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7 홍대 바이 롯데 | 젊은 지역에서 젊은 브랜딩
아니,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는데
호텔은 젊어지고 늙어가는 건 '나' 뿐이라니..
우리가 호텔을 찾아갈 땐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고자 하는 지역이 뚜렷하게 있으면
당연히 그 근처 호텔을 찾는다.
청담동 하면 세련됨을
이태원이라 하면 트렌디함을 예상하듯
그 '지역'에 대해 기대를 하고
어느 정돈 예상을 하기 마련이다.
호텔 또한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지역 분위기와 비슷한 경우도 있고 같은 브랜드의 호텔이어도 지점마다 디자인이 다른 경우도 있다.
(본인의 철학을 고수하고자 일관된 디자인을 보이는 브랜드도 있다.)
그래서 그랬을까
L7은 지역과 동화되고자 했다.
지역과 너무 동화되었을까?
차를 끌고 l7홍대로 가는 도중 저층엔 상점들이 있고 그 위에 거주공간이 있는 주상복합처럼 생긴 외관 구조 때문인지 저기가 l7이 맞는지 네비를 2번 더, 아니 사실 5번 확인했다...
호텔의 로비로 향하는 문을 마주할 때 호텔과 고객이 만나 서로에 대해 '경험'을 시작한다. 사람으로 치면 '첫인상'을 좌우하기에 중요하다.
디자인 분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적어도 사용자와 친해져야 하는 '설계'하는 사람들에겐 중요한 한 가지. 절대 사용자 머리 위에 '웅????' 이란 자막이 깔리지 않게 한다. 단박에 이해를 못하면 이미 불편하다.
홍대입구역 대로변의 수많은 상가건물처럼 생긴 l7 그리고 너무 대로변이라 차량 주차는 마치 뒷문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보다 좁고 은밀한 느낌마저 드는 입구와 주차장을 보자마자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불편해 호텔 맞나?!'라고 생각했다.
(유독 이런 거에 민감해한다.)
심지어 지하 주차장에서 로비까지 올라가는데 이게 상가 건물 엘리베이터인지, 호텔 엘리베이터인지 동선이 헷갈린다. 나의 불만 지수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이건 아주 사소한 디테일의 차이가 불러오는 혼선 중 하나인데, 21층 인 것은 인지를 해도 POP 안내와 버튼명이 일치하지 않아 잠시나마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엔 IN&OUT으로 되어있고 엘리베이터 밖의 안내 POP는 'Check' In & Out으로 되어있다.
만약 엘베 버튼도 'Check' In & Out으로 똑같이 용어를 통일했다면 더 수월하게 체크인하러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엘베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이 뷰로 인해 체크인하러 올라오기까지의 불편한 감정을 단숨에 잊어버렸다.
여기 뷰 맛집이다. 불편해도 된다. 잘못했다. (태세 전환)
호텔 설계 당시 설계자도 나의 마음과 동일했는지, 어떻게 하면 체크인하러 오는데 발생하는 불편함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을까? 를 고민한 듯하다. 홍대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탁 트인 뷰 덕에 '화'는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그리고 L7 홍대의 명쾌한 브랜딩이 이 호텔과 더욱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과연 그들은 공간 속에서 브랜딩을 어떻게 전개했을까?
L7 강남, 명동, 홍대는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해 디자인되었다. 근데 위치만 들어도 예상되는 그림들이 있지 않은가?! (각자 색깔이 너무 뚜렷..) L7강남에 가본 이후 L7홍대를 갔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 '아.. 호텔마저 홍대다'
홍대하면 3초 안에 떠오르는 키워드들.
'예술가', '자유분방함'. '트렌디함', '젊음, 청춘, 뜨거움'. '색다른 시도, 도전' 등 이 있다.
지역의 색깔을 호텔이 잘 품었을 때 '지역'과 '호텔'의 경험은 2배로 더 인상 깊어진다. 가령, 옛 것의 지혜가 살아 숨 쉬는 한옥마을에 무채색의 굉장히 모던한 호텔이 세워지면 한옥마을에서 느꼈던 경험들의 잔향들이 그 호텔을 들어감과 동시에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브랜딩의 기본 중 하나. 타깃에 집중한다.
L7 홍대는 홍대와 홍대에 오는 사람들(고객)에 집중했다.
'홍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L7 홍대는 최대한 '자유로운' 경험을 주고자 한다.
21층에 위치한 로비&라운지에 올라오면 노트북을 켜고 작업하는 사람들, 단체로 빙 둘러앉아 어떤 토론을 하고 있기도 하고 창 밖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고 계시는 사람들 등 다양한 자세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 요즘 호텔의 로비들은 투숙객이 아닌 분들도 들어올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대부분이 투숙객이며 그렇지 않으면 섣불리 들어가기 애매해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캐리어를 들고 앉아있는 관광객들도 있지만, 일반 호텔의 로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L7 홍대는 투숙객이 아닌 사람들도 편안하게 와서 라운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편안하게 들려서 커피 한 잔 하며 시간을 보내는 만큼 L7 홍대를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기에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는 마치 '구매 후 100일 동안 침대 매트리스를 사용해보고 경험이 좋지 않으면 환불해도 좋다.'라는 전략 내세운 스타트업, '삼분의 일'과 같은 느낌일까?
'먼저 L7 홍대를 직, 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언제든지 편안하게 선택해라.'라는 느낌마저 든다.
홍대의 특색 중 하나인 '자유분방함'을 L7 홍대 라운지에서 풀어냈다.
홍대 거리의 분위기가
호텔 안에서도 느껴지게 만든 L7.
L7 홍대는 정말로 홍대와 상생한다.
미술·음악·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아티스트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경계 없이 공존하는 홍대 특성을 살려 이들의 '놀이터'가 되는 것을 콘셉트로 잡았다. 실제로 L7홍대는 홍대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 전시 그리고 페스티벌 개최를 하여 지역에 깊이 있게 녹아들려고 하며 자연스럽게 홍대 피플들에게 L7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 그래서 L7은 호텔이기 전에 파티와 음악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힙스터들이 자유롭게 들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즉, 홍대라는 지역 독창성을 호텔에 반영하고 호텔 안팎에서 홍대의 문화적 경험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문화스테이션' 이란 말을 쓰지 않았을까.
스테이션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이다. 그 역엔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플랫폼'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L7홍대가 '문화스테이션'을 내세웠다는 것은, 단순 숙박을 위한 호텔을 뛰어넘어 홍대와 하나가 되어 홍대 지역의 아티스트들과 문화과 여행객들의 접점을 제공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주 간단히 인구 통계 학적으로만 생각하자면, 2030이 주로 몰리는 호텔들은 대부분 '셀프체크인'을 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설치되어있다. 서로 눈치 보지 않고 각자의 영역에서 선을 지킬 수 있는 '비대면'을 선호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은행계좌도 비대면으로 만드는 마당에 호텔 체크인쯤이야..)
홍대엔 심지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기에 호텔 직원과 외국인 사이의 언어 장벽에 부딪히지 않고 기계로 편하게 체크인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호텔과 빠르게 친밀관계 형성하는 순간은 바로 직원과 이야기할 때이다. 직원의 태도에 따라 아무리 좋은 시설의 호텔이어도 최악의 경험이 될 수도 있고 최고의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호텔리어분들 그리고 호텔 직원분들의 Attitude는 굉장히 중요하다. (실제로 데일리호텔과 야놀자 리뷰만 살펴봐도 직원 태도에 대해 언급하는 후기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호텔을 들어섰을 때 직원이 반갑게 반겨주는 순간부터 이미 우린 그들과 친밀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하고 그들과 '대면' 함으로써 호텔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이럴 때 '키오스크'는 오히려 차갑게 느껴지며 호텔과의 교감을 방해한다고 인식한다. 반대로 환영받지 못했을 경우는 오히려 직원과 교류하기 어렵게 느끼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해 '키오스크' 사용을 선호한다. 키오스크는 상황에 따라 Cool 일 수도, UnCool 일 수도 있다.
투숙객과 호텔이 친밀관계를 형성 과정에서 경험하는 '내부 브랜딩'을 셀프체크인 때문에 못 느끼지 않을까 했는데 L7홍대의 직원분들은 하나같이 모두 친절했다.
영화티켓 출력한 것처럼 생긴 영수증(?!)을 자세히 살펴보면 호텔 내의 시설과 운영시간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체크아웃 시간 그리고 객실 넘버가 작성되어 있다.
아무래도 셀프체크인을 했을 경우 직원의 안내를 받을 수 없기에 여기 한 장에 모든 안내를 풀어 넣었다.
종이 하단에 있는 바코드로 주차 할인까지 받을 수 있게 되어있다.
이들이 고객과 빨리 친해지고픈 마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통의 4-5성 급 호텔은 그들의 브랜드 priority를 중요시 여겨서 인지 직원들이 정장을 빼입고 있다. 물론 격식 있고, 전문가적인 느낌을 주기에 그만큼 신뢰도도 높아진다.
하지만 섣불리 다가가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복장에서 주는 위압감이란..)
L7홍대의 디테일은 여기서 발생한다.
직원들이 청바지에 옥스퍼드 셔츠 그리고 슬립온을 입고 있어 캐주얼한 느낌을 낸다. 오히려 이런 복장 덕인지 말 걸기 어려운 직원의 느낌보단 편하게 대화를 걸 수 있는 존재로 다가온다. (생각해보니 이런 복장을 갖춘 호텔은 여기가 처음인 듯하다, 사진 찍는걸 깜빡해서 아쉽)
연식(?!)이 오래된 롯데호텔보단, 여행을 하며 '나'를 찾는 밀레니얼 세대를 흡수하기 위해 어떤 콘텐츠를 호텔에 담을까 하던 과정에서 탄생한 L7.
더욱 명확한 콘셉트를 잡기 위해 L7 호텔은 로컬리티(지역성)를 중요시 여겼다. (실제로 L7 강남, 명동, 홍대의 콘셉트가 모두 다르며 각 지역의 특성을 파악해 설계되었다.)
하지만 밀레니얼들이 각 나라별로 띄는 성향이 다를 텐데 L7홍대는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투숙객의 접점을 어떻게 잡았는지가 궁금했다.
음.. 생각해보니 위에서 이미 답은 나와있었다.
'젊음'이라는 설레는 키워드와 놀이터처럼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할 수 있으며 그 안엔 문화와 예술이 있기에 내수시장뿐만 아닌 해외 관광객 유치까지 정통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문화스테이션, 문화특구 다 좋다. 해외여행객 유치를 위해 접근성도 고려를 해야 하다 보니 화살표는 홍대를 가르쳤을 듯하다.
하지만 밀레니얼들은 이미 홍대의 변화과정을 성장하면서 봤다. 더 이상 홍대가 아트의 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문래, 서촌, 망원, 한남동 골목골목으로 밀려난 아티스트들.
L7홍대는 '홍대의 예술문화'를 녹이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전반적인 예술과 문화 사업을 펼친다면 아이덴티티가 명확해지지 않을까 싶다.
가령, 청년 아티스트들 작품 공모를 받아 기획전시를 집행할 수도 혹은 그들의 작품이 객실에 전시될 수도, 아트, 작곡 원데이 클래스가 L7홍대에서 열리는 등,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보통 이 정도의 브랜드 설계를 한 호텔들은 그만큼 브랜드 경험(BX)과 경험 설계에 집중을 하기에
굳이 객실을 디테일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영상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우리들.
객실은 영상 이거 하나면 충분하다.
01.
일단 통유리, 홍대 전경, 굳
예전에 지어진 호텔들을 보면 통유리 보단 프레임을 가진 창문을 가진 곳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전망이 중요한 호텔들은 역시, 통유리로 설계되어있다. 객실에서 바라보는 홍대란 뭐랄까
기분이 묘하다. 비록 비가 오긴 했지만 그만큼 또 다른 운치도 있다.
02.
객실 인테리어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는 증거. 의자 디자인
개인적으로 호텔에서 일을 조금씩 하는 편이기에 객실 내에 의자와 테이블이 따로 비치되어 있는 곳을 선호한다. 객실의 바닥과 벽지 색깔과 어울리는 의자를 택해 배치해놓은 것을 보며 나도 모르고 웃음이 세어 나왔다.
(역시 꼼꼼하게 신경 쓴 것이 느껴진다.)
03.
L7은 전용 드립백 커피를 가지고 있다.
숙박을 자주 해본 분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기본 어메니티들을 보면 그 호텔이 얼마나 고객들에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어떤 곳은 브랜드 네이밍에 걸맞지 않게 '맥심', '프리마', '보성녹차' 등 온갖 기성 제품들을 갖다 놓는 경우가 있다.
경영하는 차원에선 그게 나을 수 있어 이해는 한다. 하지만 고객 경험은 역시 한 끗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하지 않던가. 제주도에 있는 '플레이스 캠프 제주'는 어메니티가 모두 자체 제작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이들은 추후 PB상품들만 가지고도 커머스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개연성을 띄고 있다.
L7의 의도가 그런지는 확실친 않지만, 그들이 자체 생산한 L7 드립백 커피를 객실에 비치해놨다.
L7은 객실에서 빠르게 마시고 치울 수 있는 커피에서 마저 고객 접점을 잡고자 한다.
(사실 난 이런 디테일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아무튼
L7홍대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 호텔은 어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