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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Jun 23. 2020

숲 속에서 하루 살아보는 경험

더글라스하우스 투숙기


도시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제 조금이라도 푸릇한 풍경을 보면 마음이 상쾌해 지는 것 같다.


회색빛 네모 반듯한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는 서울.

각자만의 개성이 있는 듯 하면서 개성이 없다. 가끔은 이런 도시가 지루하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자꾸 자극적인 것을 찾지 않았을까.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게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씁하씁하' 해야만 먹을 수 있는 매운 떡볶이를 먹고, 사람들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이면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려 하며, 궁금증을 유발하는 뉴스들과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컨텐츠들을 매일같이 접하곤 한다.


어떻게든 하루를 꽉 꽉 채워넣었다.

그것도 간이 쎈 것들로. 듣기만 해도 벌써 속이 부대끼는 느낌이다. 몸이 무거워지는 듯 하다.

비우는 것 보단 채우는데 급했고, 천천히 가기보단 무작정 빨리 가는 것만 생각했다. 삶이 너무 짜다.


주말만큼은 밍밍하게 살고 싶었다.

탄산음료 대신 디톡스 쥬스를, 컴퓨터 화면 대신 창문 밖으로 보이는 숲을, 어떤 정답을 찾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아닌 천천히 생각을 비우는 그런 시간. 삶 속에 가득찬 독소들을 없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그런 하루 말이다.


일단 서울의 중심부에서 벗어나자.

그래, 산 속으로 들어가는거야.


오늘 하루는 지극히 싱겁게 살아보려한다.



너무 멀리 나가기엔 주말 2일이 너무 제한적이다.

그래서 강남권에서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아차산 쪽으로 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 곳엔 워커힐이 작은 빌리지를 꾸려놨다.

그랜드워커힐을 비롯한 비스타 워커힐도 있고, '더글라스 하우스'까지.


그랜드와 비스타 워커힐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거리지만 산 중턱에 위치한 '더글라스 하우스'는 제한된 객실 수 덕에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 않거니와 일단 숲 속에 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녹색 자연을 보는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 중요했다.


얼른 '더글라스 하우스'로 달려가자.




# 숲 속으로


주차타워 4층으로 가면 더글라스 하우스와 연결되는 통로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4층에 주차를 해놓고 더글라스 하우스와 가까워졌단 생각에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연결통로로 가는데 눈 앞에 수 많은 '계단'이 펼쳐져 있었다.


뜻밖의 하이킹이 시작된다.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숲 속에 정말 들어온 기분이 아니라, 정말 숲 속이라는 것.


그리고 공기의 냄새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계단을 올라가면 올라 갈 수록 더글라스 하우스의 외관이 보이기 시작한다. 숲 속 산장처럼 생긴 '더글라스 하우스'. 점점 기대가 된다.


이렇게 숲 속 길을 거닐며 더글라스 하우스를 마주하니 이들의 외관과 자연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로비 앞에 도착한다.


아, 생각해보니 무료 발렛 1회를 해준다고 했었다. (심지어 체크인 전 날에 문자 안내까지 받았었다) 굳이 주차타워에 차 대놓고 열심히 계단을 걸어 올라오지 않아도 되는거였다.


괜찮다. 더글라스 하우스에 가는 길 마저

'숲'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자.




# 숲 속의 공간


와우. 이거다. 이걸 원했다.

흡사 캠핑장에 온 듯하며 숲 속에 있는 프라이빗한 개인 별장이 온 듯하다.


더글라스 하우스를 오기 한달 반 전에 갔었던 그랜드 워커힐은 정말 누가봐도 '호텔' 이었다. 하지만 여긴 우리가 머릿 속으로 떠올리는 '호텔'의 냄새를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더욱 만족스럽다.


왠지 이 로비에 앉아서 마시멜로우 올린 코코아를 마시며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았다.




로비는 호텔의 첫 인상이다.

시끌벅적하지 않고 고요하며, 흙 향이 은은하게 퍼져나오는 이 로비 공간. 


'불 멍'을 때릴 수(?!) 있게 원형 테이블 한가운데에선 불이 소박하게 타오르고 있다. 그리고 의자들은 그 공간을 둘러싼다.


정말 캠핑장 같다. 심지어 건물도 3개 층이 전부라 으리으리하지 않고 아늑하다.

 

계속 멍때리면서 보게 되는 불 멍


브란운 계열과 그린 계열을 중점적으로 사용하여 '자연'의 느낌을 굉장히 강하게 준다.

이 로비 덕에 앞으로 내가 어떤 경험을 할지 예측 가능하게 해준다.


내가 딱 원하던 그대로 오늘 하루는 '자극적이지 않은 하루'를 살 수 있을 것 같다.


더글라스 하우스는 1961년 당대 최고의 건축가 '김수근' 선생님의 작품이라 한다.

한국건축의 1세대이자 한국 건축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져 있다. 더글라스 하우스는 '자연을 밀지 말고 그대로 두자' 라는 일념 아래 1961년에 탄생했고 2018년엔 리뉴얼을 거쳐 재오픈 하게 된다.


이제서야 이해가 간다. 왜 이렇게 이들이 자연에 집착을 하는지.


그리고 숲 속 안에 호텔이 들어섰는지 말이다.



오히려 자연을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며 삶을 재충전 하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아, 그리고 여긴 만13세 미만의 아동들은 출입이 애초에 불가하다. 입장의 차이로 누군가에겐 불만일 수 있지만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의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임이 틀림없다. 


정말 '어른들을 위한 휴식공간' 이다.


더글라스 하우스 로비




# 재충전의 공간


오늘 경험해볼 객실타입은 '더글라스하우스 스위트룸'이다. 원랜 아차산뷰로 선택을 했지만 공식홈페이지에서 예약할 당시 '호오옥시' 나 하는 마음에 가능하다면 한강전망으로 부탁드린다 라는 메모를 남겨놨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걸까. 체크인 할 당시 더글라스하우스에서 더 좋은 경험을 해보시라며 한강전망으로 준비해주셨다.


이제 그만 떠들고 들어가자.


세상에.

이 말 밖에 안나왔다. 정말 숲 속 산장에 들어왔다.

숲 속에서의 '휴식'을 추구한다더니 정말이었다.



로비 디자인과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나무와 풀잎이 떠오르는 브라운과 그린이 가득하다.

컬러만으로도 이미 자연에 온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이며, 라탄 조명과 마치 캠핑 갈 때나 들고 갈 법한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뿐만 아니다. 목이 얇고 긴 스탠드 덕에 공간의 밀도를 높인다.



심지어 침대쪽 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원목자재들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옴과 동시에 들어가있다.

이런 불규칙적인 구조 덕에 말 그대로 '자연' 스럽다. 어떻게 이런 디테일을 살릴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소파 앞에 있는 송치러그 또한 센스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야생의 숲 속에 캠핑하러 나온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소파 앞에 있는 불규칙한 모양을 띈 테이블 마저 훌륭하다. 만약 여기에 네모 반듯한 것이 있었으면 감성을 해쳤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해먹'

해먹이 객실 내에 설치되어 있다. 정말 숲 속에서 하는 캠핑의 경험을 고스란히 객실에 옮겨놓았다.

해먹에 누워 살짝 흔들어보자.


세상 그렇게 평온할 수 없다. 그러다 잠시 시선을 창 밖으로 돌리면 숲과 한강이 보인다. 어느 타이밍에 사람들에게 감동을 줘야하는지 아는 눈치이다.




그 상태로 테라스 문을 열고 나가보자.

작은 테이블과 마법의 의자가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며 놓여있다. 저 마법의 의자에 앉으면 커피 한잔 마시면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게 된다.


내가 이렇게 생각을 비워본적이 있나 싶을 정도이다. 뭐하러 그렇게 '짜게' 살았나 하며, 삶도 되돌아보게 된다.




이 객실타입은 뷰만큼이나

시원시원하게 구성이 되어 있다.


답답함이라곤 조금도 느껴볼 수 없다. 객실 크기 자체가 넓은 것도 있지만 강약 조절이 확실하다. 이게 무슨 말인진 아주 간단하다. 불필요한 것들은 객실 내에 갖다놓지 않았을 뿐더러, 소파를 기준으로 소파 뒤론 침대와 책상 그리고 각종 가구들이 밀집 되어 있다.


반면에 소파 앞쪽엔 TV와 거리가 꽤 있고 그 앞엔 아무 가구가 없기 때문에 더 트인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TV 아래에 일부로 공간을 뚫어놔서 더욱 공간이 넓어보이는 효과까지 있다. 역시 디자인의 힘은 위대하다.


같은 물리적인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체감하는 공간이 이리저리 달라지기 때문이다. 매력적이다.



욕실과 화장실도 흠잡을 곳 없이 심플하며 넓게 구성되어 있다.

정말 군더더기 없다. 다른 호텔들도 그렇듯 필요한 물품들만 각각 놓여있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게 있다면 워커힐은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과 협업하여 만든 비누를 객실에 비치 해놓은 것. 괜찮은 비누 향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솔직히 오늘은 유독 글이 잘 안써진다.

어떡하지. 뭐라 써야할지 모르겠다. 객실의 시설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이 곳에 오는 순간 나의 두뇌 회전은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이 곳에선 머리속에 있는 잡념과 걱정, 고민들이 사라진다.


그 동안 다녔던 수 많은 호텔들은 화려하거나, 모던하거나 였다. 그리고 뭔가 '채우기' 바빴다.

여긴 비워낸다. 자극적으로 살아 왔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며 싱겁게 살기 위해 몸과 마음 안에 있던 독소들을 비워내게 된다.


괜히 호흡에도 신경을 쓰게 되고 1분 1초 흘러가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이 때문인지 더글라스 하우스가 너무 궁금해서 관찰을 하러 왔지만 오히려 관찰을 안하게 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아무 생각 없이 책만 읽었다. 


머리가 맑아지는 듯하며 상쾌해졌다. 인간은 자연과 가까이 할 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느낀다 한다.


더글라스 하우스가 딱 그렇다.


요즘 유현준건축가께서 쓰신 책에 빠졌다


'자연을 밀지 말고 그대로 두자'

라는 말을 계속 곱씹어보게 되는 순간이다. 진짜 '휴식'을 위한 조건은 어쩌면 '자연과 함께' 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지 않을까.


화려하지도 않고 아늑하며, 자연적인 색감과 소재들 덕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꾸 머물고 싶은 곳이다. 그래서 객실 밖을 나가기 보단 안에서 생각을 하게 되고 혹은 반대로

생각을 비워내기에 너무 좋은 공간이다.


앞엔 강이 흐르고 뒤엔 산이 있으니, 부족한게 뭐가 있을까. 우리에게 필요한건 얼음이 띄워진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곁들일 책이 필요하다.


커피가 땡기지 않으면 객실 안에 비치된 맥주를 꺼내먹자. 무료 미니바니까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 사색의 공간


사유와 재충전의 공간이란 말에 어울리게 라이브러리까지 준비되어 있다.

이상하게 더글라스 하우스를 예약하면서 이 곳에선 그렇게 책을 읽고 싶었다. 카페나 집에서 읽을 수도 있지만, 책이 유독 잘 읽히는 공간이 있듯 더글라스 하우스가 그럴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녹색자연이 주는 힘인가보다.


객실을 봐서 알겠지만 객실에서도 충분히 책읽기 좋은 환경을 갖췄지만,


이들의 라이브러리는 어떤지 너무 궁금했다.



라이브러리 공간도 공간이었지만,

이들의 기획력에 놀랐다.


기존의 책 분류 방식(경제, 사회, 정치 등)을 완전히 깨부수며 정말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캐치 할 수 있게 그리고 지금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싶어하는지 '상황별'로 큐레이션 해주는 '츠타야 서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소름돋는 사실은 이 곳에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다이칸야마 티사이트(츠타야 북스)에서 선정한 음악들이라고 한다. 역시는 역시다. 한 1주일 정도 여기 가만히 앉아서 책만 보고 싶을 정도이다.


'읽고,쓰고 공부하며 재충전', '나 자신을 놓치지 않기', '문학의 주인공에게 듣는 인생사' 등

지금 나의 상황에 맞게 책을 고르면 된다.


이는 한남동에 있는 스틸북스의 큐레이션 방식처럼 

나에게 맞는 책을 더 효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도와준다.


더글라스 하우스 라이브러리 큐레이션의 일부


알고보니 여긴 우리나라에서 이미 독특한 북 큐레이션 방식으로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은 '최인아 책방'의 최인아 대표가 직접 공간 컨설팅 및 큐레이션을 했다.


더글라스 하우스의 철학과 이 곳에 찾아오는 투숙객들의 몸과 마음 상태를 어느정도 예측한듯 이들의 큐레이션은 와닿는 것들이 많았다.


나처럼 아예 읽을 책을 가지고 오는 것도 좋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몰르땐 맘 편히 오자.

더글라스 하우스의 라이브러리가 나도 몰랐던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찾아줄테니.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곳도 좋지만,

넓은 객실에서 세상 편안한 복장과 자세로 책을 보고 싶어서 다시 객실로 향하기로 한다.


그 전에 한 군데 들러야 할 곳이 있다.




# 웃음의 공간


더글라스 하우스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고 편의점 및 레스토랑이 호텔 안에 있지 않다. 엇. 그럼 식사는 어떻게 해야하지? 싶을 것이다. 거기에 대해선 글 뒤에서 풀겠다.


더글라스 하우스는 온전한 '휴식'을 추구한다. 활동적으로 수영도 하고 여기저기 구경다니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더글라스 하우스식 휴식이 아니다.


호텔 안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긴장된 몸이 아닌 릴렉스된 몸 상태를 유지한채 자극적이지 않게, 싱겁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이들만의 휴식 방법이다.


더글라스 하우스에 온 이상 따라주기로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온 사람과 소소하게 즐길만한 요소들이 있다. 바로, 멀티룸.


이 안에서 미니 포켓볼을 칠 수 있다. 함께 온 사람과 저녁내기를 걸고 한 판 붙기로 한다. 오랜만에 치는 포켓볼 덕에 잘 안쳐진다. 철저히 운에 맡겨 포켓볼을 치니 더 웃기면서 재밌다.



멀티룸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은 사실 딱 저정도 이다.

이곳은 외부행사, 단체, 이벤트를 할 때 사용하는 곳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거기에 미니 당구다이가 얹어진 느낌이 강하다. 아쉬워 할 필요 없다. 앞서 말한듯 이 호텔에선 '액티브' 하며 '자극적'인 행위는 하지 않기로 했으니 말이다.




# 생산의 공간


더글라스하우스의 매력은 어디까지 일까. 이들이 '키친' 이라고 칭한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키친 바로 앞엔 라운지가 있다. 조식을 먹으러 라운지로 나오면 보통은 뷔페식으로 다 차려진 음식들 중 내가 먹고 싶은 것들만 퍼오는 형태이다.

이게 우리가 가장 익숙해 하는 형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아침에 조식 먹으로 주린 배를 이끌고 나왔는데 사람들이 인덕션 위에 후라이팬을 올려놓고 뭔가 열심히 요리를 해먹고 있다.


뭐지? 싶었다. 여긴 오픈키친형태로 운영이 되기도 하는데, 시리얼, 기본적인 빵, 음료, 샐러드 정돈 제공이 되지만 나머지는 본인이 원하는 만큼 요리를 해먹으면 된다. 요리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 없다.


계란후라이와 얇은 햄을 굽는 정도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실력이 된다면 에그스크램블도 할 수 있으니 도전해보자. (난 계란후라이만 열심히 하는걸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엄청난 요리는 아니지만 사실 그게 맞는듯 하다. 아침부터 무겁게 먹진 않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간단한 요리라도 직접 내 손을 거쳐 만들다 보니 왠지 모르게 이 공간과 더 친해진 기분이다.


밤엔 어떨까.

밤에도 아침과 비슷하다 보면 된다. 식사류가 나오는 것이 아닌, 술과 함께 곁들일 스낵류들이 나온다. 맥주,와인, 하이볼까지 다양하게 준비가 되어있으니 주어진 시간동안 내가 원하는 만큼 마시면 된다.


하이볼의 경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도 상세하게 적혀있으니 따라서 만들어보는 것도  재밌다.





# 공간과 공간


지금까지 이렇게만 읽으면 무슨 이 호텔에 콕 박혀서 외부 이동은 절대 못하는 것 처럼 느꼈을 수도 있다.


나도 어쩔수 없는 인간인가 보다. 그렇게 싱겁게 하루를 살아보겠다며 당차게 더글라스 하우스에 왔지만 이윽고 '살짝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 깔끔하게 인정하기로 한다. 난 삶에 약간의 MSG가 필요하다.


편의점도 가고 싶고, 더글라스하우스에선 저녁식사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으니 저녁도 먹어야 한다.

더글라스 하우스에서 내려와 워커힐 본관으로 가야하는데 걸어서 가자니 두렵다.


프론트에 물어보니 24시간 무료 셔틀이 운행하고 있으니 불러주겠다고 한다. 아니 뭐 우리 2명 밖에 안가는데 소형버스가 온다 생각하니 살짝 미안하기도 했다. 3분도 채 되지 않아 셔틀이 도착했으니 나가면 된다고 한다.


웅? 나도 모르게 셔틀이라고 하니 무의식적으로 소형버스를 생각했나보다.


충격받았다. 검정색 그랜저가 대기중이다. 셔틀이 너무 고급지잖아.. 그렇다. 그들이 말한 셔틀은 그랜져이다. 셔틀치고 고급스럽다. 이분들은 워커힐 전체를 돌아다니며 투숙객들의 이동편의를 위해 노력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그리고 워커힐 지리를 빠싹(?!) 하게 잘 알고 게신듯 움직임에 거침이 없다. 장인들이시다.



공간과 공간을 이동할 땐 이 검정색 그랜저 셔틀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공간과 휴식


우리는 종종 녹색 식물이 놓여있는 공간에 갈테면 마음이 조금은 평온해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어떤 공간 안에 식물을 그저 '인테리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독 식물이 많은 공간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마련이다. 왜그럴까.


인류는 자연을 활용하여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예쁘게 표현하면 '활용' 이지 사실 '착취'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 식물들에게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자연을 밀면 밀 수록 도시는 점점 확장 되었고 기술은 발전했다.


하지만 사라져가는 자연과 같이 우리의 마음도 점점 비어져간다 공허하다. 특히 서울은 유독 심하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공원문화가 형성이 되어 있으면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편하게 즐길 수가 있다. 삭막할 뻔했던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강남에선 공원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강북 또한 마찬가지.


생각해보니 서울에선 정말 식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만 있을 뿐이다. 차갑고 무뚝뚝하다.


안락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자연이 있는 곳이라면 나도 모르게 홀린듯 찾아가는 것이다. 도심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식물을 보며 뭔지 모를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예쁘다! 라고 생각하는 공간이나 카페들을 보면 꼭 식물들과 함께 한다.


하지만 이 것에 만족 할 수 없는 우린 점점 '힐링'을 외치며 자연을 찾아 떠난다. 그게 바다 일 수도 있고, 산 일 수도 있다.


집에서도 '힐링'을 취할 수는 있지만 느낌이 다르다. 집에 캡슐커피머신이 있어도 카페에 가는 것 처럼 말이다.


그렇게 우린 또 다른 공간으로 떠난다.


공간과 휴식은 상당히 밀접하다.


빵빵 울려대는 클락션 소리보단, 짹짹이며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고


가슴 답답해 지는 매연 냄새보단, 폐 속 끝까지 정화시켜주는 듯한 흙 냄새와 풀 냄새


눈 앞을 가로막는 빌딩이 아닌,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녹색자연


미끄러지듯 매끈한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대신 

울퉁불퉁하며 거친 촉감의 오브제


단짠이 버무려진 패스트푸드가 아닌, 먹고 나서 오히려 더 몸이 가벼워지는 샐러드와 씨리얼.


이 모든 것을 동시에 경험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공간' 뿐이다. 그리고 그 공간 중 '호텔'에서만 가능하다. 숲 속에서의 오감을 만끽하며 보내는 그런 하루.


이 사실을 진작에 알았던 건축가 김수근 선생님께선

더글라스 하우스를 세울 당시 그래서 이런 말씀을 하셨지 않았을까


'자연을 밀지 말고 그대로 두자'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진짜 '휴식' 위해선 자연

가까이 해야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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