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파예트와 봉마르셰 | 같은듯 다른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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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가 너무 달라 구경하는 내내 재밌었던 라파예트와 봉마르셰.
이 방식의 차이가 백화점의 브랜딩과도 이어진다.
과연 이 두 브랜드는 어떻게 다르며 각각 어떤 브랜딩을 하고 있을까?
올해 연말은 유럽 여행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크리스마스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었다는 것!
생각만 하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번에 2번째인 파리.
파리는 예술, 디자인 분야로 관찰할 것들이 너무 많았기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기에도 정신이 없었지만
온 거리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며 길거리만 돌아다녀도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해지는 것이 정말 크리스마스 같았다.
파리 하면 빠질 수 없는 또 하나, 바로 '쇼핑'
그래서 가볍게(?!) 구경 및 (쇼핑)을 할 겸 솔직히 관찰기 쓸 생각 없이 봉마르셰와 라파예트를 방문했지만..
어머나.. 세상에.. 공간 맛집이 여깄었네
이건 꼭 글로 써야 한다.
우리나라의 신세계나 롯데백화점은 사실 몸으로 체감할 정도로 큰 차이를 느끼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하지만 봉마르셰와 라파예트는 각자의 고유한 브랜딩으로 완전하게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과연 어떻게 다를까
벌써부터 너무 흥미롭다! (두근)
우선 백화점에 출입하는 순간 크리스마스 디피(디스플레이)에 깜짝 놀란다.
이걸 보기 위해서라도 백화점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압도적인 분위기로 공간을 연출하여 방문객들의 입에서 '우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서 재밌는 관전 포인트는,
같은 크리스마스라도 라파예트와 봉마스셰가 크리스마스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가 브랜딩의 차이로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연간 3,700만 명이 오고 가는 라파예트는 1912년에 세상에 탄생했고 봉마르셰보다 백화점 60년 후배이다.
라파예트는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백화점의 분위기를 고객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탈바꿈시켰다.
라파예트 또한 봉마르셰와 마찬가지로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기에 아티스트들에게 전폭적인 후원과 지지를 한다. 또한 백화점 한가운데에 매번 각기 다른 조형물을 설치하여 화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위의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만 봐도 감이 잡힐 것이다.)
라파예트는 아예 조형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실내 전망대까지 설치해 수많은 관광객들의 포토존을 형성했다.
포토존으로 가기 위해선 라파예트를 둘러보면서 올라가기에,
이미 고객들의 머릿속엔 라파예트가 무의식적으로 각인이 되었을 것이다. (역시 아주 전략적이었어)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라파예트는 전례 없었던 브랜딩을 통한 뛰어난 아이덴티티를 고객들에게 제공하여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구경'하러 올 수 있게 만든다. 그 결정적인 한방이 있었으니,
바로 전망대!
정말 '파리'라는 도시를 제대로 활용하는 라파예트.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전망대에 작은 아이스링크장을 설치해놨다는 것이다.
이런 요소 하나하나가 단순 돈을 소비하는 공간을 넘어서 '시간을 행복하게 소비하는 공간'으로 고객들에게 인식을 시켜 무의식적으로 '라파예트에서의 경험'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만들어 나간다 생각한다.
가만 보면 같은 라파예트이지만 사용하고 있는 로고가 다르다.
우측에 있는 라파예트가 조금 더 현대적이고 모던하며 심지 언 첨단스럽기까지 하다.
과연 이 두 로고가 다른 이유는 뭘까?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을 베이스로 다양한 라파예트가 전 세계 곳곳에 있다.
하지만 최근 라파예트는 '디지털'을 강조하며 '쇼핑 편의'와 '유통업계의 첨단화'를 외치고 있다.
(그래서 라파예트 샹젤리제의 로고가 이런 철학을 담고 있지 않을까?)
이들이 주장하는 디지털과 쇼핑 편의가 하나로 합쳐지니
정말 색다른 경험이 펼쳐졌다.
라파예트는 디지털이 완전하게 사람을 대체하지 않으며 디지털과 쇼핑 경험은 서로 상호 보완적이다 라고 설명한다. 라파예트 샹젤리제는 단순히 사방팔방 '디지털화' 된 공간이 아니다.
하지만 백화점 곳곳에서 디지털화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전 직원이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다던지,
피팅룸 앞에 터치스크린이 붙어 있어 있다던지 등.
평소에 '아~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는데~' 했던 불편 요소들을 디지털로 해결해버렸다.
그중 내가 충격받았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 하나만으로도 이들이 얼마큼 '고객지향적'인 생각을 하는지 느낄 수 있다...
사이즈가 있는지 매번 종업원 부르기도 번거롭고 종업원이 없을 경우도 있는데
맙소사... 이걸 옷걸이가 설명해준다.... 심지어 터치까지 된다...
(스마트폰 첨본 사람처럼 이 옷걸이를 계속 만지작거림)
이 옷걸이 하나로 사이즈 재고와 가격까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쇼핑하는 고객 입장에선 더군다나 관광객들에겐 더욱 좋은 쇼핑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이들의 멤버십 가입 유도 방식이 재밌다.
파리는 기본적으로 할인의 폭이 최소 30%에서 많게는 70%까지 쿨하게 때려버린다.
근데 이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그렇다, 멤버십 가입을 해야 한다.
하지만 멤버십 가입이라고 하면 종이에 뭔가 쓴다던가 아니면 스크린에 수많은 인풋 박스 (정보 입력란)을 보면 귀찮아 죽을 것 같아서 한 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봤을 땐 라파예트는 그 포인트를 간파했다. 왜냐... 얘네들의 멤버십 가입 절차는 마치 채팅을 하는 UI로 챗봇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필요한 정보를 몇 번의 클릭만으로 다 받아낸다.
사실 받아내는 개인정보의 양은 비슷하겠지만, 내가 입력할 정보를 한 번에 다 알려줘 압박을 느끼는 것보단 차근차근 압박을 받지 않게 진행하는 이들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로 놀라운 것은
아이템별로, 가격별로만 상품들을 모아놨다.
보통은 남성관, 여성관으로 나눈 후 그 안에 브랜드들의 매장이 들어선다. 하지만 라파예트 샹젤리제는 다르다.
가령, 신발을 사고 싶으면 온갖 신발 브랜드들이 한눈에 보였으면 좋겠고, 가격별로 분류가 되어 있으면 더욱 쇼핑하기에 편하지 않을까? 그렇다. 라파예트 샹젤리제는 이렇게 되어있다..
초대형 편집 매장이다 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우리가 온라인으로 쇼핑할 땐 신발 사고 싶으면 신발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온갖 신발들을 다 구경하지 않던가?
그 경험을 그대로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들이 그들이 말한 디지털화와 쇼핑 편의를 합쳐놓은 작품이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 백화점은 이벤트 홀에 기획전으로 풀거나 층마다 작게 유사 카테고리로 묶어서 큐레이션을 하지만 애네는 건물 전체가 카테고리별로 아이템을 분류하여 쇼핑 편의를 높여준다.)
그리고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여긴 브랜드 단독 매장이 없다. 라파예트 샹젤리제 들어오는 입구에 단독 브랜드 매장이 딱 1개 있다. 그건 뭐냐, 라파예트 샹젤리제가 돈을 받고 딱 1군데에만 단독 매장을 열어준다. 그 말인즉슨 그 자리는 곳 엄청난 광고효과를 발휘한다는 것. 내가 갔을 땐 몽클레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라파예트 샹젤리제의 BM 설계에 박수를 친다~!!)
오프라인 공간에 디지털을 적재적소에 도입하여 쇼핑 편의를 높여주고
카테고리 및 금액별로 큐레이션 하여 쇼핑 편의를 두 번 높여주고
통 큰 할인율과 파리에서 무려 밤 11시 30분까지 하는 이 곳.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며 백화점을 놀이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과
쇼핑 편의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철저하게 '고객지향적'인 라파예트 샹젤리제.
전통과 현대의 모습을 모두 잡아버리는 이들의 브랜딩 방식. 정말 배울게 많은 공간임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봉마르셰는 어떨까?
라파예트보다 60년 선배인 봉마르셰. 파리 그리고 세계 최초의 백화점의 위엄을 보여준다.
봉마르셰는 백화점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최초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씩 뜯어서 살펴보자.
봉마르셰는
'The Good Market', 'The Good Deal' 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이름이 적합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봉마르셰는 최초로 부르는 게 값이었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피해보지 않기 위해 '가격 정찰제'를 시행하고, '마진 남기는 것을 줄여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 '상품 교환/반품 가능', '시즈널 세일', '콘서트', '집으로 배달', 'mail 주문'을 시행했으며, 가장 눈에 띄는 것은'쇼핑을 기다리는 남편들을 위한 서재(Reading Room)'이다. (이 때도 남자들은 쇼핑을 귀찮아했던 것인가...)
마지막으로 건물 외부로 상품을 진열해 지나가던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쇼윈도'의 시초이기도 하다. (아래 영상 클릭)
콘서트와 독서실을 만들어 놓은 것만 봐도 이미, 단순한 소비공간에 그치는 공간이 아닌 문화/예술을 이끌어가는 복합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 1.9. 세. 기. 에)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의 시초가
바로 '봉마르셰'이다.
봉마르셰가 독보적으로 급부상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LVMH가 봉마르셰를 인수한 것!
인수 직후 리브랜딩을 통해 봉마르셰는 파리에서 가장 독보적인 백화점, 트렌디와 전통의 콤비, 따뜻하고 친절함 그리고 엘레강스한 곳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봉마르셰를 살펴보면 모든 공간이 철저하게 일관된 톤 앤 매너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아주 간단한 에시를 들면 두 눈을 가리고 우리나라 백화점에 들어 간 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여기가 '신세계'인지 '롯데'인지 맞춰봐라 라고 한다면 맞출 수 있을까?
라파예트도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듯 봉마르셰는 '농도 짙은 우아함 속에서 튀지 않는 트렌디함'을 보여주고 있다. 즉 공간만 들어서도 '아 내가 봉마르셰에 있구나'를 지속적으로 인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 안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수많은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브랜드마다 고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의 성향을 반영한 단독 매장을 배치하기도 한다. 그렇게 될 경우 백화점의 정체성이 흐려져 자칫 '도떼기 시장'이 되어 버릴 수 있다.
백화점은 플랫폼이기에 브랜드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받아주되,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혼란을 주지 않는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 (쉽지 않다 정말로, 양면시장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역시, 봉마르셰는 아주 일관된 디자인으로 차분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봉마르셰 다움'을 보여주었다.
개성들이 강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해치지 않으며 심지 언 봉마르셰와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있었다. (도대체 VMD들의 실력 무엇)
사실 이건 꽤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한다.
플랫폼 파워가 강할수록 공급자들이 무분별하게 자신들의 색을 주장하는 것을 통제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그만큼 공급자들에겐 셀링파워가 생기는 것이니 양면시장을 모두 잡게 된다. 그렇기에 플랫폼의 기준에 따르고 어느 정도 질서가 필요한 것이다.
그 질서를 잡아주는 것이 바로 '브랜딩'이다.
봉마르셰는 마치 교과서 같았다.
르 봉마르셰는 사람들이 쇼핑만 하러 오는 곳이 아닌, 항상 궁금해하며 열망하게 만드는 곳이다.
그렇기에 아방가르드부터 현대까지에 이르는 다양한 예술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회화, 사진, 조각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1999년 이후부턴 글로벌 Young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있다.
심지 언 봉마르셰 안에 아트투어가 있을 정도면 말 다했다.
봉마르셰는 매년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를 초대해 자유롭게 자신들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게 지지한다. (와우 역시 예술이 밥 먹여 준다)
그렇기에 매번 색다른 작품들이 봉마르셰를 장식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금은 크리스마스트리가 공중에 매달려있었지만 다음번에 갔을 때 어떤 작품들이 전시 중일 지 기대된다.
그 외에도 봉마르셰 식품관에 대응하는 라파예트의 식품 라인(?!)인 EATALY을 비교하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이번 파리 여행 때는 EATALY를 못 들어가 봤기 때문에 비교를 할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이브부터 가게들이 일찍 셔터 내림...)
이렇게 백화점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는 같지만 서로 다른 색을 가지고 있는 라파예트와 봉마르셰.
이렇게 백화점(오프라인)도 본인들의 철학과 생각을 토대로 브랜딩을 전개한다. 그래서 각 백화점마다 뚜렷한 인상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 백화점들도 각자 브랜드마다 명확한 차별성을 보여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화와 리테일 혁신을 꿈꾸는 라파예트와 깊이 있는 우아함을 풍기는 봉마르셰는
마치 사이좋은 선배와 후배의 끊임없는 경쟁이 될 듯하여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p.s 라파예트 샹젤리제는 12월부터 세일, 봉마르셰는 1월부터 세일이래요! 소곤소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