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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Mar 26. 2020

'예쁘게 디자인 해주세요'의 함정

퇴사한 디자이너의 리얼 스타트업 이야기

실무에 있으면 '예쁘게 디자인 해주세요~' 라는 말을 듣게된다.
그냥 하는 형식적인 이야기 일 수도 있고, 진심일 수도 있다.
예쁜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예쁘기만한' 디자인은
노른자 없는 계란, 팥 없는 붕어빵, 속 빈 만두, 면 없는 라면과 같다.
디자이너라면 예쁘기만한 디자인의 함정에 넘어가면 안된다.

디자이너는 크게 인하우스, 에이전시, 프리 로 나뉘고 그 중에 디자인 직군에 따라
수 많은 디자이너로 갈린다. 제품, 편집, UIUX, BX, 3D, 가구, 인테리어 등등등.

퇴사한 디자이너의 리얼 스타트업 이야기인 만큼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글을 서술  것이며, 브랜딩 관점에서 
 예쁘기만한 디자인은 의미가 없는지 풀어가고자 한다.




예쁘기만한 디자인이

의미 없는 다채로운 이유


인하우스면 우리는 어떤 브랜드에 소속되어있단 뜻이다.
그리고 그 브랜드엔 브랜드가 커뮤니케이션 해야하는 타겟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오잉? 우리 회사가 명확한 타겟? 없는거 같은데요?!? 아니다 잘 분석해봐라 분명 있다! 있다구!!)

자, 생각을 해보자.
하나의 브랜드 안엔 수~ 많은 직원들이 있다. 각자가 브랜드답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디자인을 해야
소비자들에게 비로소 '얼~~00답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우린 저 '~ 답네' 라는 말을 듣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비용과 시간을 쓰며
브랜드 경험 설계하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선 최고의 칭찬이라 생각한다.
그럴러면 뭐가 필요할까?
바로 '일관성' 이다. 일관된 메세지, 일관된 톤앤매너, 일관된 어떤 무언가가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이 되어야 한다. 즉, 브랜드의 '핵심'이 계속 전달되어야 한다는 소리이다.
(안다, 말처럼 쉽지 않다)


예쁘기만한 디자인이 의미없는 첫번째 이유>

각기 다른 예쁜 디자인을 선보였다간
그 브랜드는 잊혀진다.


예쁜 디자인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핀터레스트나 비헨스만 1-2시간 돌아다녀도 세상 예쁜 디자인들이 지천에 깔려있다.
더군다나 우린 디자이너이기에 예쁘게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일반인들에 1000배 높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사람'과 똑같다. 인격체이다.
사람만 봐도 이말했다 저말했다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보고 '줏대가 없다' 혹은 '그래서 뭐?' 라는 얘기를 하곤 한다. 오히려 뚝심있게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고집 있구나' 혹은 '좀 멋진데?'라며 인상깊어 한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달려나갔을 때 비로소 하나의 '브랜드'가 완성된다.
'에이~ 그거 너무 이상적인 소리 아니냐?'라 할 수 있다.
'애플, 벤츠, 토스, 배달의민족, 에어비엔비, 코카콜라, 파타고니아, 무지, 블루보틀' 등등
이상적인 소리가 아니다.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다.

이들의 브랜드 경험 설계부터 디자인 아웃풋들을 살펴보면
일관적이다. 브랜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보기 좋게 베리에이션을 했지, 무작정 예쁘게 하지 않았다.

실무에 있다보면 '예쁘게 해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생각보다, 아니 매일 듣는다.
적어도 인하우스 디자이너라면 브랜드가 띄고 있는 성향과 성격을 고려한 다음 예쁘게 해야한다.
그래서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가 있는 것이다. 일관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각자 각개전투식으로 모두가 자기 실력 뿜뿜 하며 예쁘게 만들어버리면
그 자체로는 굉장히 보기 좋을 수 있으며 와! 디자인 잘한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제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바라 봤을 땐
예쁜 디자인만 눈에 들어오지 정작 '브랜드'는 잊혀질 것이다.

디자인은 목적성을 분명하게 띄고 있기에, 주객전도가 되어선 안된다.
절대 절대 간과해선 안된다. 우린 디자인 콘테스트하러 책상 앞에 앉아 있는거 아니다.



예쁘기만한 디자인이 의미없는 두번째 이유>

디자인은 논리적인 사고를 시각화 하는 일이다.


우리가 '디자인'을 왜 할까?
누군가에게 우리의 것을 '팔기' 위해서 이다. 우린 모두가 뭔가 팔려고 하고 있다.
'판다'는 행위나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정하는게 속편하다.
'우린 매일같이 뭔가 팔기 위해 행동하고 팔리지 않으면 잊혀진다.'

모두를 만족 시킬 순 없으니 디자인은 타겟범위를 설정하고(생각보다 더 디테일하게)
그 범위 안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유심있게 관찰 한 후,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다. 사실 설득에 가깝다 생각한다.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우린 논리가 있어야 한다. 
사실 논리를 완벽하게 갖춰놔도 소비자는 '웅 안해~' 이럴 개연성도 있다. (우리는 소비를 이성적인 판단으로 한다 생각하지만 뇌과학적 연구조사에 따르면 80%는 무의식에서 발생하며 이성보단 감정이 앞서고 나머지 20%에서도 의식적인 행동으로 소비를 하지 않으며 나의 소비를 의식적으로 '합리화'할 뿐이라 설명한다.)

그렇지만 논리가 없는 것보단 낫다. 적어도 우리가 한 디자인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이쁘게 했어요' 라는 말은 디자이너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다. 아무리 실무에서도 '예쁘게 해주세요~'라고
했어도 '예쁘게 해달래서 예쁘게 했어요' 라고 한다면 단언컨데 2-3년 뒤엔 다른 일 하고 있을 것이다.

항상 우린 '왜?'라는 생각을 놓쳐선 안된다.
디자인에 있어선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라면
내가 이걸 왜 디자인하고, 타겟들은 이게 왜 필요하며, 그래서 우린 이걸 왜 해야하는지 계속 '왜'라는 질문에
논리적인 답을 해야만 한다.

시각화는 그 다음이라 생각한다. 뾰족한 한방을 가진 디자인은
앞의 논리가 질서정연하게 정리가 되었을 때 탄생한다. 그 논리를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아~ 그래서 이렇구나'라고 하며 고개를 끄덕일 땐, 그 소비자는 우리 브랜드를 인상깊게 인식할 것이며 소중한 '팬'이 된다.

우리가 영화 한편을 보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면 그 영화가 다시 보이지 않던가?
똑같다.



예쁘기만한 디자인이 의미없는 세번째 이유>

디자이너는 설계하는 사람이다.


디자이너가 단순히 예쁜 이미지를 잘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시대에 뒤쳐지는 소리이다. (그런 말을 하려면 정말 기가막히게 비주얼을 뽑아낼  있어야 한다.)
이제 디자이너는 경험을 설계한다.
하다못해 페이스북 광고이미지를 하나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 광고를 통해 소비자가 어떻게 생각을 했으면 좋겠고, 이 광고를 클릭해서 마주할 랜딩페이지에서 어떤 감정과 사고의 흐름을 갖고 갈지 그리고 광고를 보고 높아진 '기대'와 부합하지 않아 실망하게 하는 요소들은 없는지
정말 꼼곰하게 고려 해야한다.

디자이너가 이걸 왜 하냐?
디자이너니까 할 수 있는거다.

논리적인 사고를 가진 상태로 비주얼까지 뽑아내는 사람들이다.
기획 또한 디자인이다.
그래서 단순히 예쁜 이미지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츠타야 서점을 기획하고 기획장인이라 불리는  '마스다 무네아키'가 저술한 책 
'지적자본론'에서도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라 하며 디자이너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음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예쁘기만한 디자인을 하는 것은 의미없다.
잊혀진다.

 3  광군제 때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온라인배너를 보여주고 싶었던 타오바오.
타오바오는 알리바바 자체 인공지능인 루반(Ai)를 통해 4억개의 배너를 만들어냈다. 심지어 중국을 고려했을 때 심미성도 떨어지지 않는다.


4억개면 디자이너 100명이 300년간 작업해야하는 양이라고 하니, 예쁘기만한 디자인은 
언제든지 '대체가능성'이 높다.




이유 있는 '예쁨'
논리적인 '보기 좋음'


어쨋든 인하우스 디자이너 한 명 한 명은 그 브랜드의 얼굴을 만들어낸다.
그 얼굴을 무작정 예쁘게만 해서 성형괴물을 만드는 것이 아닌,
브랜드에 맞는 방향으로 '조화롭게, 어울리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논리를 가진 디자인을 설계하여 사람들을 설득하였을 때, 시장에 반응이 있을 때

그때 그 쾌감을 잊지 못하진 않은지. 그래서 이 업에 계속 남아있진 않는지.

이제 디자인을 할 때 '왜'라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누군가 '이렇게 왜 했냐'라고 했을 때
근거를 댈 수 있으며 디자인에 힘이 실릴 것이다. 우리가 실무에선 주어진 (부족한)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야 할 상황도 분명 있지만, 항상 마음 한 켠엔 '이유있는 디자인'을 놓쳐선 안된다.

마음 한 켠에 저 생각이 있냐 없냐는
놀랍게도 결과물에 드러난다. 저 생각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단 얘기이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시각적으로 좋게 만들어 내는 것은

전 세계 모든 디자이너의 기본 능력이며 당연한거다. 디자인 스타가 탄생하고 디자인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논리적인 설명과 그 비주얼이 일치 했을 때 그리고 그 논리가 소비자들에게도 정통했을 때이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나를 위해서, 브랜드를 위해서,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예쁘기만한 디자인은 더욱 의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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