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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인어 Mar 08. 2016

잃어버린 글쓰기2

아침이 없는 하루

불면증은 낮과 밤을 뒤짚는다. 새벽까지 뒤척이다 늦게 잠들고 나면 다음날 점심 때가 되어서야 눈이 떠진다. 백수가 되어 출근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행복감과 해방감을 주었다. 생과 사를 오가는 치열한 전장, 버스와 지하철을 타러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 너무 큰 위안이 되었다.

회사를 나오기 전까지 걱정이 되었던 것들도 막상 그만두고 나니 그렇게 아쉽지가 않았다. 특히 기자생활을 하며 알고 지내던 분들과 만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서운할 거 같았다. 또 더이상 아침에 갈 곳에 없어지면 공허함이 클 거 같았다. 벌이가 없어지면 너무 불안해서 빨리 뭔가 다시 하지않으면 안 될 거 같았다. 하지만 생각만큼 괴롭지 않게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인이면 누구라도 꿈꿔 본 출근하지 않는 자유로운 백수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바로 새로운 직장을 잡을 수도 있었지만 이미 끊어진 다리 위에서 섣불리 앞으로 한걸음을 내딛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이었다.


"쉬면서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자.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모든 고민과 앞으로의 진로 계획은 쉬고 난 몇개월 뒤로 미루자."


점심 때가 되어 잠자리에서 겨우 일어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점심을 꽤 오래 동안 먹고 카페로 갔다.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신 뒤 휘트니스로 갔다. 백수라도 매일 가야할 곳이 있어야 했기에 마지막 월급을 털어 휘트니스 회원권을 끊었다.


"운동을 하며 체력을 기르면 다시 푹 잘자고 상쾌한 아침을 만날 거야." 지친 나를 다독이며 게으르다고 핀잔을 주기 보다는 스스로를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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