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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Jul 07. 2020

배우 박보검씨가 다녀간 숙소에서 하루

갑자기 제주도로 체크인 : 모노가든


제주도로 떠나면서 어디 호텔을 가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4박 5일 일정을 위해 약 4일가량 제주도에 있는 모든 호텔들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내가 너무 막연하게 생각했던 걸까. 생각보다 제주도에 가볼만한 호텔들은 한정적이었다.


신라호텔, 롯데호텔을 비롯한 고급 풀빌라들이 있는 것은 잘 알겠는데, 초호화 럭셔리 호텔 말고 내가 기대했던 것은 다른 거였다.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벗어나 '제주도'로 향하는 만큼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며 '제주스러운' 그런 곳을 찾고 싶었다. 쉽지 않았다. 초호화 호텔들은 오히려 도심 속에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는 나의 생각 때문일지 모르겠다.


솔직히 4박 내내 럭셔리한 호텔들만 돌아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나중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럭셔리 호텔에서 1주일 살아보기' 이런거처럼. 1주일 살고 1달 동안 죽어있을 수도 있다.


그만큼 나의 사비가 심각하게 탈탈 털리는 정도가 아니라 지갑이 찢어질 것만 같아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제주 스러우면서 하루 정도 머물고 싶은 그런 곳을 이잡듯 찾고 있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이제 문제는 제주도 출발하기 하루 전날까지도 나의 '금토'를 책임져줄 곳을 잡지 못했다는 것. 이거 이거 스릴 있다. 짜릿하다. 뭐 어떻게든 구해질 것 같다는 막연한 확신만 있을뿐.


항상 좀비 영화를 보면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 궁지에 몰릴 때, 극적으로 헬기탄 구조대가 등장하여 주인공들을 살려내지 않던가.역시는 역시다. 때마침 내 맥북 화면엔 내가 딱 바라던 그런 곳이 떠있었다.


느낌이 바로 왔다. 여기다!


고민은 하지 않는다. 일단 결제한다. 가보자.



너무 설렜다. 사실 정말 갑자기 제주도에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 가슴 벅찬 일이다. 하지만 이 곳을 가는 날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사실 우리가 호텔을 예약할 땐 건물의 외관을 볼 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외관보단 내가 묵을 객실을 먼저 보고 기대를 하기 마련이다.


이 곳은 사뭇 다르다.

객실에 대한 기대도 기대이지만 현대 미술관처럼 생긴 건물 외관을 보고 더욱 반해버렸다. 저런 건물에서 하루를 투숙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마치 성공한 건축가의 하루가 될까 아니면 잘 나가는 스타 디자이너의 하루가 될까. 설렌다.뭐가 되었든 간에 특별한 하루가 될 것이란 것은 확실했다.


예약하고 나서 알았지만 효리네 민박 2에서 배우 박보검이 묵었다는 그 숙소로도 알려져 있었다.

뭔가 좋은 경험을 하고 올 것만 같다. 느낌이 좋다.


날씨가 흐려도 이 정도 인데 날이 좋으면 어떨까




# 오잉?


홈페이지에서 모노가든 사진을 보면 주변에 어떠한 건물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모노가든만 보인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건물이 복사 붙여 넣기 하듯 생기는 요즘과는 달리 운치 있었다.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덩그러니 혼자 세워진 모노가든을 기대하고 갔다. 모노가든 체크인을 하는 날 다른 일정을 마치고 가느라 날이 어두워졌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조금 당황스러웠다.


내가 보고 반한던 모노가든의 사진



오잉?? 이게 뭘까? 내가 사진으로 봐왔던 고즈넉한 분위기는 없다.

아마 온라인에 올라온 모노가든의 정취 있는 사진들은 주변에 건물들이 올라가기 전의 모습인 듯하다.


심지어 모노가든이 어딨는지도 못 찾았다.

모노가든 뒤로 높은 건물이 초록색, 빨간색 반짝 거리는 원색적인 간판과 함께 주변 환경과 상당히 동떨어져 보이는 건물들이 제법 올라가 있었다.


심지어 저 간판 때문에 모노가든의 창문에도 반사가 되어 반짝거린다. 당황했다. 내가 분명 사진으로 봤을 땐 이런 건물이 없었는데... 조용한 느낌은 없고 오히려 조잡하다...


모노가든 주변이 어느새.... 떼잉



이게 꼭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지역 환경과 공생하고 느끼기 위해 공간이 기획된 것이 아니라, 이 지역이 뜰 것 같으니 기획된 건물들이 여럿 보여서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주변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통통 튄다. 정신없다.


물론 '돈'을 버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치킨을 좋아한다고 하니 치킨집을 차리는 것과 정말 내가 치킨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치킨을 보여주고 싶다며 차린 치킨집과 


어느 집이 더 오래갈 것 같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린 직감으로 알고 있다. 후자의 경우가 더 오래갈 것이라는 사실을.


공간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수익'이 목적이 되어 공간을 만들게 되면 주변의 환경은 파악하지 못한 채 오직 '내 것'만 바라보게 된다. 사람들 눈에 잘 띄고 싶으니 화려한 간판을 달고, 창문에 온갖 스티커로 도배를 해놓고, 전단지를 뿌리기 시작한다. 동네가 어지러워진다. 강남역 먹자골목과 술집거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건 도심지역에서 충분히 봤다.

제주까지 와서 그걸 보고 싶진 않았다.


모노가든만 놓고 보면 최고의 공간이다.

이 지역 환경을 이렇게까지 고려를 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모노가든 주위엔 곽지해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친해지지 못하는 건축물들과 상업시설들이 들어와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풍경'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진심으로 아쉬운 마음이 들어 글을 쓰다 보니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노가든은 돋보였다.

화려한 간판 없으며 눈에 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돋보이는 이유가 뭘까?


차근차근 살펴보자.


2층에 있는 객실로 올라가는 중




# 객실과 첫 만남


문을 열고 들어간다. 역시는 역시군. 들어오자마자

앞서 얘기했던 주변 환경에 대한 소소한 불만은 금새 잊어버린다.


문 열고 들어오면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


객실에 문을 열고나면 커다란 창문 너머 프라이빗한 테라스가 보인다. 테라스만 보면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저 테라스에서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딱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영상으로 한 번 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바로 아실겁니다
테라스만 있으면 맘이 편안해 진다.


그렇게 흐뭇한 상상을 하며 일단 복도를 향해 걸어가다 보면 정면으로 보이는 벽 하나가 있다. 이 벽엔 사진작품이 걸려 있지 않고 벽에 기대어 있다. 여기 공간의 주인은 센스쟁이 겠구나. 기분이 좋아진다. 더욱 꼼꼼히 살펴보고 싶어 졌다.


벽에 기대어 놓은 게 뭐 그리 대단한 거냐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액자는 벽에 걸어 놓는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벽에 기대어 놓는 것만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확 바꿀 수도 있다. 이건 공간 주인의 '센스'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작품을 벽에 걸쳐놓기


이 공간의 주인이 곳곳에 흘려놓은 센스들을 찾으려 한다. 이건 공간과 소통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거실을 한 번 살펴보자.




# 거실


뭐랄까. 쉽지 않다. 내공이 엄청난 분이란 게 느껴진다. 거실에 놓인 가구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TV와 TV 선반.


모든 호텔이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간혹 몇몇 호텔들은 TV에 신경을 덜 쓴 듯한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객실 분위기는 날카롭고 모던하게 쫙 빠져있는데 갑자기 두꺼운 베젤의 투박한 TV가 설치되어 있다던지, 객실 규모에 비해 TV가 상대적으로 작은 경우가 있다.


모노가든을 살펴보자.

마치 디자이너의 사무실에 온 느낌이다. TV는 객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밀도를 더해준다. 얇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디자인되어있는 삼성 스마트 TV.


이에 걸맞은 모던하고 심플하게 디자인이 되어 있는 TV 선반. 막상 찾으면 찾기 힘든 고급스러운 브라운톤 그리고 손잡이는 매트한 블랙으로 빠져있다.


저녁엔 제주맥주를 마시면서 선명한 화질의 TV를 보고 있으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저 티비선반의 고운 자태..



테이블과 소파&의자


테이블의 다리와 소파 체어의 다리가 비슷한 느낌으로 얇게 디자인되어 있어 가구들이 일관된 느낌을 준다.


굉장히 군더더기 없이 디자인된 가구들로 거실이 꾸며져 있다. 하지만 심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적당하게 비워져 있는 공간 구성 덕분에 쾌적한 느낌을 준다. 그림을 그릴 때도 스케치북에 가득 채워 넣는 것은 쉽지만 몇 가지만 그려 넣어서 가득 찬 느낌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다른듯 비슷한 가구들과 하만카돈 스피커


거기에 삼성이 인수한 스피커 브랜드 '하만카돈'은 스탠드 옆에 투박하게 툭 놓여 있다.


그리고 침실에서 누워있을 때 거실의 TV를 볼 수 있는데, 이때 가죽소파의 등받이가 낮은 덕에 TV 보는데 방해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상당히 편안하다. 한 번 누우면 일어나는 것은 도전으로 바뀐다.

계속 누워있고 싶기 때문이다.


모노가든의 모든 디자인 가구들은 뉴욕, 런던, 이태리에서 공수 해온다고 한다. 수많은 가구 브랜드들을 고르고 골라 이렇게 하나로 합쳐놓은 것을 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보통 내공이 아니다.


침대에 누웠을 때 보이는 광경



창문


위에 사진들을 보면서 이미 보셨을 지도 모르겠다. 바로 '창문'

저 창문 때문에 이 객실을 예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객실의 왼쪽에만 작게 뚫려 있는 저 창문 너머 곽지해변이 보인다. 거실에 가만히 앉아 곽지해변의 일몰과 일출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오히려 창문이 크게 뚫려 있었으면 시선이 분산되기도 하고 주변의 건물들 때문에 집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로지 저 창문을 통해서만 곽지해변에 집중할 수 있다. 매력적인 구조이다.


소파에 앉아서 창문 밖을 보고 있으면 주변의 건물들은 보이지 않고 수평선만 보이는 위치이다. 아마 이 또한 이 공간을 설계했을 때 고려했던 사안 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창문 하나도 그냥 뚫는 법이 없는 이 모노가든.


도대체 이들 매력의 끝은 어디인지 가늠이 안된다.

 



smeg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이탈리아 가전제품 브랜드인 smeg가 설치되어 있다. 냉장고와 커피 포트만으로도 이들이 얼마나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smeg 제품은 매번 인터넷으로만 봤지 실제로 사용해볼 수 있다니 기분이 좋았다. 뭐랄까 가전제품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꼈던 브랜드 중 하나이다. 물이 흘러가듯 부드럽게 넘어가는 모서리의 곡선들과 투박한 듯 모던한 smeg 특유의 클래식한 디자인. 집에 갖고 가고 싶었다.


이렇게 가전제품 덕에 공간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하루 동안의 모노가든에서의 삶의 질 마저 높아지는 기분이랄까.




침실에 놓여진 공기청정기


아무래도 바다 근처이고 슬슬 장마시즌이다 보니 객실 안의 공기 상태가 꿉꿉할 수 있다. 아무래도 침실에 제습기능이 딸린 공기청정기를 가져다 놓은 것을 보니 이런 지형적인 특성을 고려를 한듯 하다. 공간만 만들어 놓고 정작 직접 사용해보지 않으면 이런 디테일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혹은 예전에 어느 투숙객이 얘기를 해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공간에서의 경험을 좋게 만들어 준다.

정말 그 덕분에 엄청 쾌적한 상태로 잠을 잘 수 있었다.





# 화장실&샤워실


화장실로 들어가 본다. 그런데 또 재미난 게 눈에 들어온다. 세면대 위에 *매거진 B가 놓여 있다.

웅 뭐지? 하면서 매거진 B를 들어 올렸는데 세상에 '르 라보' 편이다. 그렇다면 설마 이들의 어메니티도?


바로 확인해본다.

그렇다. 이들의 어메니티도 '르 라보'를 사용하고 있다. 르 라보를 그냥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르라보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친절히 르 라보 브랜드 설명을 가장 담백하게 잘 풀어낸 매거진 B를 올려다 놓은 것이다.


공간과 투숙객이 소통하는 창구를 이런 식으로 풀어놓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매거진 B : 우리나라에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잘 풀어내는 잡지. 현재 카카오 대표이신 '조수용' 대표님께서 만든 잡지이다)


화장실과 샤워실 또한 모노가든의 전체적인 느낌처럼 군더더기 없이 모던하게 구성되어 있다.

욕조 바로 옆에 뚫린 창 또한 센스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모노가든 주변에 뭐가 많이 생기는 바람에 창문 밖으론 주차장과 다른 가게들이 보여 버티컬을 열어놓고 욕조를 즐기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제 대망의 테라스로 넘어가 보자.





# 테라스


객실에서 바다를 집중해서 바라볼 수 있는 창문 그 다음으로 이 객실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테라스는 놀랍게도 모든 객실에 1개씩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모든 객실에선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고 하니, 이들의 공간설계 능력에 박수를 치고 싶다. 모든 객실에서 평등한 경험을 준다.


보통 호텔의 테라스라고 하면 객실 한쪽 벽 끝에 있기 마련이다. 아파트로 치면 베란다를 확장한 듯한 느낌도 물씬 든다. 하지만 모노가든은 다르다. 침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테라스를 바라볼 수 있다. 정말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내가 묵었던 모도가든은 애초에 창문이 커다랗게 있지 않고 부분적으로만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서든 테라스를 바라 볼 수 있게 공간이 설계되어 있어서 인지 답답함이라곤 조금도 느껴볼 수 없다.


객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테라스


때마침 모노가든에서 차량으로 5분 정도 되는 거리에 LA에서 넘어온 도넛 맛집으로 알려진 '랜디스 도넛'이 있다. 이런 행운이 어딨을까. 우리나라에 제주에만 있다는 그 랜디스 도넛.


아침에 일어나 호다닥 랜디스 도넛으로 가서 도넛을 테이크 아웃 해온다. 그리고 여기 테라스에 앉아 곽지해변의 선선한 바람과 바다의 향을 맡으며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도넛을 먹는다. 아마 단언컨대 요 근래 맞이한 아침 중에 가장 행복했다.


밤이 되면 사람들과 함께 여기 테라스에 앉아 간단한 요리와 술 한 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렇게 객실 안에 테라스가 있고 없고는 정말 큰 차이를 주는 듯하다.

이런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랜디스도넛과 함께 맞이하는 아침!




# 뒤늦게 알게 된 것


나중에 투숙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앞서 말했던 효리네 민박 2에서 배우 박보검이 묵었다 간 곳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연예인 변정수 씨가 운영하는 '나는 변정수다' 채널에서도 '정수네 민박'이라 하여 모노가든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모노가든이 오픈했을 당시 유명 남성 패션 잡지인 'GQ'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인 '매종 코리아'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어쩐지 예사롭지 않았더라 했다. 이 정도 공간이면 소개될 법하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인스타그램에 '모노가든' 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아직 검색량을 그렇게 많지 않다. 객실이 4개뿐이라 그런지 아직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 듯 하지만 한 번 이 공간을 접하게 되면 두 번 세 번도 더 올 것 같다. 마치 내가 담에 제주를 가게 된다면 한 번 더 갈 예정인 것처럼.




#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이렇게 센스 있는 건축물을

도대체 누가 설계했을까 너무 궁금해졌다.


조금 찾아보니 서울스퀘어, 라테라스 한남, 삼성전자 서울 R&D 센터를 내부 공간 설계를 한 '서로아키텍츠'의 김정임 소장님의 또 다른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 모노가든 공홈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위로 높이 솟아 있으며 세로로 들쭉날쭉하다. 하지만 곽지해변은 다르다. 곽지해변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과 단층집들이 모여있는 애월읍의 특성에 걸맞게 모노가든은 위로 높게 짓지 않고 옆으로 펼쳐서 짓는다. 그래서 더욱 이 지역과 잘 어우러지지 않았을까.


인터뷰 자료들를 뒤적거리다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있다. 김정임 소장은 모노가든을 설계할 당시 법적 허용치까지 건축물을 위로 올리지 않고, 250평 대지 중 150평만 활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주변 환경과 마을에 양보했다. 이 덕분에 모노가든의 모든 객실은 개인 테라스와 마당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방식을 잘 수용해준 건축주 분도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임 소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건축은 건축물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 풍경 혹은 주변 건물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좋은 건물들이 많았을 때 좋은 동네가 되고 나아가 좋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정말 소장님 말씀에 200% 동의하는 바이다.


르코르뷔지에가 제시한 모듈러 시스템에 의하면 성인남자 180cm 기준으로 팔을 하늘 위로 뻗었을 때의 길이. 225-230cm. 이를 층고의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수도권의 건물들을 지을 땐 법적 허용치까지 건물을 끌어올리고 층고를 조금씩 낮춰서 더 많은 세대수가 들어오게 하여 더 많은 임대수익을 내고자 한다. 새장처럼 촘촘하고 답답한 건물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건축주의 의도이던 건물주의 생각이던 '수익'이 목적이 되버린 공간은 그 공간 안에서 '사는' 사람은 고려되지 않는다. 그러니 삶의 질이 나빠질 수 밖에. 그리고 그 건물의 외관 또한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의 비주얼을 자랑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라며 새장같은 건물과 화려한 간판이 달린 건물을 계속 올린다고 상상해보자.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잘 못살게' 될 것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수익'이 목적이 되면 이처럼 내적이던 외적이던 우리 인간에게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수익'과 '삶의 질'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잡으면 참 좋을텐데.. 그래서 자본을 가지고 있는 건물주 혹은 건축주의 생각과 마인드가 정말 중요한 듯 하다. 그래서 나에겐 이 모노가든 자체가 하나의 교과서 같은 곳이 되었다.

건축주와 설계자 그리고 자연환경이 적절한 균형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런 공간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매력덩어리 모노가든을 200%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남았으니.

그건 바로




#심바카레


갑자기 실컷 건축 이야기하더니 무슨 카레같은 소리냐고 할 수 있다.

모노가든은 호텔이 아니다보니 24시간 컨시어지 서비스도 없거니와 조식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재미난 것이 있다. 모노가든 1층으로 내려가면 '심바카레' 라는 카페겸 카레집이 있다. 알고 보니 이 집이 애월에서 '카레맛집'으로도 소문이 나있다고 한다.



때마침 배도 고팠던 터였으니 가보기로한다. 그런데 입구가 어딘지 몰라서 주위를 기웃기웃 거리자 인상좋은 '뭐 찾는거 있냐'고 여쭤보셨고, '심바카레를 찾는다'고 하니 나와 같이 가게로 들어선다.


물론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선 절대 안되지만 사장님의 두꺼운 뿔테의 디자인이 세련된 안경테와 꾸민듯 안꾸민듯한 캐주얼 셔츠 그리고 시원하게 모두 뒤로 넘긴 머리와 간지력을 살짝 높여주는 수염들을 보아하니 왕년에 서울에서 한따까리(?!) 하셨을 것 같다. 디자인이던 어떤 분야에서 Chief 역할을 하셨을 비주얼이다. 괜히 말 걸고 싶다. 같이 대화를 해보면 엄청난 삶의 인사이트를 깨달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꾸 내 발 밑에서 어떤 생물체가 왔다갔다 거린다. 강아지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아~ 너가 심바구나' 라며 반갑게 이친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왜 나만 몰랐을까 하던 찰나. 심바카레의 간판이 스쳐지나갔다. 바로 강아지 모양.


털복숭이 친구 심바


그렇다 얘가 심바다.

간판에서 캐치를 했어야 했는데 간판이랑 건물이랑 너무 잘어울려서 스쳐지나갔나보다.


심바카레 또한 간판을 세울 당시 모노가든의 건물 외관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튀지 않게 그리고 이 건물과 어우러 질 수 있는 간판을 디자인 했다고 한다. 와 진짜 내가 딱 생각하고 있던 그런 마인드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번화가로 오면 깜짝 놀라는 이유가 상가건물 하나에 테트리스 하듯 끼워 맞춰진 형형색색의 간판들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그 간판들을 뭔가 일관되게 잘 활용해볼 순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항상 하곤 했다. 서촌쪽만 가도 간판에 영어를 쓰지 않고 모두 한글만 써놓은 것처럼 말이다. 생각만해도 너무 멋질것 같다!


아무튼, 심바는 나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봤을 것이다. 사람들이 와도 짖거나 으르렁대지 않는다.

이 친구가 손님을 환대하는 느낌이다. 심바가 이 가게에 있으니 더욱 좋은 점이 있다. 낯선공간으로 들어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경계'부터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털복숭이 친구 덕분에 낯선공간에 대한 경계는 눈 녹듯이 사라지고 오히려 이 공간과 급격하게 친해지기 시작한다. 역시 사람은 '공생'해야 하나보다.


공생 중


어떤 카레를 먹어볼까 하다가 아침이기도 하니 가볍게 먹고 싶었다. 그래서 계란이 함께 나오는 카레를 시켰다.

그리곤 어디를 앉을까 두리번 거리다가 가게 테라스 쪽에 자리가 빈 것을 발견했다. 잽싸게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앉아서 왼편을 바라보니 곽지해변이 너무 잘 보인다. 해변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사진찍는 청춘남녀, 바다를 온몸으로 느끼며 즐기고 있는 사람들. 이렇게 평화로운 경치를 바라보면서 카레를 먹을 수 있다니.

이 공간을 만들어주신 사장님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먹어서 그런지 맛이 더 훌륭한 것 같다. 

서울에서 밥먹으면 항상 빽빽한 건물을 바라보거나, 왔다갔다 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어야 해서 정신이 없다. 그래서 고개를 푹 숙이고 '먹을 것'만 쳐다본다. 그러다 보니 밥도 빨리 먹게 되더라. 하지만 여긴 그럴필요가 없다. 한 숟갈 입에 넣고, 한 번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고. 이게 정말 소소한 행복이지 않을까.


바다를 바라보며 카레를 먹어보아요~~~


모노가든은 이렇게 체크아웃하고 떠나기 직전까지 나에게 너무 행복한 경험을 주었다.

건축디자인부터 객실 안에 곳곳에 돋보이는 디자인 센스들 그리고 마지막 심바카레까지.

어쩌면 오감을 만족시킨 경험을 선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심바카레에서 이제 자리를 일어나는데 자꾸 모노가든이 머릿속에 맴돈다.

이제 완전히 체크아웃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여길 또 언제 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오랜만에 공간을 떠나는데 아쉬웠다. 어린아이가 '우잉 여기 언제 또올꺼야!' 하는 것 처럼 말이다.


이런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이다.


나도 나중에 호텔을 세우겠다고 했던 사람 중 한명으로써 이렇게 머릿 속에 농도 짙은 기억으로 남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한다. 튀려고 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튀는 법을 알려준 '모노가든'. 배우 박보검씨가 묵었다 간 숙소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여긴 그 이상의 공간이다.


개인적으로 이 공간의 풍류를 느꼈으면 하는 생각에 모노가든에 대한 기억을 브런치에 남긴다.


GOOD BYE 모노가든




<갑자기 제주도로 체크인> 글은 계속 이어집니다.


요즘 계속 글을 쓰면서 또 다시 어떻게 글을 쓰면 더 좋을지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일관된 퀄리티를 유지하며 글을 발행하고 싶지만, 그게 맘처럼 쉽지 않네요! 명품유리공예도 수백번 깨뜨렸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작품 1개가 완성이 되는 것처럼 글쓰기도 똑같다 라고 생각하며 수련하는 마음으로 계속 글을 다듬어 나가겠씁니다. 항상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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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스타그램에서 먼저 봐주시면 됩니다! 제가 인스타에 먼저 올리고 브런치에 장문으로 글을 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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