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해야만 했던 일
난 호텔 세우는게 꿈이다.
금수저? 노우. 그랬으면 이런 글도 안썼겠지. 돈,건물,토지 없다. 하지만 살면서 한 번이라도 중간에 포기 없이 '끝까지'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2020년. 당시 29살. 퇴사 결정.
필자는 호텔 유관업자가 아니었기에 나 자신과 한가지 약속을 했다.
'누구보다 호텔을 많이 다닐 것' 그리고 지난 2년간 약 150군데의 호텔을 넘게 다녔다. 가지고 있던 전재산을 다 털었다 보면 된다. 후덜덜했던 지난 2년. 참고로 작년 이맘때 썼던 글이 있는데, 이 것도 한 번 보고 오면 좋을 것 같아 아래 링크 남겨둔다.
무튼, 아직 호텔 세우려면 한참 멀었다. 그러나 내 삶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브런치에서 상을 받아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내년에 21세기북스에서 책 한 권 더 나옴),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 사업을 영차영차 꾸려나가고 있으며, 유명 교육 플랫폼&기업들에서 강의는 물론, 총4만여명의 팔로워분과 함께 꿈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뭐야 지 자랑하는건가..' 싶을지 모르겠다. 오해말자. 내 자랑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다. 오늘 글의 요지는 따로 있다. 이번 글에선 시원하게 말아먹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필자는 항상 다른 누군가의 성공담을 열심히 보곤 했다. 그러나 성공담을 보고 실천으로 옮겼을 때 실패는 뼈저리게 아프더라.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지? 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세상은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실패를 통한 인사이트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실패담과 그 과정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우리 구독자분들께 꼭 나누고 싶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분명 나처럼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자꾸 엎어져서 막막하고 희망의 불이 꺼져가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 불씨를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하고자 한다.
그럼 시작해보자.
2년 전. 호텔 컨텐츠를 부지런히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하는게 전부 였던 시절. 어느 날 집에서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뜬금없지만 유독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땡기더라. 이유는 모르겠다. 그래서 뭐에 홀린 듯 영화를 보게 되었고 그 때까진 몰랐다. 이 영화가 나의 도전 욕구를 끌어 올릴 거라고 말이다.
이 영화는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의 대학시절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얘기를 하면 끝도 없으니 핵심만 말하겠다.
내가 유독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었다. 주커버그가 기숙사에 틀어 박혀서 몇 일 만에 페이스북을 뚝딱 만들었다는 것. 가장 충격이었던 부분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초대박이 아닌 자기가 다니고 있는 학교. 그리고 주변 학교. 주변 학교의 주변 학교.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퍼졌다는 것.
순간 머리가 띵 해지더라. 뭔가 내 안에 숨어 있던 용들이 꿈틀거리는 이 기분. 왠지 나도 할 수 있을거 같단 생각. 그 때 스쳐지나간 기가막힌 아이디어.
자, 여러분이라면 어떨지 상상하며 읽어보길 바란다.
여러분이 곧 호캉스를 가야 한다. 그럼 당연히 '어디 호텔을 가볼까?'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디 호텔이 좋을지 잘 모르겠다는 점. 그래서 '서울 호텔 추천' 등 다양한 검색을 하기 시작한다. 블로그 갔다 인스타그램 갔다가 왔다갔다.
문제는 이게 광고 글인지 진짜 다녀와서 쓴 글인지, 사진은 왜이렇게 자기 위주로 찍었는지 뭐 제대로 알 수 있는게 없다. 그렇게 정신차리고 보면 2시간 순삭. 결국 지인에게 카톡을 보낸다. '야 어디갈까?' 그렇게 받은 추천을 믿고 호텔을 예약하게 된다.
이거다. 바로 이거다.
필자는 직접 다녀온 호텔만 컨텐츠로 만들어 소개해왔다. 그간 다녀온 호텔이 100여군데가 넘으니 이걸 검색하고, 클릭 몇 번만으로 찾기 편하게 만들면 어떨까? 웹사이트로 말이다! 수영장이 있는 호텔, 넷플릭스가 가능한 호텔, 욕조가 있는 호텔 등 체크체크만 하면 내가 찾던 호텔이 나온다. 거기에 직접 다녀와서 남긴 기록이기에 믿어도 좋다.
즉, 호텔 추천 웹사이트를 만들어보는거다!!
주커버그도 몇 일 만에 했으니 나도 그래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로수길에 있는 안테룸 서울을 4박5일 예약 때렸다. 그리고 정말 객실에 콕 받혀서 웹 사이트 만드는데만 집중했다.
미쳤다. 4박 5일간 완성했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개발자 없이 아임웹을 통해서 웹 사이트를 금방 만들 수 있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어떻게든 되나보다. 이제 문제는 그간 다녀간 호텔을 하나씩 사이트에 업로드 해야 한다는 것. 이게 문제였다. 워낙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 하나 올리는데 최소 30분. 그렇게 100개를 올린다하면... 3000분. 잠 안자고 한다 했을 때 50시간.
그래 해보자. 꾸역꾸역 데이터를 모두 다 넣고 드디어 완성. 이제 대망의 오픈!
이제 수 천 명의 사람이 들어오고, 입소문이 나고 누군가 이걸 매각제안 하면 라이프 엑시트!
그리고
2주일 뒤 사이트는 문 닫았다....
사이트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검색하기가 너무 불편했다. 세상에.. 편하자고 만든 사이트인데 어설프고 불편하다니.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나보다.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전열을 가다듬고 1년 뒤 다시 시도 했다. 이번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시도. 그리고 또 문 닫았다. 기능구현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후... 쉽지 않네.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필터 기능' 이었다. 의류 쇼핑몰에 가면 금액별, 스타일별로 필터를 클릭하면 내가 원하는 것만 주르륵 나오는 그 기능이 필요했다. 그 때 든 생각. 굳이 웹사이트 일 필요가 있을까? '노션'이란 툴을 이용하면 어떨까? 필터가 워낙 잘되어 있으니 잘 될 것 같았다.
그렇게 3개월 뒤 또 다시 오픈!
그리고 노션은 결국 웹사이트 같지 않다는 이유로 말아먹었다. 그렇게 2년 동안 호텔 추천 웹사이트 프로젝트는 3번의 실패를 겪었다.
나의 숙원사업 같은 느낌. 3번 정도 실패하니 이젠 그냥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선 '그래도 이거 완성을 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나의 속을 긁어댔다. 그래.. 내 기필코 완성하고 마리라. 그리고 1년 뒤. 사건이 터졌다.
우연한 계기로 마케팅 회사를 함께 운영하게 되었다. 아주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있다. 웹사이트 디자인부터 설계 검색엔진최적화(SEO)기술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쉽게 말해 웹사이트를 만들고 그 웹사이트의 유관 키워드 검색시 상단 노출을 시켜버린다 보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게 양질의 컨텐츠 그리고 기술력이다. 이 2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그렇게 사업을 같이 이끌어 가다 든 생각.
'드디어 때가 왔다'
호텔 추천 사이트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깨냈다.우린 4번째 시도. 아니 마지막 시도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름은 직관적이다. '호텔컨텐츠닷컴'. 그렇게 딱 1달. 잠시 문 닫고 방 구석에 갇혀 이거 하나만 만들었다.
아침에 눈 떠서 머리도 감지 않은채 츄리닝 대충 걸쳐 입고 셋이 모여 이것만 만들었다. 밖으로 나가는 시간마저 아까워 집에서 닭가슴살이나 돌려 먹으면서 했다. 호텔컨텐츠닷컴 만드는 동안 다른 프로젝트는 아예 받지 않았기에 소득마저 끊겼었다. 까딱하단 마이너스 될 수도 있었다. 가끔 현타도 오더라. 남들은 밖에서 행복하고 멋지게 사는 것 같은데 우린 초라하게 10평도 안되는 집에 모여 노트북 붙잡고 만들고 있다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이번엔 느낌이 다르다. 과거엔 나 혼자 했었는데 이번엔 3명이 함께 하니 든든하다. 속도는 말해 무엇하리. 당연히 빠를 수 밖에.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오픈. 그리고 결과.
하루 방문자 1천명...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오픈한지 3주차. 웹사이트 사용자 4천명 돌파...
됐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호텔 추천 사이트를 완성했다! 앞서 말한 필터 기능은 물론 지도까지 띄워서 어디에 있는지 한 눈에 확인 할 수 있다! 기념일에 가기 좋은 호텔, 수영장, 욕조 있는 호텔, 전망이 기가막힌 호텔 등 넷플릭스처럼 다양하게 큐레이션 되어 있다. 개발자 하나 없이 워드프레스란 툴로 만들어 냈다!
물론 이제 시작이다.
이 사이트 안에선 호캉스러버들이 소중한 휴일, 귀한 돈 써가며 호텔에 가는데 조금이라도 더 나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호텔 프로모션을 오픈 할 예정이다. 그리고 호텔 측에도 운영적으로 도움이 되게 끔 구조를 만들고 딜을 따올 것이다. 이미 몇 군데 대기업 호텔과 이야기 중이다.
이렇게 나의 오랜 숙원사업이 첫발을 뗼 수 있게 되었다.
호텔 추천 사이트, 호텔컨텐츠닷컴이 결국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쉽게 볼 수 있게 아래 링크 하나 첨부해두겠다.
호텔컨텐츠닷컴을 만들면서 크게 깨달은 3가지가 있다.
머릿 속에 '어 이거 괜찮겠는데?' 하고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다. 처음엔 무척이나 설렌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대박이 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입가의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차는 뭐사지?라며 자동차를 검색하고 있다. 그 설렘. 하지만 몇 시간 뒤. 나보다 훨씬 먼저한 사람들, 잘되고 있는 수 많은 사례를 보며 활활 타올랐던 불씨가 사그라든다. 괜히 했다가 망하는거 아니야? 란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래 망할거 같아 라고 합리화를 마친다. 다시 원점.
위 내용은 나의 이야기다. 실제로 내가 그랬으니. 그러나 태어나서 한 번쯤은 내가 가진 '믿음'을 끝까지 이어가보고 싶었다. 여기서 믿음이란 '내 아이디어가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이 된다' 라는 믿음. 그게 인류 전체가 아니어도 좋다. 내 옆 사람 단 1명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라도 좋다. 모든 아이디어가 빛이 나는 순간은 바로 내 주변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것에 있다고 본다. 마치 주커버그가 자신의 학교 학생들에게 필요한 서비스(페이스북)을 만든 것 처럼 말이다.
'이거 괜찮겠는데?'란 생각이 들었다면 과감하게 뛰어보자. 어차피 대거 투자를 받고 하는게 아니라면, 나차럼 아이디어 하나로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프로젝트를 한다면 잃을게 없다. 굳이 따지면 시간 정도. 하지만 앞서 나의 이야기를 읽어서 느꼈겠지만, 실패의 경험은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실패를 3번이나 했기에 뭐가 문제였는지 파악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상당히 값진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잃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믿음만 있으면 끝까지 가보는거다. 누가 뭐라던 다 꺼지라 하고, 일단 가보자. 끝까지 가기 위해선 적어도 나 스스로는 '강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나부터 흔들리는데 어떻게 남을 설득할까. 그러니 지금 여러분 머릿속에 있는 어떤 아이디어나 생각. 누군가에게 필요하단 생각이 딱 들면, 믿고 가자. 괜찮다.
도미노. 맨 앞에 손톱만한 도미노가 결국 건물만한 도미노를 쓰러트린다 한다. 호텔컨텐츠닷컴이 처음부터 전세계 호텔씬을 뒤 흔들겠다!!! 라는 생각으로 움직인건 아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 반드시 누군가는 필요한 서비스이고, 누군가는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너무 귀찮기 때문에 하지 않았던 것 뿐.
그 동안 다녔던 150군데 호텔을 하나씩 정리해서 웹 사이트에 보기 좋게 차곡차곡 쌓은 것이 지금의 호텔컨텐츠닷컴이다.
당장 웹사이트부터 만들어야지! 보단 그간 호텔들을 다니고 기록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즉, 웹사이트를 설계하기 이전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즉 '호텔에 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멋진 무언가가 아니라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생각을 하면 도움이 되더라. 비록 작아보이고, 초라해보이고, 별볼일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님께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독할 정도의 반복만이 변화를 만들어 낸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작은 것들이 결국은 큰 일을 낸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이거 진짜 뼈저리게 느낀 것 중 하나. 이걸 깨닫는데 2년 이란 시간이 걸렸다. 모든걸 나 혼자서 하려고 들었다. 그게 가장 빠르다 생각했다. 믿을 건 나 밖에 없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함께 했을 때 속도는 배가 되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서로간의 믿음은 더욱 돈독해진다.
물론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게 중요하다. 당연히 그런 사람을 찾는덴 운도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대로 우리 팀이 아니었으면 호텔컨텐츠닷컴은 절대 세상에 태어날 수 없었다.
우리들의 인생은 길다. 요즘 과학기술이 워낙 좋아져서 더욱 길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일단 내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변 사람이든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든 이야기를 하고 다니자. 누군가 내 아이디어를 훔쳐갈 수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여러분들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는 여러분이 가장 잘 알고 있고, 가장 구체적으로 느끼고 있기에 따라한다 한들 흉내는 낼 수 있지만 깊이가 다를 것이다. 만약 더 뛰어난 결과가 나와버렸다면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나 자신을 질타하자.
모든 것은 선택의 연속이다. 과거의 선택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오늘의 선택이 나의 미래를 바꾼다. 이런 식상한 자기계발 같은 소리 하네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마저도 선택이다. 나의 실패담에서 나온 이야기를 받아들일지 말지 말이다. 똑똑한 여러분이라면 빠르게 받아들이고 더 멋진 아이디어를 세상에 짠 하고 나타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4번째 시도이자 마지막 시도였던 호텔 추천 사이트, 호텔컨텐츠닷컴.
이제 이 사이트는 1년 안에 대한민국에서 1등 호텔 추천 사이트가 되리라 또 한 번 주접을 떨어본다. 이 두서 없는 긴 글을 여기까지 읽어준 여러분들이 호텔에 갈때 더 좋은 혜택을 받으며 호캉스를 즐길 수 있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다.
이 말이 사실이 될지 아닐지는 1년 뒤, 브런치에 글을 또 담아보겠다.
앞으로 호텔 어디갈지 고민이 될 땐 호텔컨텐츠닷컴에서 확인해보시길.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3번 실패하고 느낀점 한 줄 요약.
하기로 했으면 그냥 믿고 가는거다.
레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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