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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Jul 04. 2020

3.3평 독방에서 '쉼'을 느껴보는 경험

갑자기 제주도로 체크인 : 플레이스 캠프 제주 투숙기 2


앞선 글에선 플레이스캠프 제주(이하 플캠제주) 특유의 '노는 문화'에 대해 집중했다면, 이번 글은

플캠제주의 객실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플캠제주에서 이틀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 객실에서 이틀을 머무는 것이 아닌 각각 다른 객실을 이용해보았다. 그리고 이 두 객실의 공통점이 있다.


3.3평이라는 것과 객실 내에 TV가 없다는 것.

TV가 없는 것부터가 이미 새로웠다. 흔치 않다. 어쩌면 이들은 제주까지 왔는데 객실 안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밖으로 나가 제주 라이프를 느끼길 바라지 않았을까. 그리고 사실 스마트폰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 티비를 대체할 디스플레이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이들은 과감하게 TV부터 치워버린 듯하다. 인상적이다.



# 브랜드 룸


브랜드 룸? 이게 뭐지?


처음에 객실을 예약하러 플캠제주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아니 세상에 뭔 객실 타입이 이렇게 많나 싶었다. 크게 분류하면 '스탠다드룸', '컨셉룸' 그리고 '스위트룸' 이렇게 된다. 스탠다드 룸이랑 스위트룸은 익숙해서 그러려니 하는데 유독 눈에 띄는 게 하나가 있다.


바로 '컨셉룸'


이게 뭘까. 여태 저런 룸타입은 본 적이 없었다. 항상 새로운 것은 늘 짜릿하다고 하지 않던가. 클릭해본다.


아니 세상에, 책과 하루 종일 파묻혀 있고 싶으면 그 객실의 컨셉은 '책'이다.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해서 객실을 꾸며놓은 컨셉도 있으며, 명상을 비롯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카세트테이프 룸'도 있다.


(좌) 책이 있는 문학과지성사 룸 / (우) 카세트테이프 룸 / 사진출처 : 플캠제주 공홈


쉽게 말하면 스탠다드룸 베이스에 객실 구조는 그대로 두고 '안에 들어가는 컨텐츠만 다르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이들의 센스를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어느 호텔이 이렇게 공간구조로 객실을 구분 짓는 것이 아닌, 객실 안에서 펼쳐지는 컨텐츠와 그 컨텐츠를 통해 느껴지는 '경험'을 기반으로 객실을 구분 지을 수 있을까? 플캠제주만 가능한 기획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콘셉트로 하루를 묵어볼까~' 기분 좋게 고민하던 도중 거짓말처럼 한 객실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것이 바로 '브랜드 룸'


(사진출처 : 플캠제주 공홈)


이게 뭐지 하고 들어가서 살펴봤다. 그리고 '와우' 고개를 절로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브랜드 룸도 컨셉룸의 일부이며 '브랜드 룸' 이름 그대로이다. 플캠제주와 어느 브랜드가 협업하여 객실의 컨셉을 바꾸는 것이다.


일종의 체험형 쇼룸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그동안 나에게 호텔 객실은 '불변의 것'이었다.

한 번 만들어놓으면 리모델링 전까진 바뀌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플캠제주는 나의 편견을 살포시 즈려밟아 깨뜨려줬다.


브랜드와 협업을 하여 객실을 변형하고,  브랜드에 걸맞는 '경험' 투숙객들에게 심어주다니.

'그래, 이게 진짜 브랜드 경험이겠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번의 브랜드 룸은 플캠제주와 '쉼'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브랜드인 '식스티 세컨즈'와 함께 한다. 이로써 플캠제주와 식스티 세컨즈는 서로 윈윈 하는 관계가 된다.


 

(사진 출처 : 플캠제주 공홈)


'식스티 세컨즈'는 브랜드명 그대로 '60초' 안에 잠들고 '60초' 더 머물고 싶은 매트리스뿐만이 아닌 자신만의 휴식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너무 궁금하다.


안그래도 플캠제주도 3.3 객실에서 온전한 '휴식' 취하라고 그러는데 여기에 '식스티 세컨즈' 합쳐지면 어떨까?


플캠제주에서 두 번째 날은 이 객실로 가기로 정했다. 오늘은 '브랜드 룸'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자.


플레이스 캠프 제주 브랜드 룸


룸 체인지를 하고 객실을 찾아가려 하는데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왜냐면 이 객실만 '나 여기 있소'라고 하는 듯, 객실 문이 누가 봐도 눈에 띄게 생겼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난 '쉬는 것' 마저도 온전하게 하는 사람이야~라는 듯하다.


입장부터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브랜드 룸 객실 문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우리가 '쉼'을 느끼는 순간은 어떤 순간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주변이 시끌벅적하거나, 정신이 없는 상태에선 '쉼'을 느낄 수 없다. 주변이 조용하고, 반짝반짝 거리는 화려한 조명보단 차분한 조명과 적당한 밝기 그리고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린 '쉼'을 느낀다. 그리고 대부분은 낯선 곳이 아닌 내가 익숙한 곳에서 '쉼'을 더 빨리 느끼곤 한다. 아무래도 그게 편하니까.


놀랍게도  객실은 

'낯선 '임에도 불구하고 '' 집중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플레이스 캠프 제주 브랜드 룸



#


문을 열고 들어 오자마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농도 짙은 숲향이 내 코를 자극한다. 새롭다. 이 객실과 나의 첫 만남은 '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보통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잔잔하게 음악이 깔리는 곳들 혹은 창문 블라인드가 자동으로 위로 올라가며 창 밖을 보여주는 곳들은 봤어도 이렇게 후각을 자극하는 곳은 없었다.


나도 내 호텔을 세울 당시엔 후각 경험도 꼭 섬세하게 신경 쓰리라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다. 객실과 나의 첫인상이 너무 훌륭하다.



향을 따라가 보니 조약돌 세라믹이 놓여 있었다.

저 조약돌 세라믹 위에 준비된 오일을 똑똑 떨어트리면 객실 안에 술 향이 그윽해진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긴장되어 있던 몸이 이완되며 이 3.3평 객실이 좁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아주 편안한 '나만의 휴식 공간' 이자 스트레스와 걱정이 잠시나마 사라지는 듯한 마법의 공간이다.


플레이스캠프제주 x 식스티 세컨즈 브랜드 룸


'향'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2013년 삼성보고서에 의하면 '향'에 노출된 소비자는 쇼핑시간을 실제보다 짧게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평소보다 세 배 더 넓은 매장을 둘러보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처럼 '향' 하나로 공간에 몰입을 할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우린 '향'을 통해 기억과 그때 당시의 감정을 떠올린다고 뇌과학자들은 말한다.

어쩌면 우린 어렸을 적 부모님과 손잡고 공원 산책을 했을 때 맡았던 풀내음과 더울 때면 산속 맑은 공기를 맡으며 시원한 계곡에서 놀았던 기억들.


우리가 마음이 편안할 땐 꼭 자연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편안함이 느껴지는 그 '특유의 향'을 익혀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객실의 문을 처음 열고 맡았던 그 첫 향이

우리의 어렸을 적 기억을 끄집어내어 '편안함'을 먼저 심어주지 않았을까.


좋다. 이 정도면 합리적인 합리화는 다 한 것 같다.

이제 맘 편히 집에다가 디퓨저를 하나 구비해놔야겠다.




# 조명과 나무


이렇게 숲 향이 몸 안 구석구석으로 빨려 들어갈 때 지금 느끼는 이 편안함을 더욱 극대화시켜주는 것이 있다.


바로 '조명'


우리가 집보다 호텔에서 더욱 '아늑하고 안락하다'라고 느끼는 이유는 바로 '조명'의 영향이 꽤 크다. 집에 있을 경우엔 형광등 하나가 방의 전체를 밝히기 때문에 공간의 밀도는 사라지고, 눈만 아프기 마련이다.


하지만 호텔을 보면 객실이 그렇게 큰 게 스탠드 여러 대와 부분조명들만 가지고 객실 전체를 밝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빛과 빛이 만나 더욱 밀도가 깊은 공간을 만들어내고 은은한 주황색 불 덕분에 따뜻하고 안락하게 느끼는 것이다. 지금 이 '브랜드 룸'이 딱 그렇다.



거의 객실의 7-80%는 이 조명이 밝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어쩜 침대 바로 옆에 저런 조명이 놓여있는데 방해되지 않는다. 눈에 거슬리지도 않는다.


왜냐면 침대에 누웠을 때 저 조명이 침대 위로 삐져나올 정도의 크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침대 높이보다 낮은 조명을 비치해놓아서 투숙객들이 침대 위에 누워 있을 때를 고려했다고 생각한다. 세심하고 섬세하다.


이제 나무를 살펴보자.

갑자기 나무? 라니 싶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브랜드 룸도 결국은 기존에 있던 '스탠다드 룸'을 변형해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스탠다드룸과 뭐가 달라졌을까 궁금해진다. 비교해보자.


(좌) 일반 스탠다드 룸 / (우) 브랜드룸


기존엔 러프한 느낌의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에 걸맞게 철제 프레임으로 된 침대가 딱 놓여있다. 그렇지만 이번 브랜드 룸을 봐보자. 어떤가. 철제에서 나무로 바뀌었다는 하나 때문에 훨씬 안락해졌다.


아카시아 나무로 만들어진 플랫 원목 베이스 덕분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역시 우리 인간은 자연에 있을 때 심신이 가장 편안해지나 보다.


브랜드 룸에만 있는 플랫 원목 베이스


심지어 침대에 오르고 내릴 때 맨발에 닿는 나무

감촉이 너무 좋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가 차가운 인공 대리석 위를 걸을 때와 흙길을 걸을 때의 기분이 다른 것처럼, 차갑게 느껴지는 철제 프레임에서 주지 못하는 그 '아늑함'을 가지고 있다. 이 나무 하나가 말이다.


어쩜 이렇게 잘해놨을까. 배울 점이 많은 호텔임이 확실하다.




# 디테일


화장실 외벽을 유리로 해놓았다.

객실 자체가 좁은 마당에 화장실 벽을 콘크리트 벽으로 올렸다면 정말 '감옥'같았을 것이다. 시야를 제한할수록 우린 공간을 좁게 느끼곤 한다.


같은 물리적인 공간이어도 '어떻게 시야를 트이게 하느냐'가 관건이라 생각한다.그래서  화장실 외벽을 유리로 해놓은 것은 아주 센스 있다고 생각한다.


화장실 또한 넓은 편은 아니기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금방 습기가 차기 마련이다. 습기가 많이 차면 거울을 볼 때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디테일마저 놓치지 않는다.


화장실과 김서림 방지 거울


침대에 딱 누우면 잠시 '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이 보인다.


Create your rest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위로 올라갈수록 나도 모르게 '쉬다'라는 것은 게으른 것으로 치부했던 것 같다.


남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하는 마당에 '쉬는 것'은 사치라 생각했었다.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오히려 '잘 쉬는 것' 이 우리가 몇 발자국 앞으로 도약해 나가는데 훨씬 도움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다가 잠시 창 밖을 바라본다.




발견하는 휴식의 감각


우리의 시선 흐름을 간파했던 것일까. 창문을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다 창문 끄트머리에 '발견하는 휴식의 감각' 이란 말이 쓰여있다.



휴식의 감각이라.. 문장을 곱씹어보게 된다.

정말 그러고 보니 우리가 휴식을 취할 때 그냥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나 책을 보기 바빴지, 그 순간의 감각이 깨어있지 않았다.


저 문장을 보고 난 이상,

'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쉬려고 누운 침대의 느낌과 주변 공기의 냄새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들 그리고 준비된 차 한 잔을 마시며 느릿느릿한 휴식에 집중하게 된다.


신기하다. 정말 여태 생각지도 못했던 감각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발견하는 휴식의 감각'이 이 객실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객실 안에 은은하게 퍼진 숲 향, 잔디를 밟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바닥재, 침대를 받혀주는 아카시아 나무 플래이트 그리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조명까지. 내 몸의 감각들이 깨어난다.



쉬는 것에 몰입을 하게 되고

공간에 스며든다. 그러고 나면 이 객실이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깨끗한 숲 한가운데에 누워있는 기분이다.




# 3.3평이 330평처럼


직접 경험해보기 전엔 플캠제주 객실이 좁다고 생각했다. 3.3평? 생활이 가능할까? 라며 말이다.


놀랍게도 좁지 않단 생각이 든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더 넓었으면 '쉼'에 집중하기 힘들었을 것이며 오히려 공허했을 것이다. 객실 안에서 천천히 호흡을 하며 창 밖 새소리에 집중한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브랜드 룸 객실 뷰


이렇게 쉼에 집중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윽고 이 공간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 순간 공간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다.

객실과 플캠제주 밖의 천혜의 자연환경 모두가 '나를 위한 객실' 같다.


3.3평짜리 객실은

330평처럼 넓게 느껴진다.







<갑자기 제주도로 체크인> 시리즈는 계속 이어집니다.
부지런히 호텔 관련 생각과 호텔 리뷰 글들을 브런치에 담아보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다음 글은 플캠제주의 또 다른 객실 타입인 이 층 침대가 들어가 있는 '벙크 베드룸'을 리뷰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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