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케이프 호텔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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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국내에서 호캉스를 하러
호텔을 고를 땐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한다.
필자는 호텔을 하도 돌아다니다 보니 몇 가지로
정리가 되었다.
00. 호텔 컨셉이 흥미로운지
01. 호텔 근처에 놀고먹을 곳이 충분하게 있는지,
02. 호텔 내에서 휴식을 즐길만한 시설이 구비되어있는지,
사실 이 모든 게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호텔의 '경험'이다.
저 위의 3가지가 충족이 되면 그 호텔에서의
'경험'은 최상이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익히 사람들에게 프랑스 컨셉이 너무 잘되어 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하지만 너무 컨셉에 집중했던 탓일까, 레스케이프 호텔은 명확한 장,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씩 살펴보자!
컨셉은 '남들과 다름'을 증명한다. 즉, 다른 브랜드가 갖고 있지 않은 색다른 경험을 '투숙객'들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브랜드 경험과 인식을 심어주고 재방문을 유도한다.
그래서 컨셉은 굉장히 중요하다. 최근에 세워지고 있는 호텔들의 '컨셉'이 점점 뚜렷해져 각자만의 색깔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컨셉이 얼마큼 중요한지 체감할 수 있다.
레스케이프 호텔의 장점
왜 이런 이름을 지어놨을까?
항상 어디 호텔을 가던 이름부터 살펴본다.
호텔의 이름은 곧 호텔을 대변하고 호텔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미리
예고해주기 때문이다.
L'escape : 탈출하다.
이들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하여 무뎌진 감정과 설렘을 깨우고자 한다.
'탈출하다'의 이름에 걸맞게 로고 또한 답답해한
새장의 문이 활짝 열려있다.
마치 도시 생활에 지쳐있는 우리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색다른 일상으로 탈출할 수 있게 하겠다는 다짐이 돋보인다. 로고는 정말 직관적이며 위트 있다고 생각한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들의 고풍스러운 프랑스 컨셉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로비는 호텔의 '첫인상'이기 때문에,
호텔의 컨셉을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위의 사진만 봐도 너무 확실하게 컨셉을 전달함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체크인을 진행하고 객실로 올라가는데 이들의 고풍스러운 프랑스 컨셉질이 시작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당황했다. 정말 사방팔방 19세기 고풍스러움을 자아내는
그림들이 여기저기 걸려있으며, 심지어 안내 방송까지 한국어 다음 영어가 아닌 불어로 나온다...
(영어권 관광객들은 다소 불편해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이때 확실하게 느꼈다. '아 여기 컨셉질 제대로 하기로 작정했구나'
레스케이프 호텔은 유럽에서 가장 화려했던 시대인 '벨 에포크 시대'를 오마주 했다.
'벨 에포크 시대?' 아래의 그림을 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그림은 이 호텔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일단 아래 영상을 슬쩍 살펴보자. 이들이 투숙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싶어 했는지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참고로 필자가 묵었던 '아틀리에 스위트룸' 기준으로 서술하겠다.)
아까 잠깐 언급했던 그림들이 객실 곳곳에도 걸려있다. 최면에 걸릴 것 같다.
조금이라도 프랑스가 아니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프랑스를 강력하게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디테일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객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프랑스 어느
한 귀족의 저택 같다.
'벨 에포크 시대'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 굉장히 화려하다. 자칫 잘못하면 어지럽거나,
난해하다고 느낄 수 있다.
객실 안에선 편안하고 안락한 경험을 주는 것은
기본이기에 투숙객이
어지러움을 호소하면 안 된다.
그래서 이들은 나름의 묘안을 제시한다.
이건 철저희 의도된 설계라 생각한다.
객실 내의 경험이 안 좋으면 당연히
호텔 브랜드의 경험 자체가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자칫 어지러울 수 있는 공간에 질서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 '완벽한 대칭'
구조이다.
소름 돋는 디테일은, 소파 위에 올려진 쿠션의
위치마저 대칭구조이다.
컨셉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한, 그리고 화려함 속에서 편안함을 전달하기 위한 디테일들이 돋보인다.
(필자는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만족해한다. 핡)
레스케이프 호텔의 의도대로 고풍스러운 프랑스를 온전히 경험을 하려면 객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객실 밝기를 유지하면 된다. 객실 키를 꽂았을 때 켜지는 조명의 밝기대로 객실을 바라보면 은은한 분위기의 프랑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들이 컨셉 하나만큼은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고민을 했구나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이쯤 되면 이들의 컨셉에 취할 수밖에 없다.
사실, 컨셉을 브랜드 내부에서 정했다고 한들, 직접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컨셉은 그냥 '허수아비'로 세워놓고 컨셉대로 행동하지 않는 브랜드 또한 많다. 당장 매출 쫓기에
급급해 컨셉이 자꾸 바뀐다던가, 아니면 애초에 설계가 잘못되었거나 이다.
그만큼 컨셉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레스케이프 호텔의 최대 장점은 '컨셉 전달'을 제대로 했다는 것이다.
확실하게 차별화된 컨셉으로 레스케이프 호텔에 대한 '기억'은 뚜렷하게 남는다.
하나의 컨셉은 앞으로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심어줄 것인지 방향성을 잡아준다.
욕실에서 그 고풍스러운 프랑스를 만끽할 수 있다. 재밌는 디테일은 욕조 옆에 의자를 배치하였다는 것.
이는 마치 혼자가 아닌, 누군가는 욕조 안에서 반신욕과 차를 즐기고 그 옆에선 의자에 앉아 독서를 즐겨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어메니티는 265ml짜리 헤어&바디 샤워젤이 6만 원대인 '아틀리에 코롱' 제품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블랙 컬러의 칫솔과 핑크색 튜브 안에 담겨 있는 치약 이런 사소한 어메니티들 마저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걸맞게, 세팅해놓은 레스케이프 호텔.
그리고 기가지니와 캡슐커피 머신까지.
이렇게만 보면 레스케이프 호텔은 '완벽한 컨셉전달'에 '디테일에 신경 쓰는 꼼꼼함'을 두루 갖춘
호텔이란 생각이 들 것이다. 신세계가 독립호텔 브랜드를 만드는데 얼마큼 공을 들였는지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레스케이프는 컨셉에 너무 취한 나머지 몇 가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레스케이프 호텔의 단점
'소비자 지향적'인 제품/서비스 기획을
해야 한다고 사방팔방에서 얘기한다.
호텔은 당연히 '소비자 지향적'인 서비스를 운영한다.
투숙객이 호텔 건물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체크아웃하고 나가는 그 모든 순간이 호텔에선 '브랜드 경험'이다.
심지어 호텔은 투숙객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1박 이상을 머물며 오감으로 브랜드를 느낀다.
그렇기에 투숙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최대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레스케이프는 컨셉에 너무 집중한 탓일까,
몇 가지 당연한 것들을 놓친 느낌을 받았다.
내국인이 호캉스 목적으로 레스케이프에 방문했을 땐 크게 문제가 안된다.
그리고 레스케이프는 회현에 위치해 있고,
(2018년 중앙일보에 따르면)
동남아와 중국의 2030 세대 소비력 있는 밀레니얼 여행객들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그럼 당연히 안내 방송은 세계 공용어인 '영어'가 나와야 맞지 않았을까?
필자가 만약 불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었다면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자연광을 포기하면 이렇게 은은하고
고풍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생활을 못할 정도의 답답함은 아니다.
하지만 화려한 디자인과 가구, 카펫, 암막커튼 모두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두터운 소재로 되어 있다.
상쾌한 느낌은 아니다.
아무리 일상 속에서의 탈출이라고 한들 이건 탈출의 수준을 넘어서 또 다른 감금이지 않을까?
컨셉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객실 사용성 측면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럴 때 사실 암막 커튼을 거두면 된다.
그래서 암막커튼을 잠시 치려고 하는데...
엇 잠깐잠깐... 컨트롤러가 조금 이상하다?
보통 저렇게 돌리는 형태의 버튼들은 내가 오른쪽으로 돌리면 max로 다가가고, 왼쪽으로 돌리면 min으로 다가가는 게 정상이다.
즉 왼쪽에 (-)가 오른쪽에 (+)가 있어야 한다.
(자동차 풍량 조절기, 집에 있는 가전제품 등 모든 돌리는 버튼들을 살펴보자)
아래의 사진을 보자.
레스케이프, 반대로 되어있다.
이거 굉장히 헷갈린다.
무의식적으로 조명과 커튼을 켜기 위해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그럼 레스케이프에선 반대로 작동한다.
비주얼 디자인은 컨셉에 적절히 녹아들 수 있게 훌륭했으나, 이런 사소한 UX(사용자 경험)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 BX(브랜드 경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샤워 중 수온을 조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다.
좌측(온수), 우측(냉수) 레버를 같이 조정해야 한다.
즉, 좌측(온수)을 틀어놓고 우측(냉수) 레버를 틀어서 수온을 조절한단 얘기다.
보통 수온 조절하는 조절기 따로, 수압 조절하는 조절기 따로 분리되어야 한다.
필자가 프랑스에 살아보지 않아서 무식한 소리 할 수 있지만, 만약 이렇게 수온을 조절하는
방식이 프랑스식 감성이라고 한다면, 더욱 잘못된 설계라 생각한다. 이 호텔이 세워진 위치는 프랑스가 아닌 한국이다.
메리어트 계열의 라이즈 오토그래프와 하야트 계열의 안다즈 호텔들을 살펴보자.
둘 다 외국계 호텔 체인이다.
레스케이프 호텔, 컨셉이 훌륭한 것은 알겠다.
컨셉을 비주얼로 풀어내는 능력도 멋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투숙객들이 불편해해서는 안 되는 요소들에서 디테일이 무너져,
사용자 경험을 완전하게 놓친 기분이다.
공들여 쌓아 놓은 브랜드 경험과 인식이 이런 몇몇 불편해서는 안 되는 요소들이 생겨서 무너진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하지만 레스케이프는 기능이 형태를 따랐다.
필자 또한 디자이너라 그런지 이 부분에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인 걸 지도 모른다.
절대 콘셉트가 브랜드 경험의 전체가 될 수 없다. 더군다나 오프라인 공간에선 더더욱.
또한 공급자의 컨셉 때문에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껴선 안된다. 그건 소비자 지향적인 것이 아닌 공급자 지향적인 자세라 생각한다.
어디까지 비주얼을 뽑아내는지 자랑하고 싶었던 걸까? 컨셉에 너무 취해있었다.
호텔에서의 브랜드 경험은 객실에서 그쳐선 안된다.
호텔 내부에 휴식을 즐길만한 시설이 있는지, 호텔이 세워진 근처에 적당히 즐길 곳과, 먹을 곳이 있는지 또한 중요하다.
회현역에 있는 레스케이프.
만약 근처에 피크닉(Piknic)이 전시를 하고 있으면 슬쩍 바람 쐴 겸 다녀오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근처에서 뭔가 할만한 것이 없다. 10시 이후엔 뭐 먹고 싶어도 먹으러 나갈 곳도 없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처럼 명동이 완전 근처인 것도 아니고 신세계 본점 바로 옆이라니.
하다못해 같은 신세계 출신이니까, 객실에서 신세계 푸드를 주문할 수 있었음 어땠을까?
백화점이란 플랫폼 파워를 호텔과 엮었으면 독보적인 시너지가 났을 법하다.
안다즈 호텔만 봐도 사우나와 수영장 시설을 갖춘 상태이며, 투숙객들에겐 사우나를 무료로 풀어주는 기간이 있어 프라이빗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호텔 내부에 F&B를 취급하는 곳이 있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면, 호텔 건물 지하로 내려가면 된다.
거기엔 다양한 먹거리들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층에 위치한 '블루보틀'까지.
핵심은 호텔이 부담스러우면 다른 대안책이 있다는 것. 그리고 안다즈 호텔마저도 '합리적인 가격대'라는 것. 그리고 시간에 조금만 나가면 압구정이라는 것. 갑자기 뭐가 먹고 싶거나 심심할 때 부담 없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레스케이프 호텔 또한 '합리적인 가격'이라 주장하고 있다. 살펴보자.
레스케이프 호텔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은 SPA와 카페 그리고 도서관이다.
(피트니스는 어디 호텔을 가도 있으니 제외하겠다.)
SPA가 있어서 살펴보았다. 90분에 23만 원이다. 객실 가격과 비슷하다. 그만 살펴보기로 했다.
안다즈 또한 SPA 프로그램은 제일 저렴한 것이 40분 12만 원이다.
따지고 보면 레스케이프랑 비슷한 금액 대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영장과 사우나를 대안책으로 갈 수 있다.
레스케이프와 안다즈 Bar의 가격은 비슷하지만 안다즈의 경우 1만 원대부터 2~3만 원까지 있어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레스케이프는 2.7~2.9만 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가격 선택폭은 비교적 넓지 않다.
레스토랑도 마찬가지이다.
레스케이프의 도서관은 스위트룸 투숙객만 갈 수 있다. 필자는 스위트를 묵었지만 만약 디럭스룸에 투숙한 사람들은 정말 호텔 안에서 즐길만한 요소가 정말 없겠다 싶었다.
레스케이프가 설립 당시 아무리 동남아를 비롯한 중국/일본의 소비력이 있는 젊은 밀레니얼 여행객들이 타깃이라고 했지만,
소비력이 있다고 해서 돈을 막 쓰는 것이 아닌 오히려 더 합리적으로 잘 쓰는 타깃 군일 텐데 너무 호텔의 기준으로 '합리적인 가격'이라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타겟을 고려했을 땐 합리적이 않다.
안다즈(압구정, 하야트 계열)와 라이즈 오토그래프(홍대, 메리어트 계열))만 놓고 보면 그들은 호텔이 세워진 그 지역에 동화되고자 했고 그 지역 다움을 경험할 수 있게 경험 설계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번 그 지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땐 그곳으로 가면 된다. 또 즐거울 거니까.
레스케이프는 도심에서 너무 탈출했다.
로컬리티가 없는 테마파크 느낌에 가까웠다.
콘셉트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주변을 고려하지 못한 듯하다.
컨셉까진 정말 너무 훌륭했다. 그 컨셉을 풀어낸 디자인마저 손뼉 치고 싶다.
하지만 본질적인 경험 설계는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레스케이프가 재방문율을 높이려면
호텔 안에서 즐길 만한 무언가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삶이 지쳐 도심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직장인들과 레스케이프가 잠시나마 함께 탈출할 수 있는 무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