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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미Cumi Feb 04. 2017

[독감 처방전] 절대적인 나만의 거처에 거하라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속에서


 책을 내 삶에 반영해본다면? 


<자기만의 방> 5장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당시 활동 중인 무명 여류작가의 책을 예로 들며,

여성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데요.

그 무명 여류작가의 이름은 '메리 카마이클'

울프가 가상으로 만든 작가입니다. 


저는 정말로 있는 여류작가인 줄 알았답니다. 

그 정도로 울프는 사실적으로 그녀의 작품에 대해 논평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무 책이나 한 권 집어 들었습니다. 책장 맨 끝에 있던 그 책은 메리 카마이클이 쓴 <인생의 모험>이라는 책으로, 바로 이번 10월에 출간된 것이었습니다.  ( ~ )
우선 나는 페이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습니다. 그러고는 먼저 그녀가 쓰는   문장을 이해해야겠다고 중얼거렸지요. 그녀가 손에 펜을 들었는지 곡괭이를   들었는지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서죠. 한두 문장을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보았습니다. 분명 무언가가 정리되지 않은 듯 보였지요. 문장이 그다음  문장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지지 못하고 중단되곤 했습니다. ( ~ ) 
그녀는 불이 붙지 않는 성냥을 긋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13~114p)

        

메리 카마이클의 <인생의 모험>은 아주 훌륭한 작품은 아닌가 봅니다.

울프는 여류 작가가 처음 소설을 쓸 때 잘못할 수 있는 실수들을 발견하고, 시원시원하게 지적합니다. 

자신이 가상으로 꾸민 작품이기에 아주 편하게 비평할 수 있었겠죠. 혼자 북 치고 당구치고 한 달까요?

 


(혼잣말) 어쨌든 인물의 생명력을 끌어내리고 있지는 않네. 
너무나 많은 사실을 쌓아 올리고 있어.
예상되는 장면 연결에 쓸데없이 손을 대고 있군. 이건 장면 연결의 파괴야.
어? 근데, 인물 중에 남자는 한 명도 없나?   


울프는 작품 속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면밀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페이지에서 매우 흥미로운,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도  발견했습니다. 

메리에게도 작가로서 자질이 있는 것이죠. 

이 대목에서 울프는 왜 여성이 글을 쓸 때,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나는 메리 카마이클이 한 번도 말해지지 않았던 혹은 거의 말해진 적 없는   언어를 포착하는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보고자 했지요. 여성이 혼자 있을 때, 남성의 변덕스러운 빛을 벗어나 혼자 있을 때 생겨난 그런 몸짓과 언어는, 천장에 아른대는 나방의 그림자만큼이나 희미합니다.

그런 작업을 하려면 그녀는 잠시 숨을 멈출 필요가 있을 거라고, 조언해주겠습니다. 
여성은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관심을 받을 때면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은둔과 억압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 누군가 그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눈을 한번 깜빡하기만 해도 어느새 사라지고 맙니다.  (119p)

  

희미한 문학적 영감이 사라지지 않도록, 작고 연약한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키울 수 있도록, 자신만의 고독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쓰려할 때, 그리려 할 때 누가 보거나 눈치채면 김 빠지거든요. 

창조력은 비밀의 숲에서 마법처럼 자라난다고 할까요.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홀로 사색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곳,

버지니아 울프는 그곳을  ' 자기만의 방'이라 불렀습니다. 특히 여성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요.


몽테뉴는 그곳을 '치타델레' 라고 불렀습니다.

치타델레(Zitadelle)란 몽테뉴가 저술 작업을 했던 성 안의 작은 탑을 말하는데요.

몽테뉴는 38살에 고등법원 법관직을 그만두고 책을 잔뜩 싸가지고 성 탑으로 들어가, 그곳을 서재로 만들어 10년 동안 이 곳에서 수상록을 쓰는 등, 농밀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절대적인 자신만의 거처 '치타델레'에서 말이에요. 


여성이나 남성이나 모두 무언가를 구상하고 완성하기까지 고독한 시간과 방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절대적인 나만의 거처, 자신만의 방을 가지고 있나요? 


없으면 만듭시다! 



집이 너무 좁다면?

컴퓨터 용량이 적으면? 외장 하드를 쓰듯이 

집 용량이 여유 없다면? 밖에다 내 방을 만들 수도 있잖아요.

만만한 카페도 좋고, 볕 잘 드는 도서관 창가도 좋고요,

혼자 있어 마음 편안 곳이 있다면

그곳을 자기만의 방 이라 불러봅니다.


벽만 봐도 좋은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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