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시티 호텔 투숙기
작년 10월쯤이었을 거다.
미술 전시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인천에 어느 한 미술관에서 재미난 전시를 한다는 소식을
인스타로 알게 되었다. 뭔가 현대적이면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 전시. 너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바로 인천으로 향했다.
그렇게 40분쯤 넘게 달렸을까? 내비게이션은 어떤 커다란 건물 안으로 안내했고 그렇게 주차를 했다.
어 근데... 미술관치곤 너무 큰 거 같다. 이상하다.
이거 뭐지? 하고 1층으로 올라가는 순간 알았다.
그 미술관은 바로 호텔 안에 있는 미술관이었다. 그리고 굉장히 컸다. 길을 잃었다.
무슨 호텔 안에 레스토랑이 몇 개씩 들어가 있고
테마파크와 수영장, 찜질방이 있으며 심지어 미술관까지 있을까?
심상치 않다. 이 공간을 낱낱이 파 해쳐 보고 싶다.
'다음에 꼭 한 번 와보리라' 다짐하고
일단 후퇴하기로 한다. 이 날은 '전시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6개월 뒤,
난 이 곳에 다시 찾아왔다. 이번엔 후퇴하지 않겠다.
보통 호텔을 가기 전에 인스타에 검색을 해보고, 사람들이 어떻게 호캉스를 하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본다. 근데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은 호박 작품 사진, 유니콘 사진, 수영장 사진뿐이었다.
이 호텔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점점 커져만 갔다.
7개월 전과 똑같이 40여분 넘게 달려 커다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1층으로 올라간다.
1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인스타에서 그렇게 많이 봤던 호박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저 호박은 그냥 호박이 아니다.
현대미술의 거장이라 불리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다. 원형의 점만 그려가며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이다. 워낙 유명해서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작가의 작품이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의 로비로 향하는 길목에 뙇! 하고 서있다.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호텔에서 볼 수 있다니.
신선하다. 나도 저 앞에서 사진 찍고 싶다.
그렇게 한 21장 정도 찍었다. 캐주얼했다.
이제야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 온 것 같다.
사진도 찍었으니 체크인을 하러 가보자.
로비로 가는 길에 유니콘이 나를 내려다본다.
진짜 이 호텔 안엔 몇 개의 작품들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이들에 의하면 약 3,000여 개의 작품이 호텔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정말 스케일이 예사롭지 않다.
그 스케일 덕인지 로비엔 사람들도 북적북적거린다.
이 호텔은 워낙 규모가 큰만큼 투숙객 또한 많다.
대기시간이 있다. 프론트 앞에서 안내를 해주는 직원분께서 약간의 대기가 있을 수 있으니 문자 안내를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문자가 한 통 온다. 비대면 서비스 확장과 빠른 체크인을 위해 문자에 적힌 링크에 들어가 정보들을 미리 입력해놓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임하는 자세일까?
셀프 체크인부터 파라다이스 호텔과 같이 '비대면 체크인이 점점 많아지겠구나' 라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로비 안쪽에 편하게 앉아서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그리로 향한다.
그렇게 한 5분 정도 기다렸을 때,
객실이 준비되었다는 문자가 한 통 온다.
옷 쇼핑을 하고 택배가 집으로 곧 도착한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의 그 느낌이다. 설렌다.
프론트 앞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은 나를 놀라게 했다.
체크인할 때 정보 입력을 '아이패드'로 하기 때문이다. 그랜드 하얏트, 롯데 이그제큐티브, 포시즌스 서울도 종이 위에 펜으로 작성해가며 체크인을 진행하는데 여긴 아이패드로 한다니... 신선하다.
이 때문에 호텔의 이미지가 굉장히 기술에 예민하고, 트렌디함을 엿볼 수 있었다.
무튼, 덕분에 빠르게 체크인을 하고
객실로 올라간다.
그리고 이때까진 몰랐다.
이 호텔이 내 혼을 쏙 빼놓아 24시간이
모자랄 것이라는 것을.
11층 그랜드 프리미어 디럭스룸 도착. 문을 연다.
'헙' 소리와 함께 입을 틀어막는다.
정말 여기 '파라다이스 하다'. 사람들은 직장과 사회생활을 종종 '지옥'이라 표현한다. 어쩌면 이 곳은 그 지옥에서 빠져나와 온전하게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천국'이지 않을까 싶다.
객실 문을 여니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듣자마자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파라다이스 한 하루가 시작되겠구나.
음악소리를 따라 객실 안으로 들어간다.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나중에 나도 호텔을 세울 땐 객실 입장과 동시에 음악을 깔아놓을 것이다)
침실로 가려면 작은 복도(?!)를 지나야 한다.
파라다이스를 향해 걸어가는 수행길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세상에, 복도를 지나가면서 보조 화장실, 드레스룸, 메인 욕실&화장실을 마주쳤다.
더 드라마틱하게 감동받고 싶으면 눈 감고 객실 안쪽까지 들어간 후 눈을 뜨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감았던 눈을 뜨면,
이런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파라다이스'란 단어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생각해보자.
새하얀 공간, 커다란 테이블에 놓인 만찬들, 화려함, 웅장한 신전. 그래서인지 사실 아까 로비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럭셔리하고 화려하다.
이들에겐 '수수함'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 맞아 나야' 라며 화려함을 바깥으로 당당하게 표현한다.
살짝 머리가 어지럽다.
짧은 시간 동안 '럭셔리함'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으니 혼이 쏙 빠지는 기분이다.
그래도 행복하다.
이런 어지러움이라면 매일 느껴도 좋다.
일단 창문 옆에 있는 저 의자에 앉아서 글을 쓴다면 얼마나 잘 써질까 라는 생각을 하며 사진 한 장 남겨놓는다.
진짜 이들의 스케일은 알아줘야 한다.
일반 호텔의 주니어 스위트룸에 준하는 객실 크기.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넓어야 제 맛이지.
넓은 공간은 자칫 잘못하면 휑 해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은 조명들을 곳곳에 비치에 공간의 밀도를 높여준다. 그리고 이 조명들 덕에 객실의 분위기가 아늑해진다.
특히 소파 옆에 있는 장스탠드가 나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으로 디자인된 객실에 조명들이 은은하게 객실을 비추고 있으니,
'지상낙원이 있다면 바로 여기이지 않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계속 초롱초롱한 눈으로 객실을 둘러보던
도중 재미난 것을 발견했다.
이들의 디자인은 생각보다 상당히 일관적이다.
'파라다이스 한' 느낌과 경험을 심어주기 위해
'홀로그램' 컬러를 곳곳에 사용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색들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홀로그램 컬러. 이 컬러의 핵심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가져다주는 시각적인 효과이다. 파라다이스 시티는 이걸 알고 있었다.
객실 키부터, 각종 인쇄물, 건물 창문 등에 적용하여 우린 무의식적으로 파라다이스 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이게 뭐 그리 대단한 거냐'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생각해보자.
대충 그냥저냥 한 그릇에 담아주는 짜장면과 고명을 예쁘게 송송 썰어 차곡차곡 쌓아 올린 후 정갈한 새하얀 그릇에 담아주는 짜장면이 있다.
둘 중 어디가 더 위생적이고 맛있는 곳이라
생각할까?
파라다이스 시티는 이렇게 작은 디테일까지도 일관된 경험을 투숙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즉, '아 여긴 디테일 하나하나 섬세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겠구나'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글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잠시 창 밖을 보며
숨 좀 돌리자.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은 미니바가 '무료'이다.
무료 미니바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안다즈 강남에 이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무료 미니 바이다.
그렇다고 전투적으로 다 먹겠다! 라기 보단 필요한 것들을 가격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귀찮게 객실 밖으로 안 나가도 되니 말이다.
무료 미니바는 사랑이다.
화장실마저 파라다이스 하다.
화장실은 두 군데로 나뉘어있어 서로 민망할 일(?!)이 없게 설계가 되어 있으며, 드레스룸까지 별도로 준비되어 있다. 이는 확실히 객실 크기가 넓기 때문에 가능한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공간이 넓으면 뭔가를 채워 넣어야 한다는 불안심리 때문에 불필요한 것들을 채워 넣는 실수를 하곤 하는데 파라다이스 시티는 그런 실수 따위 하지 않는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것을 효율적으로 배치한다.
욕실을 얼핏 봤는데 예사롭지 않다.
우리 집 내 방 보다 여기 욕실이 더 큰 것 같다.
큼직한 욕조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욕조에서 창 밖을 바라볼 수 있으면 더욱 '파라다이스'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마치 포시즌스 호텔처럼.
그래도 괜찮다.
오늘은 객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을 예정이다.
왜냐면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의 하이라이트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글 뒷부분에 곧 등장하는 이 하이라이트가 어떤 하이라이트 인지 기대해도 좋다.
샤워 어메니티는 '펜할리곤스'를 사용한다.
샴푸 어메니티 용기마저 럭셔리함이 묻어있다. 이 브랜드 알고 보니 영국 왕실이 사랑하는 향수 브랜드이며 예전엔 '송혜교 향수'로 많이 알려진 브랜드라 한다.
침구류 위엔 누가 객실 정비를 담당했는지 자필 서명이 작성되어 있는 안내문이 있어 위생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
사실 이것은 웬만한 5성급 호텔들이면 기본으로 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매번 마주 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세면 용품들은 심플하고 직관적인 패키지 디자인으로 구비되어 있다.이렇게 그래픽이 들어간 것이 오히려 더 직관적임을 새삼 느낀다.
그러고 보니 계속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나온다.
대체 이 음악은 어디서 흘러나오는걸까?
소리의 출처는 바로 TV.
TV에 보면 내 이름과 함께 환영하는 인사 멘트가 적혀있다. 단순히 '고객님'이 아닌 '000님'이라 부르기 때문에 고객들은 '이들이 나를 챙기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프라이빗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체크인할 때부터 알아봤다. 이들은 뭔가 '기술'로 고객을 감동시키고자 할 수 있겠구나.
이렇게 객실 내에서 나를 환대해준단 느낌을 받은 곳은 아마 파라다이스 시티가 유일할 것이다.
포시즌스 호텔(서울)도 이렇진 않았다.
이 작은 디테일 하나로 우린 감동하기 마련이다.
TV 멘트를 자세히 보면 '격이 다른 시간을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라고 써져있다.
이들의 자신감은 하늘로 솟구친다.
하지만 이것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그럼 이제, 격이 다른 시간을 경험해보자.
소소한 팁이 하나 있다면, 이 호텔은 수영장, 테마파크, 미술관, 쇼핑, 레스토랑이 다 있다. 두 마리 토끼도 다 잡기 힘든데 여긴 잡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하나에만 집중하자.
1박 투숙객이라면 딱 1가지만 선택하길 권한다.
나의 선택은 단연 '씨메르'였다.
씨메르로 가기 위해선 홀로그램 컬러와 비슷한 색들이 가득한 차원의 문을 지나야 한다.
바로 이렇게.
이 문을 지나 5-7분 정도 걸어간다.
그리고 저 멀리 드디어 씨메르가 보인다.
우리가 호캉스를 오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휴식'이다. 어떤 사람은 '모든 시설을 다 이용해보겠어' 라며 활기차게 이 곳, 저곳을 다니는 분도 있는 반면,
정말 '휴식'에만 집중하겠다며 모든 시설을 이용하기보단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만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분들도 있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이제 곧 나오겠지만, 씨메르 또한 규모가 워낙 커서 나도 미처 보지 못한 시설들도 있다.
이제 씨메르로 들어가 보자.
사실 나는 물놀이를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나에게 물놀이를 하는 곳이란 캐리비안베이가 전부일 정도이다. '발리 같은 곳'이 아닌 이상 우리나라 호텔이 가지고 있는 수영장은 모두 '작다'라는 편견이 있었다.
씨메르 마주하는 순간 그 편견은 보기 좋게 깨졌다.
여긴 서양식 스파 문화와
동양식 스파 문화(찜질방)가 합쳐졌다.
굉장히 이색적이다.
그래서 이들은 수영장이란 말 대신 '아쿠아 스파 존' 이라 표현한다. 그리고 단순 찜질방이란 말 대신 '찜질 스파 존'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아쿠아 스파 존에 가면, 수영장 곳곳에 수중 안마 기능이 달린 스파 공간들이 있다. 난리 났다. 수영도 하고 스파도 즐기고, 게임 끝난 거 같다. 초조하다.
아쿠아 스파 존에 들어가려면 수영복을 입어야 하고 찜질 스파 존으로 가려면 입구에서 제공해주는 찜질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살짝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아쿠아 스파 존에서 진 빠지게 수영하며 놀다가 깔끔하게 환복하고 찜질 스파 존으로 올라가면 그렇게 쾌적할 수가 없다.
뭔가 2군데의 스파 존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얼른 살펴보자.
아마 씨메르를 처음 딱 발을 내딛는 순간
조금 혼란스러울 수 있다.
뭐부터 즐겨야 할지 모를 정도로 뭐가 다양하다. 그래서 난 크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쉬러 왔기 때문이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씨메르에서도 앞서 말했던 '홀로그램 컬러'가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독하게 일관적이다. 맘에 든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디자인보단 한 가지에 집중하는 디자인을 접했을 때 우린 더 뚜렷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쿠아 스파'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풀장에는 스파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수중 마사지 기능이 활성화된다. 벨을 누르면 먹이가 나오는 걸 깨달은 반려견이 계속 벨을 누르는 것 마냥 버튼을 눌러댄다.
일하느라 뭉쳐있던 허리를 신나게 두들겨 준다. 이 자체만으로 이미 피로가 싹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사실 아까 씨메르 아쿠아 스파 존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2층에 있는 작은 풀장이 궁금했다.
투명한 유리벽 뒤로 푸른 물이 보인다. 이색적이다. 사실 나는 수영장을 많이 안 다니는 편이라
더욱 이색적으로 느꼈을지도 모른다.
끌린다. 올라가 보고 싶다.
아까 분명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올라가 보자.
세상에나. 안 올라오고 지나쳤으면 큰일 날 뻔했다.
국내에서 바다를 끼고 있지 않는 곳에서 이런 뷰를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들은 일부러 여기에 이 공간을 배치한 듯하다. 씨메르를 내려다볼 수 있으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정말 뭐랄까 엄청 잘 나가는(?!) 사람들만 초청되는 파티에 가면 이런 느낌일까. 소름 돋는다. 너무 좋아서.
사람은 나만의 공간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며 실내에 편히 있는 것을 선호하면서
동시에 답답함을 느끼며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알았는지
씨메르는 3층에 야외 풀장과 3개의 스파가 있다.
뷰가 살짝 아쉽긴 하지만 이 자체만으로 충분하다. 제주도로 가지 않고 수도권에서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시원한 공기를 느끼며 야외 스파로 몸을
따뜻하게 하니 그렇게 나른할 수 없다.
더 있다간 여기 마감시간까지 이러고 있을 것 같다. 일어나자. 다시 1층으로 내려가 보자.
.
그때 내 눈에 이상한 게 눈에 띈다.
그리고 곧 입을 틀어막게 된다. 아까 1층에 있었을 땐 분명 못 봤는데?!
오션월드 못지않은 워터슬라이드가 있다.
'무섭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다. 그 순간, 워터슬라이드 구멍으로 한 커플이 2인용 튜브를 타고 튀어나온다. 세상 즐거워 보인다. 나도 타고 싶다.
뭐에 홀린 듯 3층까지 올라간다. 튜브를 이제 내려놓고 슬라이드에 몸을 맡긴다. 정말 몇 년 만에 타보는 워터 슬라이드라 신이 난 바람에 사진을 찍어두지 못했다...
이왕 신난 김에 한 번 더 탄다.
도대체 이 곳의 매력은 어디까지 일까.
정말 정신없이 우리의 혼을 쏙 빼놓는다.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후 오랜만에 너무 들뜬 것 같다.
이 곳 마감시간이 9시까지인데
벌써 6시가 넘어간다.
이제 흥분된 마음을 가라 앉힐 필요가 있다.
가져왔던 수영복은 탈수기에 넣어 돌리고, 씨메르 탈의실로 들어올 때 받았던 찜질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내가 여태 29년 살면서 본 찜질복 중에 가장 예쁘고 성의 있는 디자인이다. 감동이다.
(찜질복을 못찍었습니다..ㅠ)
내가 디자이너라 그런지,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성의를 표하는 공간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아는 곳이구나' 라며 말이다.
찜질 스파 존 같은 건물의 2층에 있다.
하지만 아쿠아 스파 존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근데 문제가 발생했다. 아직 둘러보지도 않았는데 여기도 관찰할 것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혼마저 빼앗길 것 같다.
그리고 여긴 '인간이 어떻게 까지 휴식을 취할 수 있는지' 휴식과 관련된 모든 경험들을 때려 넣었다.
차근차근 살펴보자.
일단 2층으로 올라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커뮤니티 라운지'이다.
'왜 탈의실에서 나오자마자 이게 있을까?'
생각해본다.
조금만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알 듯하다.
수영복을 벗고 씨메르 탈의실에 가서 찜질복으로 갈아입는다고 했다. 같이 동행한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는 샤워를 오래 할 수도 누군가는 정말 몸만 헹구고 나올 수도 있다.
즉, 환복 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반드시 먼저 찜질 스파 존으로 올라와 기다리게 된다. 실제로도 탈의실 근처를 서성이며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이왕 기다릴 거면 편하게 기다리자.
커뮤니티 라운지엔 책과 잡지 그리고 TV가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덕에 상대를 기다리는 시간이 오히려 즐거워진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 커뮤니티 라운지가 굳이 탈의실 근처에 설계할 이유가 없다. 혼자 '크~ 역시' 하며 나도 같이 온 사람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아까 아쿠아 스파 존에서 계속 들었던 생각이 있다.
'저 2층에 있는 보라색, 핑크색 칸막이 뒤엔 뭐가 있을까?' 그 궁금증은 바로 해결되었다.
스낵바에서 마실 거나 먹을 것을 들고 이 곳에 앉아 먹을 수도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파라다이스 시티 투숙 기를 쓸 때 꼭 이 얘기를 해줘야지 하며 신나 하던 찰나, 드디어 동행했던 사람이 나왔다.
찜질 스파를 하기 전에 '아쿠아 스파'에서 열정적으로 움직여서 그런지 배가 고프다.
일단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자. 역시나, 이들은레스토랑마저 그냥 해놓지 않았다. 이젠 하도 놀라서인지 놀랍지도 않다. 세상 어느 찜질방에서 이렇게 정갈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을 볼 수 있을까 싶다.
양식부터 한식까지 다양하게 판매가 되고 있다.
그럼 보통 맛이 없을 것 같다 라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여긴 다르다. 카테고리가 다양하지 메뉴가 잡다하게 많지 않다.
마치 자신 있는 것만 내놓은 느낌이다.
이상하게 물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국물 있는 게 땡긴다. 전복갈비탕과 비빔밥을 시키기로 한다.
맛? 배고파서 맛있는 맛이 아니라, 정말 식사하러 와도 될 그런 맛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한남동에 있는 고메 494와 견줄만하다고 생각한다.
(알고 보니 여긴 갈비탕이 best 메뉴였다)
이따 삶은 계란이랑 식혜도 먹어야 하니
그 정도 공간만 남겨놓고 주린 배를 채우기로 한다.
재밌는 것은 찜질 스파 존엔 곳곳에 안마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몸이 뻐근하다 싶으면 주위를 둘러보면 된다. 그럼 그곳엔 언제나 안마의자가 있을 테니.
평생 볼 안마의자를 다 보며 찜질방에 도착했다.
찜질방도 특이하다. 스낵바와 같이 붙어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메인 공간'으로 추정되는 곳엔 3-4개의 찜질방이 있고 아예 다른 곳으로 걸어가다 보면
1-2개의 찜질 스팟을 발견할 수 있다.
도대체 이 곳의 끝은 어디일까 싶다.
파도 파도 계속 뭐가 나온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야속하기만 할 뿐이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구경했더니 잠시 누워있고 싶다. 때마침 편백나무 방이 보인다. 좋다, 저기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리고 머리채를 부여잡는다. 또 잘해놨다..
굉장히 평온한 음악이 들릴 듯 말 듯 깔려 있으며 편백나무로 구성된 커다란 이 방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영상 하나가 틀어져 나온다. 들어온 지 5분도 안돼서 머리가 정리되는 기분이다.
정말이지 방심할만하면
이렇게 스케일과 디테일로 혼을 빼놓는다.
그리고 그 상태로 잠시 잠이 든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2시간은 잔 듯한 개운 함이다. 여기에 더 있다간 몸이 녹아서 사라질 것 같다.
문을 열고 뛰쳐나오는데 엄청난 곳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이쯤 되면 자꾸 뭐가 엄청난 곳들이 나와서 지칠 수도 있다.
하지만 찜질 스파 존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이 곳이라 생각한다. 이름을 들으면 바로 느껴질 것이다. 바로, '릴렉스 존'.
음 사실 텍스트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하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각도 조절이 가능한 소파 체어와 그 끝에 매달린 tv스크린.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통유리 밖의 풍경.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다.
애초에 찜질하러 오는데 이어폰을 들고 올 사람이 없다. 그럼 소리는 어떻게 들을까. tv 사운드는 소파 체어 머리맡에서 들린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tv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신기하기도 하며 이용객들의 행동을 고려하여 섬세하게 설계한 공간임이 느껴졌다. 이 기분이 느껴질 때면 늘 기분이 좋았다.
디자이너의 직업병일 수도 있겠다.
이 소파 체어의 각도를 최대한 뒤로 젖혀놓고, 또다시 스르륵 잠이 든다.
먹고 누워있는 것 밖에 안 했는데 벌써 마감시간이 다 됐다. 체력을 재충전하다 못해 과다 충전한 듯하다.
이들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모든 엔터테인먼트적인 것들을 다 갖다 놓았다. 동북아 최초의 한국형 복합 리조트라고 불리는 것이 괜히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해외여행을 갈 수도 없고, 제주도를 나가자니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이 곳은 아주 훌륭한 대안책이 될 수도 있겠다.
수영장, 스파, 테마파크, 쇼핑 그리고 미술 전시장까지. 오늘은 그 수많은 것들 중 씨메르 한 곳만
이용했다. 그렇게 해도 하루가 순식간에 지났다.
휴식을 취하는 방식은 본인에게
어울리는 방식대로 하면 된다.
이 곳은 하루 만에 모든 것을 즐기기엔 24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니 이 곳에선 모든 것을 다 담으려고 하지 말자.
우리가 해외여행을 갈 때 관광지를 전투적이고
체계적으로 돌아다니며 사진만 툭 찍고 시간에 쫓기듯 여행하는 것과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곳에 여유롭게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것과 비교를 했을 때, 어떤 것이 더 인상 깊고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는지 돌이켜보자.
우린 '쉬러' 호캉스를 온 것이다.
욕심부려서 모든 것을 다 즐기려 하다 오히려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피로감만 쌓이진 않을까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마다 쉬는 방식이 다를 테니 서로 존중하기로 하자.
파라다이스 시티는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번 글에선 '휴식'에만 집중한 하루에 초점을 두고 싶었다.
이 호텔에서 쉬는 나만의 방식과 직접 경험한 내용들을 토대로 휴식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를 담고자 했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큼 의미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나 또한 씨메르와 파라다이스 시티 안에서 못 보고 온 것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너무 만족스럽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것을 다 보고 오지 않아도 온전하게 '휴식'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온전한 휴식 그리고 재충전을 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하지만 부지런하기로 제일가는 한국인들. 유럽의 렌터카 업체에선 렌터카의 운행거리만
봐도 한국인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파라다이스 시티가 헬이 되지 않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
이건 꽤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혼이 쏙 빠져버릴 테니.
이 곳은 한 번 더 방문하고픈 곳이다.
그땐 오늘과는 다른 '파라다이스 한 휴일'을
보내봐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은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모든 휴식의 형태를 다 갖췄다. 다시 올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그땐 더 격렬하게 쉬어야 겠다.
p.s 1> 이 글에 담겨있지 않은 시설 상세 내용이 궁금하실 경우 '타 블로그' 혹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주시면 됩니다.
p.s 2 > 파라다이스 시티를 1분짜리 영상으로 담아보았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객실 편 :
씨메르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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