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혹스턴 파리 | 여긴 디자인을 잘한걸까 못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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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는 그더 혹스턴 호텔. 정말 디자인은 세련되고 감각적이며 힙하기까지 해 텐션이 높아진다. 그런데 '경험'의 측면에서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는데, 과연 이 호텔, 디자인을 잘했다고 볼 수 있을까?
파리로 가기 전에 숙소 때문에 수 많은 고민을 했었다. 이왕이면 퐁피두 미술관과 마레지구와 가까웠으면 좋겠고, 파리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하며(사실 이게 제일 중요) 너무 올드하지도 않으며 적당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그런 에어비엔비.
맞다. 그런 에어비엔비는 없었다. 초반에 호텔을 택하지 않고 에어비엔비로 숙소를 잡고자 했던 이유는 오직 '파리만의 감성' 즉. '로컬리티'를 느끼고 싶어서 였다. 에어비엔비가 항상 '여행은 살아보는거야!'라고 외쳐댄 영향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내 기준에 만족스러운 곳은 결국 없었고 어떻게 할까 하던 도중
한국에서 2주에 1번 꼴로 호텔을 다녔지만 여기처럼 힙하단 느낌을 받아본 곳은 없었다. 정말이지 호텔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트렌디하며 한순간에 여행객이 아닌 파리지앵이 된 느낌을 받는다.
이미 혹스턴 파리는 국내에서 힙플레이스로 등극하고 수 많은 힙스터들도 방문하여 그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스타일리쉬한 공간엔 스타일리쉬한 사람들이 모인다 했던가,
이 곳은 자기 관리를 중요히 여기는 듯 한 스타일리쉬한 사람들이 에스프레소 한 잔을 곁에 두고 무언가에 집중 한 듯한 표정으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일(?!) 하고 있는 분들을 많이 마주할 수 있다. 잘 나가는 스타트업의 사무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나도 얼른 체크인 하고 노트북 들고 내려오고 싶은 공간이다. 왠지 일이 잘 풀릴 것 같고 새로운 영감을 마구마구 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공간이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혹스턴 파리는 18세기에 지어진 대저택을 리모델링해서 탄생했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화려하거나 모던한 디자인의 호텔 외관 보단 정말 파리 길거리에 있는 흔한 건물들처럼 생겼다.
혹스턴은 전세계 주요 도시들에 위치해있는데,
혹스턴 파리는 대저택을, 혹스턴 런던(쇼디치)은 폐공장을 혹스턴 뉴욕은 노후 물탱크 공장을 리모델링 했다는 점이 재밌다. 이는 버려질뻔한 공간들을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이들의 디자인 센스가 너무 감각적이여서 라고 생각한다.
보통 우리가 호텔 로비라고 생각하면 함부로 들어가면 안될 것 같이 부담스럽게 되어있거나, 입구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곳에 칼정장(?!)을 차려 입은 직원들이 프론트데스크 앞에 서있어 투숙객이 아닌 사람은 못들어 갈 것 같다는 위압감 마저 든다.
사실 로비는 투숙객 아니어도 사용이 가능하고, 요즘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유입하여 찰나의 순간이라도 호텔을 경험하게 만들고자 1층에 카페를 배치하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은 카페를 갔으면 카페를 갔지
호텔 건물엔 정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쿨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진 않는다.
혹스턴은 달랐다. 우선 공간 배치부터가 남다르다.
혹스턴 파리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잘나가는 스타트업 혹은 co-working 스페이스의 느낌을 많이 받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호텔 프론트데스크는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와 화이트와 브라운의 적절한 배색으로 맞춰진 수 많은 테이블들 낮에는 커피, 밤에는 바로 운영이 되는 카페가 전면으로 배치 되어 있다. 그 공간 안에 사람들은 책을 보고, 누군가와 회의를 하고, 시크하게 맥북을 올려놓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들이 절대 '호텔'이라 연상되지 않는다.
혹스턴 파리는 여기서부터 기존 럭셔리 호텔과는 차별화된다.
근데 자꾸 아까부터 로비 얘기만 그렇게 하는데 로비가 그렇게 중요할까?
호텔하면 떠오르는 것은 '하루밤 편하고 쾌적하게 묵는 곳' 이다. 국내에서 정말 호캉스를 즐기기 위해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과 여행가서 선택하는 호텔의 기준은 사뭇 달라진다. 비슷한 디자인, 비슷한 인테리어를 가진 호텔들 사이에서 나의 취향과 성향에 어울리는 호텔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심지언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여행지에서 호텔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순한 하룻밤을 묵는 곳'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한다.
바로 '숙박 그 이상의 경험'이다.
여행지에서 묵는 호텔은 내가 그 지역과 강한 유대감을 갖게 만들어준다. 파리면 파리다운 곳에, 베니스면 베니스다운 곳에 묵어야 여행의 경험이 극대화 되는 것은 당연한 얘기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에어비엔비의 '여행은 살아보는거야' 라는 기가 막힌 카피라이트 덕에 수 많은 호텔 투숙객들이 이젠 로컬리티를 강조한 에어비엔비에서 진짜 '로컬 감성'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정말 에어비엔비의 엄청난 포지셔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혹스턴은 호텔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더욱 고민한 것은 오직 단 하나. '어떻게 하면 그 나라 혹은 그 도시의 문화를 온전하게 느낄 수 있게 할까?, 무려 호텔에서!'
그래서 이들이 내세운것은 바로 '로컬리티'이다.
일단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혹스턴 호텔은 '로비'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 동안 로비는 '투숙객들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혹스턴은 '모두를 위한 거실(public living room)' 이란 표현을 사용하여 호텔 투숙객 뿐만이 아닌 그 지역 사람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유도했다.
또한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를 도입한 최초의 부티크 호텔이라고도 불린다.
정말 혹스턴 파리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리가 머릿 속에 '파리지앵'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사람마다 '파리지앵'하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투숙객과 방문객의 경계가 허물어진 '거실'엔 모두가 뭔가를 열정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 모습들이 심지어 멋져 보이기 까지 한다.
로비에서부터 이들의 브랜딩에 놀라며 흥분한 나머지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고 이제 드디어 객실 키를 받았다.
이제 한 숨 돌리나 싶었더니, 이제 시작이었다.
Brand Experience는 브랜드에서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경험을 뜻한다. 호텔로 치면 호텔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객실에서 지내고 체크아웃하여 다시 호텔 밖으로 나가는 그 모든 순간들의 경험.
호텔이란 공간 하나에서 먹고, 자고, 마시며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즉 Total Experience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숙객들에게 호텔은 한시적이지만 '집'이나 다름 없다. 호텔의 브랜드 경험은 마치 '집'처럼 편안하게, 안락하게,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혹스턴?
혹스턴 파리는 객실을 열자마자 인정하고야 말았다.
'그래 너네 브랜딩 제대로 하는구나.. 너네 다 해...!'
객실키를 꼽고 들어가는 순간 객실 안에 비치되어 있는 스피커에선 힙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그 음악은 객실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영상 속에 제대로 소리가 담기지 않아서 아쉽)
이 또한 새롭게 와닿았다. 음악과 함께 투숙객을 맞이하다니, 이렇게 살아있는 디테일들이 혹스턴에 대한 브랜드를 더욱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들은 변태가 분명하다.
또한 객실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감탄을 금치못한다. 순간적으로
'아 난 디자인 접어야 겠다'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흑)
혹스턴 파리엔 총 4가지 객실타입이 있는데 객실의 이름마저 센스가 돋보인다.
직관적이고 위트가 느껴지는 객실의 이름들과 그 아래 괄호로 아주 간단하게 방의 크기까지 비교해주는 이 세심함... 보통은 몇 평으로 수치화되서 보여주지만 사실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 이상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그래서 다소 추상적일 순 있지만 오히려 더욱 와닿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혹스턴 파리 브랜드 디자이너는 정말... 디테일 변태가 분명하다)
내가 묵었던 객실 타입은 'cosy'인데 cosy는 '안락한, 아늑한' 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놀랍게도 그 단어 그대로 안락하게 느껴진다.
혹스턴 파리의 디테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객실 내에 전실거울을 비치하여 나의 스타일을 한 번 더 신경 쓸 수 있게 도와주며 전체적으로 브라운과 화이트 톤으로 맞춰진 객실 내에 눈에 확 들어오는 민트 컬러의 전화기를 배치하여 언제든지 필요할 때 호텔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비치해 놓았다.
컬러만 가지고 이렇게 포인트를 살리며 객실 편의를 높여줄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배워가는 순간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까 위에서 이들은 '로컬리티'를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고 했다. 이들은 호텔이 호텔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역의 감성을 온전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래서,
파리의 로컬감성을 느낄 수 있을 법한 책들을 큐레이션 해 놓았다.
한 집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면 이 집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 흐름을 볼 수 있으며 현재 사회가 어떤 상황인지까지 어림잡아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객실 내의 북 큐레이션은 꽤 의미있다.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무지 호텔 또한 객실마다 객실에 걸맞는 책들이 큐레이션 되어 있어 더욱 농도 짙은 경험을 선사 한다고 한 글을 본적이 있다.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꼼꼼하게 투숙객들의 경험을 신경쓰는구나 싶었는데 막상 두 눈으로 직접 보니,
'감동이었다.'
보통의 호텔은 객실내에 패션잡지 혹은 지역관광 소개 브로셔, 호텔을 소개하는 책자들이 비치되어 있기 마련이다. 혹스턴 호텔은 그런 것을 메인으로 두기 보단 철저하게 이 투숙객이 파리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는 것을 체감 할 수 있었다.
이어서 또 다른 디테일을 발견하게 된다.
정말이지 이들은 투숙객의 행동 흐름을 철저히 분석을 한 것인지, 곳곳에 소소한 감동을 받는 디테일들을 숨겨놓았다.
세상에나, 룸서비스 메뉴판과, 메모를 할 수 있는 수첩 그리고 미니맵까지 이렇게 디자인이 '혹스턴!'을 외치고 있다. 이렇게 감각적으로 이런 부분까지 신경 쓴 호텔이란 사실상 흔치 않다. 혹스턴은 PB상품을 내세워도 될정도이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역시, PB 상품도 있었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투숙객들이 뭘 찾는지 꿰차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알고리즘 차트표 처럼 생긴 곳을 보면 '짭짜름 한게 땡길 때', '단게 땡길 때' 아니면 '목마를 때'로 구분을 지어놓고 투숙객 스스로 어떻게 대처를 해야하는지 아주 위트 있게 풀어놓았다. (이런 표현 잘 안쓰지만.. 정말 혹스턴은 개구쟁이이다)
이제 혹스턴을 평생 잊을 수 없게 해준 디테일이 남았다.
바로 '조식봉투(?!)' 이다. 조식봉투가 뭔 소리냐 할 수 있다.
잠들기 전에 몇 명이 먹을 건지, 몇 시에 조식을 전달 받고 싶은지 체크를 하고
귀엽게 객실 현관문 문고리에 걸어놓고 잔 다음 아침에 일어나면!
이렇게 다음날 나의 아침을 맞이한다.
그 와중에 봉투 패키지 디자인은 왜 이렇게 감각적이며 심지어 격자무늬 패턴은 침구류 패턴과 일치하여 더욱 일관된 디자인을 선보인다.
조식봉투(?!)의 끝엔 또 나를 피식하게 하는 멘트가 적혀있다. 조식봉투로 '전달한 조식이 부족할 경우 호텔의 레스토랑으로 와서 더욱 신선한 커피, 쥬스와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 라는 멘트를 남겨놓아 조식이 부족하다고 느껴졌을 때의 행동 강령까지 적어 투숙객들에게 대안책까지 제시를 해놨다.
정말, 투숙객은 그저 집처럼 편안하게 먹고,마시고,즐기는 것에만 집중 할 수 있게 혹스턴 파리는 항상 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여 혹스턴에 대한 브랜드 인지가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나의 시각을 즐겁게 해주며,
투숙객을 세심하게 고려한 흔적이 느껴지는 디테일들.
이 모든 경험들이 합쳐져 혹스턴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으니...
로비부터 객실을 처음 마주하는 그 순간까지 감각적인 디자인에 현혹되어 있던 와중, 불편한 요소들이 하나 둘 씩 발견되기 시작했다. 브랜드 경험이란 고객이 브랜드를 오감을 활용하여 느끼는 총체적인 경험을 의미하는데 시각적인 디자인부터 해서 사용성까지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서 하나의 브랜드 '경험'이 완성된다.
파리를 '여행' 온 사람으로써 3박을 혹스턴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생활적인 측면에서 사용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들이 있었다.
어쩌면 치명인 단점일 수도.
그런 의미에서 과연 혹스턴 파리는 정말 사용성 측면에서의 '디자인'이 잘 되어있는 호텔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위에서 디테일 변태라고 일장연설을 했지만
사용성 측면의 디테일은 갸우뚱 하게 된다.
보통 여행객들은 여행 기간동안 입을 수 많은 옷들을 챙겨오기도 하고 내가 머무는 도시에 필요한 옷들만 캐리어 밖으로 꺼내놓는다. 만일 여행하는 시즌이 나처럼 겨울일 경우엔 옷가지가 더욱 많아진다.
일단 아우터가 총장이 길고 부피가 크다는 점.
혹스턴엔 아우터류를 걸어놓는 옷걸이가 있긴 하지만
그 외의 옷들을 걸어서 보관할 만한 공간이 다소 부족하다.
옷이 들어가는 공간에 커피포트, 마실 음료 그리고 컵이 비치 되어있어
사실상 티셔츠나 셔츠류 외엔 보관하기 힘들다. 하루 잠시 머물다 가는 투숙객이라면 크게 영향을 받진 않을 수 있지만 장기 투숙을 하는 관점에선 이 부분은 살짝 아쉬운 점이 있었다.
(또한 호텔 가운도 없다는 사실)
샤워부스를 보자마자 '와우' 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왜냐면 너무 예쁘니까!!!
하지만 샤워를 하러 샤워기를 켰을 때 예쁘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우선 수압이 강한편이 아니였으며 샤워기를 거는 샤워기 행거가 힘이 약해 샤워기를 걸어놨을 때 고정이 되지 않고 고개를 아래로 떨군다.
(물론 객실마다 편차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또한 뽑기 실패인가..)
'형태는 기능을 따르는 것'이 아닌 '기능이 형태를 따른'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또한 어느 방향의 레버를 돌려야 샤워기가 나오는지 아니면 머리 위에서 물이 떨어지는지
매번 팔을 길게 쭉 뻗고 테스트 해야하는 스릴이 있다. 레버 근처에 작은 픽토그램이라도 있었으면 뜻 밖에 폭풍 샤워를 해야하는 사태를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그리고 샤워기 목이 너무 휘어져 있어 물의 방향을 조절하는데 적응이 필요하다.
예쁜건 좋았지만 사용성 측면에서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되는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사진으로 담진 못했지만
샤워부스와 화장실 사이에 일종의 작은 '턱' 같은게 존재 하질 않아 샤워부스 문을 조금이라도 열면
샤워부스 안에 있는 물들이 고스란히 화장실 쪽으로 흘러나가 뜻밖의 워터파크를 체험 할 수 있다.
보통의 4성급 이상 혹은 그 이상의 럭셔리 호텔들은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물흡착제가 깔려있거나 아주 약간의 턱을 만들어 물이 화장실 쪽으로 세어나가지 않게 설계를 한다.
이런 작은 사소한 디테일들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세탁 가격표를 못찍었다니!!)
장기여행자들의 경우 에어비엔비나 민박시설이 아닌 이상 세탁을 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호텔로 오면 Laundry Service를 이용하기 마련이다. 그 동안 호텔에서 어지간한 가격이면 세탁을 맡겨왔다. 하지만 혹스턴 파리의 Laundry 가격표를 보고 '셀프 빨래를 하자' 라고 맘 먹게 되었다.
예를 들면 속옷류, 티셔츠류만 해도 1~2만원 꼴이 었으니 셔츠, 원피스와 그 이상의 의류들은 말 다했다.
가격표를 보고 놀란 마음
객실 창을 바라보며 혹스턴 파리의 바깥 풍경을 지긋이 보고있으면 놀란 마음을 다시 추스릴 수 있다.
혹스턴 파리는 분명 대단한 호텔임은 사실이다.
기존의 폐쇄적인 호텔을 투숙객과 방문자의 경계를 허물고 지역 로컬들이 누구나 맘 편히 와서 일을 하고 차를 한 잔 마시며 식사까지 하고 가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 공간. 그리고 호텔에 co-working space의 개념을 도입한 최초의 부티크 호텔.
지역과 다소 동떨어진 천편일률적인 디자인과 브랜딩을 내세운 기존 호텔과는 달리
혹스턴의 대표적인 브랜드 전략인 '로컬리티'의 중요성을 내새워 투숙객들이 진정한 파리를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으며 공간에 들어왔단 이유 하나만으로 '나도 파리지앵'이 될 수 있다.
또한 로컬리티를 중요시 여기는 사례는 아래와 같다
"데일리 웰니스 클래스(혹스턴 시카고), 포틀랜드 출신 연주자 브렌트 폴리스가 진행하는 재즈 나이트(혹스턴 포틀랜드), 디자인 브랜드 헤이Hay와 진행하는 크리스마스 팝업 숍 ‘헤이 앳 더 혹스Hay at The Hox’(혹스턴 시카고), 전설적인 모타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모타운 틸 미드나이트Motown Till Midnight(혹스턴 런던 홀번) 등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글 발췌 : 신세계 Villiv)
이렇게 일관되게 브랜드를 운영하고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심어주는 혹스턴의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호텔은 기본적으로 하루를 '편하게 묵고 가는 곳'이다.
정작 투숙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객실 내에서의 사용성은
그들의 브랜드 경험 설계하는 실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물론 이번 혹스턴 파리 글은 cosy room을 기준으로 작성하고 있다)
문을 열고 체크인 하는 순간부터 체크아웃 하고 문을 열고 나가는 그 모든 순간 하나 하나가
혹스턴의 브랜드 경험이다.
개인적으로 혹스턴의 브랜드 경험을 한 줄 요약 하자면 '감각적으로 불편한 호텔' 이다.
그렇다면 혹스턴 파리는
과연 디자인이 잘 되었다고 봐야할까
아니면 그렇지 못하다고 봐야할까
각자 디자인을 어떻게 정의를 내리고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듯 하다.
100% 완벽한 설계는 있을 수 없지만
혹스턴 파리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불편함을 뛰어넘어버렸다.
나도 저렇게 센스있는 디저인을 논리적으로 때려넣을까 라는 생각과 반성까지 하며
글을 이만 마친다.
(그래 예쁘니까 참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