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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Apr 20. 2020

팀 리더가 되어보니 보이는 것들

퇴사한 디자이너의 리얼 스타트업 이야기


팀장은 숨만 쉬어도 욕먹는 자리인 건가?

술자리에선 각자 소속되어 있는 회사의 팀장을

까는?! 이야기는 항상 나온다.

술 먹기 전인데도 취하는 느낌이 든다.


매번 하는 욕이지만 재밌고 참신하고 같은 얘기지만 새롭고 짜릿하다! 쇼미 더 머니 드랍더빝 디스전 마냥 재밌다.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근데 잠깐만... 내가 팀장이다.
(지금은 그만두긴 했지만)


그들이 그렇게 까대는?! 팀장,

사실 팀장들의 고충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난 아직 좋은 리더는

아닌 거 같다


서점의 자기 계발 파트 쪽에 가면 항상 리더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화내지 말고 이유를 물어라, 팀은 함께 하는 것이다 등등 들으면
'아 당연히 사람이면 저렇게 해야지' 하고 내일 출근해선 꼭 변한 나를 보이리라 굳게 다짐한다.
 

그러고 사무실 가면 그 다짐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왜 팀원들은 이렇게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며 뭔지 모를 뭔가에 답답해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스트레스받기 시작한다. 말투가 조금 날카로워진다. 이유를 듣고자 '왜 이렇게 했냐'라고
물어보면 추궁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그다음 드는 생각

'내가 지금 팀 리딩을 할 만한 사람인가?'
난 아직 좋은 리더는 아닌 거 같다.


사실 욕심이 많았다


생각보다 어린 나이(20대 후반)에 그리고

시니어급 연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디자인팀 리딩을 하게 되었다.

진짜 소비자 접점을 찾고 싶었고 디자이너가 비즈니스 전략을 이해한 상태에서 디자인을 풀어내어 '~다움'을 만들어가고, 팬을 형성하며, 이는 곧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과 디자이너가 기업에서 얼마큼 중요한 인재인지를 보여주고 싶어

대기업을 퇴사하고 정말 초기 스타트업으로 온 지 어느덧 2년 11개월째.


퇴사하기 직전에 회사의 규모는 초창기 때보다 두배 가까이 커져 하루에 대화 한번 못하는

다른 팀 팀원이 생기기도 하고 프로젝트의 몸집도 당연히 커졌으며 수많은 임직원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진 모르겠지만,

주 7일 자발적 근무에 자발적 야근이 너무 즐거웠으며 단순 그림 그리는 디자인이 아닌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있는 상태에서 전략적인 디자인을 설계하는 것과 온라인 사업자로서의 소비자 경험을 더 나은 방향으로 UIUX설계를 하는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낙'이었다.


당시, 회사의 성장은

나의 성장이라는 '신념' 이 있었다.


그렇다. 욕심이 컸다.

모든 사람은 '자기중심'으로 생각한다. 필자 또한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일 해주길 무의식적으로 바랬다. 아니, 솔직히 그렇게 해주길 바랬다.

좋은 리더는 나가야 할 방향을 잡아주지, 그 방향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난 좋은 리더는 아니었다.


만일 여러분의 팀장이 성장에 불을 켜고 있다면
그 사람이 그동안 어떻게 일을 해 왔는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걸 권한다.

'저 인간이 조금은 이해가 갈 수도 있다'

 

예전에 이해가 안 가던 나의 팀장이 이젠 내가 팀을 리딩을 하게 되니 비로소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싫다!!)




타인에게 나를 대입하면

돌아오는 건 스트레스뿐


연애랑 비슷하다.

항상 '나'를 기준으로 상대방에 대입하려 하는 순간 그 관계는 어그러지기 마련이다.


각자 회사를 생각하는 농도가 다르며, 각자 생각하는 디자인이 다르며, 각자 생각하는 책임감의 기준이 다르다.

그래서 모두가 다르기에 '내'가 기준이 된다.


아마 모든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 이렇게까지 하는데, 넌 왜 안 해'


이건 희대의 명대사다. 싸우자는 거다.

저 소리 정말 듣기 싫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있더라.


하루는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팀원이었을 땐 스트레스 덜 받아가며 일을 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디자인에 집중이 더 잘 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스트레스가 몇 배가 되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그 원흉이 바로 '나'를 기준으로 상대를 바라봐서 라고 생각한다.

나를 기준으로 바라보니 당연히 맘에 안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팀은 팀 리더한테 맘에 들기 위해서 일하는 조직이 아니다.


그럼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을 알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건 필자도 후회스러운 부분 중 하나이지만
바로, '대화'이다. '대화'만 한 게 없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이 바쁘다 보면 점점 대화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곧 불만으로 이어졌다.

그럼 나도 모르는 사이 사람들이 각자만의 불만을 한 두 개씩 품고 있더라.
'말을 해야 알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좋은 리더들은 먼저 다가간다.

필자는 그렇지 못했다. 내 일 처리하기 바빠 사람을 돌아보지 못했다.
나중 되니 말 걸기가 눈치 보이기까지 한다.

예전 나의 팀장님들은 괜히 먼저 말을 툭툭 걸기도 하고, 무슨 문제는 없는지 물어봐주고 커피 한 잔 하러 나가자고 그러기도 했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말할 시간이 없을 것 같으니까..


그 당시엔 귀찮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귀찮게 굴라고 그런 건 아닌듯 하다.




나의 빠른 결정이
사람을 갈아 넣는다.


스스로도 이건 정말 양날의 검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정을 머뭇거리는 동안 놓친 것들이 너무 많았던 경험 때문인지 조금이라도 팀원 혹은 다른 팀원이 결단을 못 내리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순 없었다.


그래서 빠르게 정하고 밀어붙였다. 뒤는 없다.

물론 좋고 나쁘다 라는 이분법적으로 나눌 순 없다.
상황에 따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선택할 뿐이다.

오히려 깃발 꽂을 곳을 빠르게 찾고 팀원들이
어디로 달려가야 할지 길라잡이가 되기에 일의 동기가 된다고 생각했다.


안 할 거면 빠르게 결정하고 빠르게 실행해보고

실패해도 빠르게 실패하고 다시 빠르게 재정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이런 성향이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조직에선 '성격 괴팍?! 하고', '고집 있고', '시니컬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결국 한동안 너무 '일'에만 집중을 하고 밀어붙여 결과를 만드는 것에 혈안이 된 나머지 '사람'을 잘 둘러보지 못했다.


참 리더는 사람을 이끈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선 난 좋지 못한 리더였다.

후회되는 것들 중 또 다른 하나이다.


(도대체 LG생건의 차부회장님께선 어떻게 그 많은 인원이 속해 있는 조직을 빠른 결단,
빠른 추진을 진행하셨을까...)




조금만 더 본질을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


이 또한 욕심이다.

맡은 자리가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회사의 수많은 이해관계와 왜 이 사업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며 부분보단 전체를 보게 된다.


그러니 당연히 다자인을 하더라도 그 모든 경우를 고려하고 디자인을 진행하게 되며 '목적'에 정통하는 디자인을 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고객' 지향이

될 수 있지만 항상 '소비자' 지향적인 사고를 놓치면 안 됨을 강조한다.


내부 팀원을 그리고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도 생기기에 디자인할 땐 '목적'과 '왜'를 많이 따진다.

그래서 엉뚱한 일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팀 리더들은 팀원들에게 이것을 하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아 이 정도면 알아 들었겠지'라고

생각하지 말자.


상대가 이해를 했는지 부담스럽지 않게 확인을 해야 하고 길을 놓치고 있진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냥저냥 난 전달했으니 '잘 알아서 하겠지'라는 위험한 생각은

하지도 말자.

생각해보니 내 예전 팀장님들은 내게 이걸 '왜'하는지 설명 주시지 않으셨다.
항상 난 퀴즈 맞추는 식으로, 눈치를 살펴가며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체크를 했고 그래서 이걸 왜 하지?라는 생각을 하루에 몇 번이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지 말자.




결국, 인사가 만사다


정말 리더가 되어보니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뭔지 알 것 같다. 일을 잘하던 팀원이 갑자기 변심할 수도, 일을 잘 못하던 팀원이 갑자기 우수한 결과를 낼 수도 리더가 갑자기 방향을 헤맬 수도 있다. 너무 다양한 변수가 존재함을 몸소 느꼈다.

그리고 사람들끼리 부대껴가며 하는 것이
'일' 이기 때문에, 팀원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소비자'도 중요하지만 '팀원'도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만약 내가 직접 면접에 들어가서 내가 직접 뽑은 팀원이라면 책임소재는 '나'에 있음을 잊지 말자.


팀원들이 엇나가거나, 팀원들이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결국 리더에게 있다. 팀원들 탓하기보단, 리더인 나를 탓해보자..

리더가 되어보니, 디자인하는 시간보다
팀원들 업무 스케줄 관리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스케줄대로 일은 잘 되어가고 있는지 체크하는 게 업무의 반이었다.

내가 원하는 퀄리티가 안 나오면
내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닌 팀원들이 직접 퀄리티를 올릴 수 있게 이끌어 내야 하며, 끊임없이 알려줘야 한다.

리더가 되어보니, 훌륭한 디자인은
훌륭한 팀에서 나온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리고 팀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 얼마나 곤욕스러운 일인지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단순히 추진력 좋은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리더가 아님을 알게되었다.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게 방향잡이 역할을 하며
우리가 이 일을 왜 하는지 동기를 부여하고
서로가 오해는 없는지,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며 원하는 결과 '하나'를 만들어내게 만들는

사람.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을 미리 앞당겨 직접 겪었다고 생각한다.

내 이야기를 실컷 했더니 여러분의 팀 리더는 어떤지 여러분은 어떻게 팀 리딩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좋은 비법이 있다면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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