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릴라 스미냑 호텔 사용법
코로나19가 이렇게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이라고 누가 알았을까..
핑크색 벚꽃 아래 나란히 앉아 맥주 한 캔 똑 따면서 이런저런 수다 삼매경에 빠져도 모자랄 판에..
외출 욕구를 억누르며 사회적 '벚꽃'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이 시점..
'그래 놀면 뭐하니, 열심히 글 쓰자'
아마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쾌청한 봄날 햇빛을 바깥이 아닌 실내 창문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다는 이 현실을 비통해할 것이다. 그러던 도중 문득 작년 이맘때쯤에 내가 뭐 했었는지 궁금해졌다. 내 아이폰 앨범을 열어 작년 오늘을 찾아봤는데... 세상에..... 열지 말았어야 했다...
작년 4월에 난 발리에서 휴가를 보내는 중이었다.
발리에선 호텔 3군데와 1곳의 에어비엔비에서 여유로움에 심취하며 휴가를 보냈었다.
코로나가 하루라도 빨리 잠잠해지길 기원하며 오늘은 당장이라도 방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애써 달래기 위해 발리 때 갔었던 호텔 3군데 중 한 군데를 먼저 이야기하려 한다. (하.. 글 쓰려고 호텔 사진 보니까 정말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 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인상 깊었던 공간들이 있을 것이다.
평상시에 보기 힘들었던 공간을 마주 했을 때의 그 신선한 충격. 나도 모르게 절로 '와~'라는 외마디를 외치며 멍하니 주변을 자꾸 두리번거리게 되는 곳.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었는지, 공간을 만든 설계자, 기획자, 디자이너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기는 그런 공간. 그리고 진짜 휴식이 뭔지 나에게 가르쳐주는 공간.
나에겐 이 곳, '알릴라 스미냑 호텔'이 이맘때쯤 자꾸만 떠오르는 그런 공간이다.
하야트 계열의 호텔 포트폴리오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알릴라. 발리의 청담동이라 불리는 '스미냑'에 위치한 알릴라 스미냑 호텔.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알릴라 스미냑은 잽으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곳이 아니다. 이들은 강력한 어퍼컷 한 방만으로 '고객'들을 놀라게 하여 강렬한 인상과 기억을 심어준다. 다녀온 지 거의 1년이 다되어 가지만 아직도 그 놀라움이 생생하다. 그 놀라움을 공유하고 싶다.
우리가 처음 보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 일지, 부정적 일지는 오직 3초 안에 결정이 난다. '3초'라는 찰나의 순간, 상대방의 몸짓, 눈짓, 말투, 옷차림 등을 보고 3초 만에 상대를 기억하거나 잊어버린다. 그래서 우린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호텔에 있어서 첫인상은 어디일까? 투숙객과 호텔이 처음 만나는 접점. 바로 '로비'이다. '로비'의 분위기와 직원의 애티튜드에 따라 그 호텔을 경험하기도 전에 이 호텔의 첫인상이 결정된다.
알릴라 스미냑은 이 3초의 원리를 알고 있었다. 필자는 호텔을 만난 지 3초가 채 안되어 이미 이 호텔 브랜드에게 반해버렸다. (사랑해요)
이보다 자신감이 느껴지는 호텔 로비가 있을까?
넌 내게 반드시 반할 것이라는 그 자신감. 내가 여태 호텔을 돌아다니며 마주했던 로비 중 가장 강렬했으며 놀랍기까지 했다. 로비의 입구를 뚫어놔 입구를 들어오는 순간 바로 앞에 보이는 푸른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로비에서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진저 향은 복잡한 머릿속을 차분히 정리해주는 듯하며, 설레기까지 한다. 바다를 등에 업고 있으니 뭔들 자신감이 안 붙을까. 호텔 로비에서 창문을 달아놔 창문으로 바다를 품기보다 창문을 아예 없애 바다를 로비에서부터 느낄 수 있게 활짝 뚫어놓은 알릴라 스미냑의 디자인 센스에 감탄 금치 못한다.
(우천 시엔 비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장치가 있다)
한창 감탄하고 있을 때면 직원분이 우리가 서있는 곳으로 진저 티와 차가운 물수건과 함께 온다.
고객이 Private 한 느낌을 받는 것은 바로 이런 순간들이다. 투숙객이 프런트 데스크로 찾아가는 게 아닌, 프런트 데스크라는 고객과 직원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직원이 프런트 데스크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다가오는 디테일. 이는 호텔 브랜드마다 상이하지만 주로 '프라이빗'을 중요시 여기는 호텔들은 이렇게 체크인을 도와준다.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건지 나에게 가르쳐준다.
처음엔 할게 얼마나 많은데 눕고 수영만 하면 좀 지루하지 않을까? 핳, 정말 작년 한 해 했던 생각 중 가장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었다. 누워있고 수영장에만 있어도 하루가 부족하다. 무엇보다 이렇게 바다를 잘 활용한 공간은 생전 처음이다. 떠나고 싶지 않았다.
우리 객실은 운 좋게 1층에 있어서 객실 베란다를 통해 걸어 나가면 정확히 12초 후, 수영장에 도착한다. 놀랍다.. 수영장을 세상 편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설계를 했다니, 점점 놀라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
(알릴라 스미냑은 무조건 1층에 객실을 잡아야 한다)
바다를 코 앞에 두고 인피티니 풀장에서 수영을 하다 쉬고 싶을 땐 선베드에 누워 맥주 한 잔 마시며 낮잠을 잔다. (선베드는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누워있다가 걷고 싶으면 바다로 나간다. 알릴라 스미냑에서 1분 거리에 해안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해안가가 아닌 프라이빗한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 느낌. 정말 놀랍지 않은가!!
일에 대한 생각에서 잠시 벗어난 적이 과연 며칠이나 될까? 바다를 보며, 프레시한 공기를 삼키며, 적당히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내려놔야 한다. 알릴라 스미냑 호텔은 우리들에게 '진정한 휴식이란,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나에게 집중하는 것'임을 은연중에 알려주는 듯하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며, 나와 내 삶에 대해 돌이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커피 그리고 맥주와 함께.
또한 알릴라 스미냑 호텔에 있는 모든 의자는 널브러지기(?!) 딱 좋은 디자인의 의자들이 비치되어 있다.
등받이보다 앉는 면적이 긴 의자들을 배치에 정말 편안하게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쉴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런 디테일을 신경 써준 이들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함을 느낀다.
앞엔 푸른 바다가 곳곳엔 녹색 자연이 펼쳐진 이 곳은 어쩌면 자연 속에 숨겨진 프라이빗한 휴식처라는 느낌마저 든다. 사람들이 여행을 간다는 것은 그 지역만의 감성, 고유한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서 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텔이 들어설 땐 투숙객들이 호텔이 세워진 '지역'을 최대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발리 하면 떼 묻지 않은 숲과 푸른 바다가 연상되기에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은 디자인으로 훌륭하게 풀어내었다.
호텔 안에 자연을 넣은 느낌 보단
자연 속에 호텔이 어우러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자연에서 파생된 내추럴한 컬러톤인 브라운과 베이지 계열의 컬러를 주로 사용하고, 건축 소재 또한 자연을 연상시키는 소재들이 활용되었다. 전체적인 톤 앤 매너가 고르게 잡혀 있어, 더욱 자연 친화적이라 느끼며 쾌적한 경험을 도와준다.
또한 발리만 가지고 있는 특유의 문화, 커뮤니티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우린 호텔에 여행 온 게 아닌, '발리'에 여행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릴라 스미냑 호텔엔 재미난 것이 있다.
발리는 인간과 신이 공존하는 섬이라 불릴 정도로 신을 모시는 크고 작은 사원들이 굉장히 많다. 심지어 집 안에도 작은 '사당'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접하지 못한 그들만의 문화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문화를 알릴라 스미냑 호텔 안에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저 사원에서 신을 모시기 위한 음식을 만드는 클래스도 있다.
이렇듯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준비되어 있다.
아침에 눈을 떠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을 먹는다면 어떨까?
Surprisingly Different
'놀라울 정도로 다른'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핵심 목표이다. 놀랍게도 이 호텔은 정말 저 한 줄의 문장으로 설명이 된다. 알릴라 스미냑 그리고 알릴라 브랜드를 '대단하다'라고 느꼈던 이유는, 저 한 줄을 그대로 공간에 반영했으며 저 한 줄을 토대로 브랜드 경험 설계에 집중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놀라울 정도로 다름'이 아니라면 혹은 이들의 철학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어떠한 기획과 아이디어도 집행하지 않을 것만 같다.
심지어, 알릴라(Alila)는 산스크리트어로 '놀라움'을 뜻하기도 한다. (크)
알릴라 스미냑의 놀라운 광경들은, 스미냑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해안가와 코 닿는 거리에 바다를 마주 보는 호텔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심지어 인피티티 풀의 수평과 해안가의 수평이 하나로 합쳐져 수영장에 있지만 바다에 있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해가 지는 아름다운 발리를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 알릴라 스미냑은 어떻게 해야 감동을 주는지 제대로 알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고객들에게 '우린 이렇게 달라 어때?' 라며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게 오직 이들만 할 수 있는 브랜딩이다.
이렇게 공간에서 주는 압도적인 놀라움도 있지만 사소한 디테일이 브랜드 경험을 더욱 완벽하게 완성한다.
발리는 지역 특성상 비가 갑자기 왔다가 그치고, 해가 쨍쨍하게 뜨는 것의 반복이다. 수영장을 다녀온 뒤 테라스 밖에 있는 선베드에 수영복과 옷가지들을 널어놓고 외출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걱정된 마음으로 저녁 늦게 객실에 들어왔는데, 선베드가 비에 젖지 않게 테라스 안쪽으로 넣어져 있었으며 옷가지와 수영복은 선베드 뒤쪽에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꾸준히 투숙객들의 편의를 관리하는 이런 사소한 디테일들 덕에 더욱 '프라이빗'하고 '서프라이즈'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들은 24/7 본인 브랜드의 철학을 고수하고 있었다.
모든 스탭이 'Surpriesingly Different'를 만들어내기 위해 손발이 척척 맞게 움직인다. 저 철학이 사람과 공간에 모두 녹아들어 있다. 보기 드문 광경이라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 온 몸으로 느꼈던 알릴라의 브랜드 경험, 알릴라니까 가능했던 브랜딩이다. 'Surprisingly Different', 오직 저 하나를 위해 브랜드의 모든 게 돌아간다.
다시 한번 '조직'의 비전과 철학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우리나라에도 저렇게 해안가를 무기 삼아 '놀라운 경험'을 주는 호텔이 들어온다면, 어느 바다에 들어서는 게 좋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