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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인어 Apr 18. 2016

잃어버린 글쓰기8

글쟁이의 변비

글쟁이가 글을 쏟아내지 못하는 건 변비의 고통과도 같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할 일을 못해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신이 내렸으면 굿을 해야지. 라는 말을 글쟁이에게 갖다 댄다면 영감이 떠올랐으면 써야한다. 글이 써지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이유를 찾기보다는 어딘가 자기 만의 장소로 숨는 거도 방법이다. 

오늘 몇 개월 동안 머리 속 구석탱이 어딘가 꾸역꾸역 묵혀 두었던 생각들을 풀어버렸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맥북에어를 질러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놓고 일년 가까이 먼지 앉지 않도록 면으로된 천으로 잘 덮어두고는 뮤지컬 DVD보는 용도로만 맥북에어를 이용하는 나를 보고 누군가 사치스럽다고 말하는 걸 들었지만 요즘 스스로도 그런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때문에 자각이 일어난건지 깊은 숙면과 낮잠으로 힘이 생긴건지 오늘 처음으로 맥북에어를 평범하기 그지없는 증정용 노트북 가방에 넣어 어깨에 걸고 카페에 나셨다. 키노트를 열고는 머리 속의 생각을 적어가기 시작했다. 개운하다. 

그 개운함이 계속 충돌질을 한 건지 집에와서 먼지로 뒤덮혀있는 다락방의 책꽂이를 정리했다. 또 창고에서 예전에 쓰던 오랜된 책꽂이를 꺼내 먼지를 닦아 집에 오랜시간 고고학적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양주들을 진열했다. 바를 즐겨찾는 20대 후반 후배 녀석에게 보여주면 놀라자빠질 양주들이다. 고놈의 스토리들을 캐서 쓰면 재미있을 거 같다. 

글쓸때 참고할 만한 발레, 자동차, 경영 서적들이 자기 자리를 찾았다. 노트북 책상 앞에 높여있는 책꽂이를 보니 뿌듯하다. 다락방이 그동안 변비로 쌓여있는 글들을 풀어내는 에너지가 모이는 공간이 되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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