재 우리들은 마음의 전쟁, 사람들과의 전쟁 속에서 살고 있어. 근데, 구원은 누가 하지? 우리는 울음 조차 터트릴 수가 없는데. 

@ 구원은 노예제가 하고 있다며?

 우리, 울음을 터트리자고! 그리고 우리들이 노예들을 구원하면 돼. 



# 꾸미의 선택 


지옥을 달리다


피곤에 쩔고 불만과 좌절에 찬 사람들,

울분과 복수심에 사로잡힌 사람들, 기만당하고 겁먹은

사람들, 화는 나는데 용빼는 재주는 없는 사람들,

나는 그들에 둘러싸여 고속도로를 달리고

그들은 운전 매너에 민낯을 투사한다.

누구는 증오심이 더 크고, 누구는 좌절감이 더 크고

누구는 추월당하기 싫어하고

누구는 추월하려는 자를 막으려 한다

누구는 차선 변경을 방해하고

누구는 새 차, 더 비싼 모델을 혐오하고

이런 차에 탄 누구는 더 낡은 차를 혐오한다.


고속도로는 째째한 싸구려 감성의 서커스,

움직이는 인류.

대부분 싫어하는 곳을 떠나와서

못지않게 싫어하는 곳으로,

혹은 더 싫어하는 곳을 향해 달리는 중.

고속도로는 우리들의 현주소이고,

그곳의 사고와 죽음은 십중팔구

불완전한 존재들의, 정신 나간 한심한 인생들의 

충돌이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나는 내 도시의 인류, 그 영혼을 본다.

추하고, 추하고, 추하다  (ugly, ugly, ugly )

심장을 쥐어짜 내버린

삶이란.



영화 '라라랜드' 고속도로 오프닝 씬



^ 꾸미는 운전도 많이 안 하면서 왜 하필이면 달리는 시를 선택했어?

@ 난 내 삶을 운전 중이거든.

^ 헉~ 

@ 밀리는 차 안에서 늘 드는 생각은 '왜 좋은 차를 모는 사람들의 운전 매너는 그지 같을까?'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어.  반면 또 문제는 좋은 차를 모는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야. '하여간 후진 차 모는 것들이란! 받을 용기도 없다는 뜻인가?' 하며, 서로 혐오하고 있잖아.

고속도로를 삶의 현주소로 표현한 시인의 발상이 너무나 공감이 가. 

^ 차가 무기야. 얼굴 가리고 바주카포 들고 나온 거야 

@ 내 첫 차가 티코였거든. 26살에 그거 타고 다니면서 억울한 일을 너무 많은 당해서 물총을 샀어. 그 물총에 엄마방에 있는 먹물을 담았어. 운전하다가 열받하게 하는 차를 향해, 창문을 열고 먹물 물총을 발사했어. 칙칙칙 빵야 빵야~ 내 응징이닷! 하면서  

^ 푸핫! 잘 맞혔어?

@ 음. 글쎄. 쏘긴 쐈는데, 차가 달리고 있어서 맞추기 어렵더라. 단 내 옷들이 다 먹물이 됐어.

정말 추하고, 추하고, 추하지? 어글리, 어글리, 레알 어글리! 삶이란, 



#그럼, 우리도...


@ 찰스 부코스키는 집배원으로 일하면서 자작시와 칼럼을 출판사에 계속 기고해서 문학잡지에 실었대.

근데 지각을 자주 했다네. 거의 잘릴 위기에 놓였다지? 

^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에서 전업작가로 제안했대. 그것도 평생 동안 매달 1백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조건이었다니, 얼마나 다행이야.

@ 그동안 부코스키의 글이 입소문이 타서, 인기가 좋았다나 봐.  출판사에서 그런 제안을 할 정도로.

^ 우리나라에도 그런 시인이 있다고 신문에서 봤어. 시집을 읽으니까, 이런 기사가 막 눈에 들어오더라고.

신춘문예 시 부분 낙선작을 모아서 출판하겠다는 1인 독립출판사 사장인데, '문학과 죄 송사'의 박준범 대표.

@ '문학과죄송사' 정말 웃긴다? 

^ 2013년에 박준범 대표가 막걸릿집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디어가 생각났대.  그래서 문학과죄송사란 출판사를 차리게 된 거야. 

@ 박준범이란 사람, 엉뚱해서 궁금해지는데? 어쩌다가 시인이면서, 출판사 대표가 됐을까?

^ 원래는 영화감독을 꿈꿨는데,  아버지가 아프게 되면서 가장이 되었다고 해. 부코스키처럼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면서 문학에 눈을 뜨게 된 거 같아. 

@ 음... 문학은 아프고 힘들고 고생한 사람들에게 선물처럼 주어지는 왕관 같아. 

나는 좀 더 고생을 해야 되나. 나 좀 때려줘.

^ 아니 아니. 꼭 아프고 돈이 없어야 고생은 아니야. 우리 충분히 불행해 

@ ㅜㅜ 오늘은 시를 더 읽어야 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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