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나 리조트&스파 발리 사용법
오잉? 객실 사진 찍는게 왜 베터리 낭비지?
제목을 보고 의아해서 지금 제 글을 읽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 호텔&리조트만큼은 객실 사진을 찍으면 스마트폰 배터리 낭비입니다. 왤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느꼈습니다. '이 호텔 객실사진이 하나도 없구나'라는 것을.
보통 우리가 호텔을 가게 되면 가장 먼저 뭘 하나요? 새로운 공간에 왔다는 설레는 감정 덕에
객실 키로 객실 문을 덜컥 열고 들어가자마자 동시에 카메라를 켭니다. 그러곤 약 30분 동안 객실 사진 찍는데 심혈을 기울이죠.
객실 사진을 예쁘게 잘 찍어서 누구한테 파는 건 아니지만, 지금 나의 소중한 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 발리 짐바란에 위치한 아야나는 객실 사진 찍으면 배터리 낭비입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아야나 리조트로 검색을 해보면 '인기 게시물'에서 객실 사진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왜 그런지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시면 이해가 갈 겁니다.
이 리조트는 큽니다. 진짜 정말 큽니다. 체크인 하고 직원이 객실까지 에스코트 안해주면 절대 혼자서
찾아 갈 수 없습니다. '에이 오바하는거 아니냐?' 할 수 있습니다. 객실 안에 들어가면 아야나 리조트 전체 지도가 놓여져 있습니다. 이 정도면 저 뿐만 아닌 다른 투숙객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이었겠죠?
심지어 그 지도를 살펴보면 동공지진이 옵니다. 왜냐면, 리조트 안에서 즐길 거리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우리가 발리에서 한달 사는 것이면 모를까, 시간과 돈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고, 이왕 온거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것 저것 다 해보 싶은 우리네 마음. 선택지가 많아서 겁 먹습니다. 다 못 할 까봐.
아야나 리조트는 마치 서울대학교 서울 캠퍼스처럼 어디로 이동을 하려면 셔틀버스는 필수 입니다. 대략적으로 크기가 가늠이 되죠.
더 큰 문제는 건물마다 컨셉과 테마가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가령, 난 오늘 평온하게 스파와 마사지를 받고 싶다. 그러면 거기에 해당하는 건물로 셔틀을 타고 3-5분 정도 이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난 바닷가 근처에 가서 선베드에 누워 하루종일 칵테일이나 기울이며 신선놀음을 하고 싶다 그러면 셔틀타고 5-10분 정도 이동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야나 리조트가 소유하고 있는 프라이빗 비치에 도착하게 되죠.
그리고 본관으로 추정되는 건물엔 각종 야외 레스토랑과 풀장 그리고 아야나에서 가장 유명한 '락 바'라는 레스토랑&바로 갈 수 있습니다.
아직 이렇게 글로만 봤을 땐 뭐가 뭔지 크게 공감이 안되실 수 있습니다.
걱정마세요. 차근차근 설명드릴께요.
01.
우리가 핸드폰을 바로 꺼내들어 셔터음을 울리는 순간은,
우리가 익숙하지 않던 무언가가 눈 앞에 펼쳐질 때
그리고 딱 봐도 예쁠 때 입니다.
아야나는 둘 다 해당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거
인스타그램에 #아야나리조트 라고 하면 저 장소의 사진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심지언 저 수영장 하나를 위해 사람들이 아야나 리조트를 방문합니다.
오죽 사람들이 저기서 사진을 찍어대서 그런지, 사진 촬영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찰칵 찰칵 거리는 셔터음 소리 때문에 정말 온전하게 쉬러 온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기 떄문이죠.
촬영시간 제한을 둔 아야나의 결정을 보고, 오히려 사진을 더 찍게 독려하여 저절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지만, 아야나는 정말 '휴식'에 집중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멋집니다. 사실 이게 맞죠.
어쩌면, 너네가 여기서 사직찍으라고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 아니야! 라고 말해주는 듯 합니다.
우리가 '대림미술관' 혹은 '디뮤지엄'을 떠올려 보면 바로 느낌이 옵니다. '전시를 보러 온것 인가?', '사진을 찍으러 온것 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저 마저, 카메라를 들어 사방팔방 찍어댔습니다.. 좋은 건 나누고 싶고 알리고 싶고 공유하고 싶은 본능 때문인가 봅니다.
여기뿐만이 아닙니다. 아야나 리조트 내에 수영장들이 곳곳에 각기 다른 컨셉으로 숨어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귀엽게 '알집' 처럼 생긴 곳에서 이런 수영장을 만끽할 수도 있죠. 이 역시 익숙치 않은 광경이기에 카메라를 꺼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02.
그리고 우리 눈에 익숙치 않은 곳이 또 있습니다.
음, 지금부턴 약간의 상상이 필요합니다.
"물 맑은 동해안으로 왔습니다. 동해안에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칵테일 한 잔과 멜론 프로스토와 같은 안주로 식욕을 돋구어 줍니다. 이 모든 걸 '바다' 근처가 아닌 '바다 위'에서 한다면 어떨거 같나요?"
아야나에 있는 '락 바' 라는 곳에선 현실로 이뤄집니다. 그 느낌은 정말 소름 돋습니다. 익숙치 않아요.
그래서 더 새롭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일몰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사전에 아야나 '락 바'를 예약한 사람들이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쯤, 하나 둘 씩 락바로 모여듭니다.
락바에서 모든 일몰이 그렇게 절경이라고 소문이 자자해서 그런 듯 합니다.
약 1시간 정도 미리 와서 자리를 잡은 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1시간 정도 일찍 와야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wow'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에서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뭐지? 하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제 눈앞에 이런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사진 보정 할 필요 없어요. 그냥 찍으면 됩니다. 이때 당시 제 휴대폰은 심지어 아이폰7 이었습니다. 정말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바다 '근처'에서 보는 일몰과 바다 '위'에서 보는 일몰은 경험 자체가 달랐습니다. VR게임을 하는 느낌처럼 현실적인듯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입니다.
일단 평생 간직하고 싶으니 카메라를 키고 셔터를 누릅니다.
그리고 만약 락바에서만 이런 절경을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야나 리조트는 정말 발칙합니다.
락 바보다 더욱 바다와 가깝게 느끼고 싶으신 분들이 있을거라 직감적으로 예측을 한 건지 이런 레스토랑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들의 상상력과 자연을 이렇게나 조화롭게 활용할 줄 아는 이들의 센스.
아야나 리조트를 기획한 사람들은 '잘 노는' 사람이 분명 합니다.
03.
아직 '낯섬'에 익숙하기엔 너무 이릅니다. 아야나는 정말 크다고 아까 말씀드렸습니다.
'프라이빗 비치' 라는 개념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생소하죠. 저도 발리에서 처음 알게 된 개념입니다.
프라이빗 비치 :
해외에서는 사유권이 인정된 전용 비치를 말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비치의 사유권은 인정되고 있지 않다. 보통 독점적으로 해안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고 프라이빗화한 비치를 이렇게 부르고 있다.
-토목용어 사전-
쉽게 말하면, 아야나의 프라이빗 비치는 '아야나가 가지고 있는, 아야나 투숙객들만 갈 수 있는 비치이다.' 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세상에... 너무 생소한 개념이라 얼른 프라이빗 비치를 가보고 싶더군요.
해변이라 하면 '개방적인' 느낌이 강해서 절대 '프라이빗'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프라이빗 비치를 생소하게 느끼는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면 뭘까요?
우린 프라이빗함에 익숙하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생활 중시, 나만의 삶, 나만의 개성을 주장하며 프라이빗을 주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남의 눈치를 많이 보며 남들이 하는 것을 안하면 불안함을 느끼며 개성을 주장했지만 남들과 같은 행동, 같은 복장, 같은 말투를 쓰고 있진 않은지. 생각보다 프라이빗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프라이빗 비치에서 '프라이빗' 이란 말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진다 생각합니다.
잠깐. 이 광경을 보기 전에 거쳐야할 관문이 하나 있습니다. 더욱 프라이빗함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위에서 한 번 언급 했던 셔틀 버스를 타고 아야나 리조트의 끝자락으로 갑니다. 본관기준으로 한 10분정도 가면 됩니다. 그 사이에 길거리엔 원숭이들이 거닐고 있습니다. 정말 여긴....
그러다 기사님께서 도착했다고 내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내렸을 땐 비치는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눈앞엔 이런 것만 보입니다.
어떤가요? 카메라 바로 들어야 할 거 같지 않나요? 절벽과 바다 그리고 그 위에 얹어진 빌라들.
이런 뷰를 한국에서 보기 쉽지 않아서 인지 낯선 새로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린 저기 절벽 아래에
보이는 모래사장으로 내려갈겁니다.
그리고 프라이빗 비치의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그것도 엄청 10분 안에 말이죠.
왜냐면 일단 우리가 생각하는 해변은 보통 광안리, 해운대, 경포대 이런 곳들이죠. 그 곳들도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가요? 말도 안되게 몰린 인파와 온갖 쓰레기 더미들 이지 않던가요?
해변가가 프라이빗하면 정말 휴식의 질이 높아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왁자지껄 하지 않습니다.
북적북적 거리지도 않구요. 들리는거라곤 파도소리와 바람소리 뿐입니다. 아야나 스탭이 항시 대기 중이어서 뭔가 마시고 싶으면, 손만 들면 됩니다.
현실 세계에 천국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실 저 날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귀국날이 었는데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여권 찢을까 말까.
그리고 프라이빗 비치에서 연결되어 있는 '프라이빗 비치 클럽' 또 장관입니다. 이쯤 되면 카메라를 하도 키고 끄고 했더니 베터리가 꺼지기 직전입니다. 하지만 프라이빗 비치 클럽을 보는 순간,
'그래 마지막으로 불 태우자'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절벽 끝에 있는 길을 따라 점점 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이미 길 부터가 굉장히 프라이빗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야나 투숙객 아니면 여길 알 수가 없죠.
그렇게 10분 정도를 걸어갑니다.
그럼 여기 바다를 정면으로 향해 있는 오두막에 들어가 누워있으면 됩니다. 배가 고팠던 나머지 나시고랭을 시켜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프라이빗 비치는 '개념'부터 실제로 우리가 마주했던 모든 공간들이 '생소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꺼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가요?
제가 왜 객실 사진을 찍기엔 베터리가 아깝다고 했는지 조금 납득이 가시나요?
놀랍게도 더 많은 공간들과 더 많은 사진들이 쌓여있는데 여기에 다 풀 수 없었습니다.
브런치 글이 너무 장황해져서 읽는 구독자 분들께서 지쳐하실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중에 코로나가 풀리고 해외여행을 맘편히 다시 갈 수 있는 그 날이 오면, 직접 눈으로 보시는게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호텔들의 경운, 특히 경인지역, 서울지역에 있는 호텔들은 즐길거리를 외부로 돌리기엔 지리적 한계가 너무 큽니다. 그래서 호텔의 내부에 집중을 하죠. 이는 당연한 사고방식입니다. 그래서 국내 호텔들을 보면 예쁜 객실 사진이 대부분이거나, 객실 안에서 뭔가 이벤트를 연다거나, 건물 안의 수영장 사진들 뿐입니다.
건물 밖으로 나갈 일이 없죠. 호텔 내에서 체류시간을 늘려야 호텔에 대한 경험 자체가 좋아지고 이는 재방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아야나의 전략은 이와 정 반대입니다. 객실은 솔직히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그래도 불만이 없습니다.
왜냐, 밖에서 볼 거리, 놀 거리가 너무 많다 보니 객실은 정말 잠만 자고 내일 놀기 위해 충전을 해야하기 때문이죠. 아야나는 사람들이 어느 포인트에서 카메라를 꺼내드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
생소한 것, 그리고 예쁜 것.
이 3박자가 하나로 어우러지면, 사람들은 저절로 카메라를 꺼내 들게 됩니다. 그리고 공유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아야나 리조트가 그렇게 한 것 처럼 말이죠.
만일 제 글을 읽고 아야나 리조트를 방문을 하신다면 여러분들의 스마트폰 베터리는 제가 아껴드린겁니다. 우선 저기 01번 부터 03번까지만 가도 성공적인 아야나 라이프를 즐길 수 있기 떄문이죠. 객실에 반하기 보단, 객실 밖으로 나오셔야 합니다. 더 크게 반할 수 있습니다.
호텔 방 사진 찍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