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디자이너의 리얼 스타트업 이야기
출근과 퇴근 사이에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선택해여한다. 심지어 점심 뭐먹을지와 같은 고민부터 시작해서 이 컬러를 쓸지 저 컬러를 쓸지
내일 회사를 그만둘지 말지 등
가장 많은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은 바로 우리가
새 하얀 아트보드를 열어놓고 '디자인' 할 때이다.
이젠 어떻게 그 하얀 곳을 알차게 구성할지 두렵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효율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나도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고 불과 20분 전만 해도 새로운 디자인 작업을 들어가는데 솔직히 두려웠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나름대로의 디자인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것이니
편안하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기획'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자이너이다.
디자인은 '설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고객 혹은 소비자들에게 우리의 제품/서비스를 좋게 '경험' 시켜주어 판매까지 이뤄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수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가기 위해 우린 rule을 정해야 한다.
즉,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들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획'이다. 기획을 통해 어디로 어떻게 뻗어 나갈지 구조를 짜고 설계를 한다.
누구를 상대(who)로 무엇을(what) 어떻게(how) 그리고 왜(why)하는지를 명확하게 설계를 해야 하는데 놀랍게도 이 일련의 과정들 또한 디자인이다.
그렇기에 기획과정도 경험 디자인의 출발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이 잘 안풀리거나 아리까리 할때는 기획서를 다시 찬찬히 살펴본다.
이 기획의 핵심 목표는 뭐였는지
오직 목표만 생각한다. 그럼 많은 잡다한 생각들이 떨어져 나간다.
가령 우리의 목표는 '씹었을 때 아삭 소리가 나는 사과를 파는 것'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디자인 인사이트는 '아삭' 이란 소리를 들었을 때의 감정에 집중하면 되지 않을까?
사과의 형상이던 컬러던 일단 제껴두고 아삭에만 집중을 먼저 하면 나의 머릿 속 생각이 꽤나 단순해질 듯 하다.
나도 그렇고 디자인이 잘 안풀릴 때는
대게 '사과' 도 생각하고 '아삭'이란 소리도 생각하고 '컬러 모양'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각을 할 때이다.
이럴때 오히려 백지상태가 된다...
그래서 생각을 단순하게 하기 위핸 기획의 핵심이 뭔지 다시 한 번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치만 실무자들은 기획 전체가 핵심이라고 하ㅈ...)
위에서 언급했듯 디자인을 할 때 핵심만 생각하려고 하자. 기획을 같이 하다보면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핵심 목표가 있을 것이다.
오직 그거 하나만 생각해보자. 기획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타겟에 집중하는 경우, 상황에 집중하는 경우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커플관련 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가정하자.
디자이너들은 이미 벌써 '커플'이란 말만 들었을 뿐인데 오만가지 핀터레스트의 이미지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기획으로 더욱 뾰족하게 좁혀준다. 20대 커플인지, 사귄지 얼마 안된 커플인지, 싸움이 잦은 커플인지, 오래되어도 서로를 너무 사랑하는 커플인지, 직장인 커플인지 그렇다면 작장인의 연차는 어떻게 되는지
이렇게 커플이란 단어 하나만으로도 꽤나 많은 타겟과 세그먼트가 나온다.
기관총으로 아무나 맞아라 하고 후두두둑 쏘는 것 보단 총알 한 방으로 상대를 제대로 저격하는게 팬덤 형성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그럼 이번엔 세그먼트와 타겟을 최대한 뾰족하게 하여 제대로 저격해보자.
연애초반 커플과 관련된 아이템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이다. 그들은 사실 서로 뭘해도 좋을 시기라 커플관계에 좋다는 건 다 할것으로 예상 된다. 기존에 먹고 있는 파이를 뺏어먹을 자신이 없다면
이번엔 연애의 농도가 무르익어 서로를 더욱 찐(?!)하게 알고 싶은 커플들을 상대로 기획을 해보면 또 재밌는게 나오지 않을까.
(또 헤어지기 직전인 커플들을 대상으로 해도 새로운 기획과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
우선 농도가 무르익은 커플들은 이미 어느정도 서로 알 것을 다 알고 익숙해져 있는 커플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게임은, 서로가 사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것은 착각이었음을 알려주며 서로를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 준다면 어떨까?
사랑이란 본질은 결국 서로를 통해 계속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서로를 많이 알면 알 수록 나를 알아가는 것이다.
세그먼트를 정리하면 서로에게 익숙해져 관계가 소원해 질법한 커플들로 정리가 된다.
그리고 이 세그먼트를 잘 활용하기 위한 타겟은 아직 사람 경험이 많지 않아 연애가 서툰 20대 초중반 대학생과 개인의 상황이 급변하는 시기인 사회초년생으로 잡아두면 어느 정도 디자인 가닥이 그려질 것이다.
(이 타겟마저 두개로 나뉘어질 수 있으니 공통점을 찾아서 하던, 과감하게 하나를 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럼 이제 우린 저 세그먼트와 타겟에 집중한 디자인을 뽑아내면 된다.
오직, 우리가 설득해야할 타겟들만 생각하자.
그들은 어떤 걸 필요로 하고, 어떤 분위기의 디자인을 좋아하고, 성향은 어떤지.
단순하게 생각할 수록 디자인은 견고해지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기획과 디자인을 하는 이유는 어떤 조직/개인의 이윤창출 사회의 새로운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 또한 단순하게 생각해서 써놓은 것입니다)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님의 저서 "배민다움"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나에게 바이블 같은 책..)
배민 고유의 B급 정서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과연 배달음식을 회사에서 누가 시킬까?'를 고민하면서 생각의 꼬리를 물며 타고 내려가던 중 각 팀의
막내가 야근을 하며 선배들이 뭐 먹고 싶은지를 종합을 한 후 배달 시키더라 였다. 그 팀의 막내를 종합을 해보니 20대 중후반이었고 이들이 어떤 감성에 반응 할까 생각하던 도중 탄생한게 '공감이 가는 그리고 솔직한 말 한마디' 였다. 그게 지금의 어떤 기업도 따라 할 순 있지만 깊이가 다른 배민만의 B급감성 이었다.
회사의 막내들? 이 또한 비즈니스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굉장히 마이크로한 타케팅이다. 하지만 우리 생각을 해보자. 한 번 팔고 끝낼 것인지 아니면 한 번 산 사람이 또 찾아오는 브랜드가 될 것인지.
우린 그것을 '팬'이라고 한다.
한번 형성된 팬은 또 다른 누군가를 소개시켜 또 다른 팬을 만든다.
브랜딩은 '팬'을 만드는 행동이며 팬이 많을 수록 그 브랜드를 믿는 다고 해석이 되고 이는 곳 브랜드의 '힘'이 된다.
그러면 우린 뾰족하게 타겟팅을 하고 그들이 뭘 원하는지 왜 그들이 이것을 원하는지 분석을 하고 팬덤 형성에 집중을 하면 어떨까?
조금 더 장기간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절대 뾰족한 타게팅은 좁은것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한 디딤돌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타게팅이 좁다고만 볼 수 있을까?
'선택과 집중'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디자인을 할때 기획을 파악하고
뭐가 핵심인지 캐치해내어 그 핵심에'만' 집중한다.
이 과정이 모든 디자인의 첫번째 단추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어떤 레퍼런스를 찾아야 하는지, 어떤 톤앤매너를 만들지, 어떤 컬러와 폰트를 쓸 것인지 좁혀진다.
아마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생각 할 수 있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를 써놨구나'
맞다.
회사에선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이 모여있지 않다는 사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생각을 갖고 디자인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디자인의 결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기획과 설계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이해까지 해야하는 디자이너들이라도 이 생각을 하며 끊임없이 남들을 설득하는 수 밖에!
그게
디자이너의 진또배기 파워가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도 기획서를 다시 살펴본다.
그럼 전 이만 핀터레스트 뒤적거리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