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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Dec 10. 2019

불만이 생긴 고객에겐 사과부터 하는 이유

오라카이 청계산 호텔 | 불만을 기회로 바꾸는 브랜딩


일단 호텔을 왜 가냐고 물어본다면,

두 가지 이유를 댈 것이다.

첫 번째는 쉬고 싶어서 그리고 두 번째는 호텔의 브랜딩과 경험 설계를 구경하러이다.

이번 오라카이 호텔의 경우는 브랜딩 보단 멀리 나가긴 싫고 도시는 더더욱 싫어서 적당한 접근성을 자랑하는 청계산 오라카이 호텔에 1박을 경험하게 되었다.


음.. 결론부터 말하면 뜻밖의 브랜딩 인사이트를 얻어가게 되었다.



고객을 얻는 것보다
잃는게 더 쉽다


브랜드는 하나의 사람 즉 인격체라고 이해하면 사뭇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사람 관계를 생각해보자. 평소에 라면만 사주던 사람이 갑자기 어느 날 삼겹살을 사주면 

그 순간이 가장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브랜드도 사람처럼 인상 깊은 기억 하나가 다른 불만사항들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며 불만사항들을 브랜드가 해결하려는 노력을 봤을 때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높아지기 마련이다.

(당연한 소리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해 아쉬운 브랜드가 많다. 대표 사례론 임ㅂ리)


실제로 '컴플레인 마케팅' 이란 거창한 이름이 붙을 정도로 기업들은 고객 불만을 기회로 삼아 불만고객을 충성고객으로 탈바꿈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을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쉬우며, 

잃은 고객들을 다시 고객으로 만들기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하지만 불만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을 땐 불만고객 중 65%가 다시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며 이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는 고객들의 재구매율(리텐션) 보다 몇 배는 높다.


브랜딩의 권위자라고 불리는  '토마스 가드'가 '고객의 머릿속에 브랜드의 기억을 심은 것이 브랜딩'이라 하지 않던가. (책,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라'에서 발췌)

그런 의미에서 오라카이 청계산 호텔은 나에게 명확한 기억을 심어 주었다.

오라카이 청계산 호텔 구조



일단
불만이 생겼다!!!!!


사실 오라카이에서의 객실 경험은 솔직히 좋지 않았다. 

우선 근처에 산을 끼고 있으며 장마철 혹은 우기에 가서 그런지 굉장히 습했고 

객실 안의 침구류는 상당히 눅눅해져 있는 상태였다.


습한 공기 때문인지 벽지는 심각하게 울어있어 내 마음도 울고 있었다.

그렇다고 벽지를 다 갈아엎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심지어 비어있는 객실이 없어,
객실을 옮길 수도 없고 어찌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답답하며 짜증이 난 상태였다.


그렇게 프런트 직원분과 통화하고 내린 방법은 

일단 침구류 전체 교체 그리고 눅눅한 것을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게 

선풍기를 갖다 주는 것이었다. 사실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내 돈을 내고 이런 객실에 머물러야해??" 라는 마음이 더 앞서며 감정이 더욱 앞서고 있었다.
(보통의 소비자가 불만이 생기면 이성보단 필자처럼 감정이 앞선다고 한다.)

이제 실제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남았다.


오라카이 청계산 호텔



브랜드는 왜 '사과'부터 할까


프런트 직원과 심도 깊은(?!) 회의를 끝낸 지 약 5분이 지났을까?
객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선풍기와 새 침구류를 들고 하우스 키퍼 2분이 찾아오셨다.

문을 염과 동시에 이들의 첫마디는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였다.

오시자마자 빠르게 매트리스 커버부터 침구류 전체를 교체하셨고
그런 와중에 '이렇게 밖에 도와드릴 수 없는 게 죄송하다', '더 도와드릴 건 없는지',
'또 다른 문제 있으면 알려달라 죄송하다'며 계속 투숙객의 상태를 확인하셨다.

이미 나의 요청사항은 다 해결된 상태에다 하우스 키퍼분의 행동으로 인해 화는 누그러진 상태였다.

여기서 불만고객 관리법이 이렇게 중요하며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새삼 느낀다.

화재 및 재난 발생 시, 가장 중요한게 왜를 분석하기 보단 
빠른 '초기 대응'이 중요하듯 브랜드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빠르게 사과한다.

브랜드에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기 시작한 고객은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감정을 품는다. 이 때 이성보단 감정이 더욱 앞서기에
이들을 '논리'로 설득하면 안된다.
논리로 화가 나있는 고객을 설득하려 들었다간, 쉽게 풀릴 수 있었던 일이 아주 복잡하게 커질 수도 있다.

또한 브랜드는 고객에게 감정적으로 응대 하지 않고
철저히 메뉴얼대로 이성적인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첫번째로 해야하는 것은
화난 고객의 '화를 누그러트린다'
 이지 않을까?

그래서 일단 '사과'가 선행된다. 

그 다음, 왜 '사과'를 하는지 '우린 너가 화난거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공감하고 있다'를 어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처리를 해줄게, 다시 한 번 미안!' 



여기서 중요한건 공감이다.

일방적으로 계속 '죄송합니다'만 반복하면 오히려 더 화를 돋구게 된다. 

고객들이 듣고 싶은건 브랜드가 어떤 잘못을 했고 혹은 브랜드 잘못이 없다고한들
그 고객이 기분이 왜 상했는지 공감해야 한다. 

고객들은 브랜드에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너네들을 누릴 권리가 있다' 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엥? 그게 무슨 갑질이야! 할 수 있지만 우리 솔직하게 우리 스스로를 돌이켜보자.
돈을 낸 것에 대해 합당하지 않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라는 생각이 들면 어떤가?
화나지 않는가?

그런 상황에 브랜드가 화난 이유에 대해 공감을 해가며
사과를 선뜻 해온다면, '음 그래 이정도는 뭐.. 나니까 참는다!' 라는 생각과 함께
온순한 양으로 돌아온다.


더 큰 '화'를 만들어 내기 전에 
브랜드는 가장 먼저 '사과'부터 한다.



브랜딩이라 함은, 겉으로 비치는 그럴듯한 논리와 철학도 중요하지만,

그 논리들을 토대로 내부 임직원들이 브랜드화되어 동일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고객이 갖는 불만 사항 등은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호텔의 경우  예약 문제, 서비스 문제, 객실 위생 불량, 부당한 요금 과다징수, 

도난 및 분실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든 고객이 동등하게 대우를 받아야 하고 최대한 일관된 경험을 해야 하기에 

각 상황별 대처방법(가이드라인)이 존재해야 하며 이렇기 때문에 '내부 브랜딩'이 중요하다.

하우스 키퍼분의 신속, 정확한 상황 해결과 

당사자의 불만을 헤아렸다는 듯한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이 하나가 되어

좋지 않은 경험으로 남았을 뻔한 오라카이 호텔을, 

고객 경험을 중요시 여기는  호텔로 단숨에 바꿔 버렸다.

어느덧 나의 마음은 '고작 하루 머무는데 이 정도면 뭐 지낼만하다'라며 태세 전환했다.

이렇듯 불만 고객이 발생할 시에 제대로 된 서비스 회복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객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고객 기대만큼 처리가 되면 고객은 만족하되 기뻐하거나 감동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객의 기대 이상으로 불만을 처리할 경우, 

불만 고객은 오히려 충성고객이 되어 자연스럽게 주변인들에게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오라카이의 대응은 호텔 서비스가 갖추고 있는 정도의 대응이라 

고객 감동보단 적당히 만족하는 수준이었다.



뜬금없지만 고객감동은
사우나에서 터졌다


오라카이 청계산 호텔은 사우나가 다 했다.
'엥? 갑자기 웬 사우나에서 고객감동이 터졌다고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체크아웃을 먼저 하고 프런트에 말해 사우나를 투숙객 전용 할인 가격으로 이용하게 된 사우나.
이미 전 날의 사건(?!) 들도 있고 그래서인지 큰 기대를 하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범상치 않은 입구를 지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사우나 입구 (출처 : 오라카이 청계산 호텔 공식 홈페이지)
오전 11시, 아무도 없는 오라카이 청계산 호텔의 사우나


일단 요 근래 간 사우나 중 가장 깔끔했으며 시설이 고급스러웠으며 심지어 '넓었다.'
베이지 톤으로 맞춰진 사우나는 컬러 자체만으로 이미 몸이 릴랙스 해지는 듯하며 일요일 아침에 사우나를 이런 시설에서 즐긴다는 생각에 다가오는 한 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건 실제로 들었던 생각을 전달한 것이다.)


내가 갔을 당시 사람이 아예 없어서 더욱 쾌적한 경험을 했을 수도 있다. 사우나에서의 1시간은 오라카이에서 머물렀던 시간의 총합보다 훌륭했다. (더욱 자세하게 사진으론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할 따름이다.)


사우나를 보유하고 있는 호텔들 위주로 내가 돌아다녔다면 더욱 객관적으로 호텔의 경험 설계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내 경험에만 비추어 말하자면 도미인 호텔, 그랜드 하얏트 인천의 사우나랑은 규모부터 다르다 생각하면 된다.

나중엔 반대로 사우나를 시원하게 먼저 하고 객실에서 쉬는 루트로 다시 방문할 의사가 있다.


오라카이, 일본계 호텔?

아니다, 그렇지 않다

오라카이 청계산 호텔 (출처 : 공식 홈페이지)


오라카이라는 특유의 받침 없는 네이밍 때문인지 처음엔 일본계 호텔인 줄 알았다.
놀랍게도 토종 한국 호텔이다. 오라카이는 '어서 오라'의 경상도 방언에서 비롯되기도 했으며 유명 휴양지인 '보라카이'를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환영(welcome)'의 의미를 담고 있다.

보통 지역방언에서 파생되는 네이밍은 세련되지 않다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라카이 호텔의 센스 있는 네이밍을 보면서 더욱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불만을 극복하는
한 방이 있었던 오라카이


오라카이 호텔 청계산 로비



비록 객실에서 아쉬운 점들이 있었지만, 불만 포인트들을 만족으로 승화시켜 버리는 오라카이의 고객 경험.
오히려 부정적인 것보단 긍정적인 기억만 남은 오라카이 청계산 호텔.

내부 브랜딩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으며, 겉으로 비치는 브랜딩 외에 그 브랜드 경험을 내부 임직원들이 외부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리마인드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오라카이 청계산 호텔은
인상 깊은 기억 하나면 충분히 성공적으로 경험 설계를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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