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미
기자는 편집장에게 의지한다. 의지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의지할 곳이 없다.
글쟁이는 편집장에게 의지해서는 안된다.
편집장은 내 글은 꼬여 있어서 다 풀어줘야한다고 했다.
교정 교열을 거치고 나면
꼬불꼬불 오솔길이 사라지고
시멘트로 덮힌 매끈한 길이 나타난다.
다시 나는 오솔길을 찾아 걷는다.
드디어
내 글을 옭아매던 올가미를
발견했다.
기자를 그만두고 글쟁이의 명맥을
이렇게 끄적이며 유지해 간다.
헤르만 헤세처럼
헤밍웨이처럼
위대한 작가는 아니지만
의지할 곳 없어도
힘들어도 계속 쓰기.
신내리면 받아야하듯
써야하면 써야한다고
어떤 작가님이 쓴 글을 어렴풋이
기억하며.