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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미Cumi Feb 15. 2017

[독감처방전]겅충겅충 건너뛰기 독법

서머싯 몸의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 - 개마고원

 책을 내 삶에 반영해본다면? 


두꺼운 소설책을 읽고 싶은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아서 책장을 펼 엄두가 안 날 때, 그럴 때 있죠. 

더구나 그 책을 쓴 이가 존경받아 마땅한 대 작가라면?

왠지 한 자 한 자 새겨 읽어야 할 것 같은 권위가 느껴진다면

더더욱 책을 잡긴 힘든데 말이죠.


하지만, 이제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대문호인 서머셋 몸이 제안한 독법이 있기 때문이죠.


<레드북> 지의 부탁을 받아 목록을 짤 때 덧붙인 짤막한 해설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껑충껑충 건너뛰어 읽는 썩 괜찮은 독법을 익히기만 한다면 지혜로운 독자로서 읽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분별이 있는 사람은 소설을 일 삼아 읽지는 않는다. 그는 소설을 단지   재미로 읽는다. 그는 등장인물들에게서 스스로 흥미를 느낄 준비를 이미   단단히 하고 있기 때문에(~)

인물들이 괴로워하면 그 역시 괴로워하고, 어느 정도는 그들의 인생을 대신 살아간다. 

그러나 그는 흥미로운 대목이 어디인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마치 사냥개가 여우의 흔적을 좇듯이 한 치 오차도 없이 흥미가 풍기는 냄새를 따라 추적해나간다.

그러다가 가끔 작가가 실패한 지점에 이르러서는 냄새를 놓치기도 하는데, 그때는 이리저리 헤매다가 되찾기도 한다. 

말하자면 이게 바로 건너뛰기 읽기다.  (9~ 10p)



아무리 훌륭한 소설이라도 완벽한 작품은 없다. 그래서 읽는 자에게 모든 대목이 다 매력으로 다가올 수는 노릇.

지루한 대목이 있다면, 건너뛰어라.   

필요 없이 묘사가 길어지거나, 지식을 설파한다거나 설명이 세밀해지면 거기서 나와라. 

왜냐하면, 독자 자신이 가장 뛰어난 비평가이니까 말이다! 

이런 의견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는 소설이란 거의 없다.

(~)

다시 말해 이야기를 전진시켜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거나 독자가 등장인물들을 이해하는데 유익한 정도가 못 되는 것이라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작가가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27p)


저는 정말 공감이 가더라고요.

아무리 억지로 읽어봤자, 결국 나에게 와 닿은 것들만 기억에 남고 공명을  주니까요. 


자, 우리 서머셋 몸의 조언에 따라, 사냥개가 여우의 흔적을 찾아 숲을 누비듯 흥미 있는 것만 읽으면서, 휙휙 후루룩 읽어 봅시다. 

보다 주도적인 책 읽기, ‘건너뛰어 읽기’ 도전해 봅시다! 


서머싯 몸 


When I read a book I seem to read it with my eyes only, 

but now and then I come across a passage, 

perhaps only a phrase, 

which has a meaning for me, 

and it becomes part of me.


-William Somerset Maugham



내가 책을 읽을 때 눈으로만 읽는 것 같지만 

가끔씩 나에게 의미가 있는 대목, 

어쩌면 한 구절만이라도 우연히 발견하면 

책은 나의 일부가 된다.


-윌리엄 서머싯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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